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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금속노조 중앙집행위 결정은 노동자의 정신을 짓밟았다!

글쓴이 : 뿌리 날짜 : 2015-01-17 (토) 01:10 조회 : 3155
[성명서] 금속노조 중앙집행위 결정은 노동자의 정신을 짓밟았다!
 
 
38차 금속노조 정기 대의원 대회는 현대차지부와 아산, 전주지회가 현대차 사측과 한 8·18 합의를 폐기하는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8·18 합의는 금속노조 위원장이 참석하지 않았고, 불법파견 특별교섭단에 교섭권을 위임한 사실도 없다. 따라서 8·18 현대차지부, 현대차 비정규직 아산, 전주지회는 규약을 위반하고 잠정합의하는 오류를 범했다. 단체협약 체결권자가 아닌 자가 체결한 8·18 합의는 효력이 없다”는 결정이었다(비정규직 및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 및 투쟁 평가 중). 이 결정은 울산지회를 배제한 8·18 사내하도급 합의에 따른 금속노조 내 혼란을 수습하기 위한 조치임과 동시에, 제조업 사내하도급 철폐와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을 위한 실천에 박차를 가한다는 취지로 내려졌다.
 
이 결정은 참으로 정당했다. 우선 민주노조를 지켜내는 소중한 결정이었다. 여전히 현대차 자본이 비정규직노조 조합원들을 손배가압류로 옥죄고, 금속노조를 탈퇴하면 손해배상도 빼주고 정규직도 시켜준다며 노동조합을 죽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런 식으로 정규직화를 구걸하지 않겠다고 결의하며 금속노조 깃발을 지키려 한 비정규직 조합원들의 민주노조 사수 의지를 받아 안았던 것이다.
 
다음으로 이 결정은 박근혜 정부의 노동유연화 공격에 맞서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의 절박한 요구를 대변하고자 하는 노동자 단결정신을 반영했다. 함께 투쟁했던 동지들을 버리고 비겁하게 혼자만 정규직이 될 수는 없어서 오늘도 투쟁을 선택한 것이 바로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자본의 선별 신규채용을 통해서가 아니라 ‘모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는 단결 정신으로 투쟁해 당당히 고통을 해결하겠다는 것이 그들이 10년을 버티고 싸웠던 밑바탕이었다. 이 자긍심과 자부심, 투쟁의 정당성을 확인해준 동지적 판단이 바로 38차 금속노조 대의원 대회 결정이었다.
 
마지막으로 이 결정은 9월 18일 법원에서 내려진 전원 정규직화 판결을 능동적으로 받아 안으면서 비정규직 제도에 맞서 공세적으로 투쟁해야 한다는 결의를 반영했다. 법원 판결만큼도 쟁취할 수 없다면 금속노조가 존재해야 할 이유가 도대체 무엇이겠냐는 대의원 다수 동지들의 자존심이 8·18 합의안 폐기를 끌어냈다. 이에 화답해 노동조합을 지키고 노동자의 정신을 버리지 않고 투쟁하겠다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8·18 합의 승인을 거부한 금속노조를 자랑스러워하며 다시 투쟁을 조직하고 있다.
 
이것과 달리 8·18 합의는 정반대의 정신을 대변했다. 노동자 단결 정신과 노동자의 자존심을 버리고 단지 정규직이 되는 데만 매달리는 비겁한 실용 정신 말이다. 이는 동료 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단결 투쟁으로 당당히 권리를 쟁취하는 정규직화가 아니라 옆의 동료가 어떻게 되든 자신이 정규직이 될 수 있는 확률만 계산하고 사측의 선별 채용에 응하는 비겁한 정신이다. 비정규직이 아무리 고통스럽더라도 이 정신은 결코 노동자의 정신이 아니다. 더군다나 금속노조의 정신은 더욱 아니다.
 
노동자의 정신으로 산하 조직을 관장하고 이끌어야 할 막중한 책임을 갖고 있는 금속노조 중앙집행위는 8·18 합의를 방조함으로써 이미 엄청난 실책을 저질렀다. 금속노조 규약 66조 3항 “금속노조는 기업교섭단위에 교섭권을 위임할 수 없다”라는 조항에 근거해 금속노조 중앙은 얼마든지 8·18 합의 자체를 봉쇄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금속노조 위원장은 비정규직 3지회의 입장 통일이 없다는 이유로 모호한 태도로 일관했고, 심지어 울산지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8·18 교섭에 돌입한 현대차지부와 아산, 전주지회의 교섭 돌입을 존중해줬다.
 
금속노조의 혼란을 불러온 이런 실책을 교정한 것이 바로 38차 금속노조 정기 대의원 대회 결정이었다. 게다가 대의원 대회는 총회를 대신하는 최고 의결기관으로서 금속노조 위원장과 중앙집행위를 규정하는 최고 기구다. 만약 금속노조 중앙집행위가 대의원 대회의 결정사항을 충실히 집행했다면, 8·18 합의를 방조했던 2014년의 실책은 말 그대로 실책으로 치부할 수 있었다. 그러나 폐기된 8·18 합의를 다시 복원해 효력을 부여하려는 2015년 1월 13일 금속노조 중앙집행위의 결정은 그것이 단순히 실책이 아니라 잘못된 노선에서 비롯됐음을 증명했다. 게다가 이번 결정은 노동자의 자부심으로 다시 투쟁을 조직하려는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폭력이다. 나아가서 이번 결정은 최고 기구인 금속노조 대의원 대회 결정사항을 정면으로 거부함으로써 노동조합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간명하다. 두 가지 노선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하나는 노동자계급 총단결의 관점으로 불법파견에 맞서는 노동자들의 정신이다. 다른 하나는 노동조합을 통한 단결 투쟁 대신 신규채용에 목을 매는 패배주의, 실용주의 정신이다. 2014년 8월 금속노조 중앙집행위는 이 두 정신 사이에서 방황하면서 후자의 패배주의 정신에 입각한 세력이 8·18 합의를 하는 것을 방조했다. 2015년 1월 금속노조 중앙집행위는 대의원 대회 결정까지 무로 돌리면서 폐기된 8·18 합의를 복원하려 애쓰고 있다. 이것은 금속노조 중앙집행위가 전자의 노동자 정신으로 재무장하는 대신 오히려 후자의 실용주의 정신으로 후퇴했음을 증명한다.
 
금속노조 중앙집행위의 변명처럼 금속노조 규약에는 여러 모호함이 남아 있다. 하지만 38차 금속노조 정기 대의원 대회는 “금속노조는 기업교섭단위에 교섭권을 위임할 수 없다”라는 조항을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자존심을 지켜줘야 한다”는 노동조합 정신을 살리는 데 활용했다. 다수 대의원들은 8·18 합의에 금속노조의 교섭권과 체결권을 알리바이로 제공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이에 반해 금속노조 중앙집행위는 “교섭권을 위임했다”는 알리바이를 제공하려 발 벗고 나섰다. 그러나 교섭권과 체결권의 주체는 바로 금속노조 조합원들이고, 이들을 대표하는 대의원들이다. 금속노조 위원장은 금속노조 조합원들의 위임자에 불과하다. 그리고 바로 이 정신이 “금속노조는 기업교섭단위에 교섭권을 위임할 수 없다”는 규약에 담긴 핵심이다.
 
금속노조 중앙집행위의 2015년 1월 13일 결정사항은 아무런 구속력이 없다. 구속력을 가진 것은 오직 38차 금속노조 정기 대의원 대회의 결정사항일 뿐이다. 새로운 대의원 대회만이 이 결정사항을 번복할 권리를 갖고 있다.
 
금속노조 중앙집행위의 결정이 폐기돼야 하는 이유는 이런 규약 상의 문제만은 아니다. 8·18 합의가 대의원 대회에서 거부됐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그 합의가 버젓이 살아 집행되고 있다. 신규채용이 계속되고,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조합 대신 신규채용 면접장에 줄서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아직 소수일지라도 비정규직 노조 조합원들이 노동자의 자존심으로 당당히 투쟁하기를 결의했다. 법원 판결을 활용해서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함께 정규직이 되는 길을 향해 전진하기를 결의했다. 그것도 10년 동안 힘들게 싸워온 동지들이 말이다.
 
특히 이 동지들은 올해 ‘사내하청 총파업’을 조직하겠다는 결의를 바탕으로, 현대차 만이 아니라 전국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공동파업을 조직하기 위해 의지를 모으는 중이다. 중앙집행위 결정은 바로 이런 동지들의 투지와 정신을 짓밟고, 총파업에 나서려는 동지들의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버린 행위다. 금속노조가 이들을 지지하고 함께 어깨 걸지 않는다면, 다른 누가 뭐라 하든 이들의 결의가 정당하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누가 그렇게 할 것인가? 불법파견 반대투쟁 10년의 결실은 8·18 합의서가 아니라 바로 이 동지들이다.
 
폐기돼야 할 것은 38차 금속노조 정기 대의원 대회 결정사항이 아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자존심을 짓밟은 금속노조 중앙집행위의 1월 13일 결정사항이 폐기돼야 할 진정한 대상이다. 우리는 현대차 비정규직 울산, 아산 금속노조 항의농성단의 3대 요구인 “48차 중앙집행위 ‘대의원대회 평가 건’ 폐기, ≪금속노동자≫ 신문 257호 수거·폐기, 금속노조 사과’를 오류 극복의 첫 발걸음으로서 전폭적으로 지지한다.
 
2015년 1월 16일
노동자운동 연구공동체 뿌리 연구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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