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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근 칼럼]문재인, 굵게 가라

글쓴이 : 펌 날짜 : 2015-02-12 (목) 03:44 조회 : 3982
이대근 칼럼]문재인, 굵게 가라
이대근 논설위원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에게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하나는 자신의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그가 속한 집단, 친노세력의 문제이다. 그의 문제는 그가 종종 길을 잃는 것이다. 그는 지난 대선 때 대선 승리라는 목표를 앞에 두고도 친노 배제, 의원직 사퇴와 같은 승부수를 던지지 못했다. ‘노무현 넘기’는커녕 노무현 계승자를 자처하다 스스로 목표에서 멀어졌다.

이대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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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큰길을 벗어나 자주 옆길로 빠진다. 지난 대선 후보 단일화 때 그러더니, 이번 전당대회에서도 경선규칙을 두고 경쟁자와 사생결단의 대결을 했다. 그 때문에 대선에 패배하거나 상처뿐인 영광을 손에 쥔 채 겨우 당대표가 되었다. 대선 패배 직후 차기 대선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가 번복한 것처럼 결심도 쉽게 한다. 그리고 눈앞의 상황에 잘 휩쓸린다. 세월호 유가족 유민 아빠 동조 단식 때 그랬다. 그건 아마 그의 순수한 연민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단식은 정국의 초점이 되었다. 정치 지도자는 뜨거울 땐 뜨거워야 하지만 냉정할 땐 냉정해야 한다. 정치 지도자에게 기대하는 건 문제 해결이지 문제 제기가 아니다.

친노의 문제란, 실패한 집단이 당내 패권을 행사하고 있는 절망스러운 상황을 말한다. 그건 친노가 당의 실체이고 당은 껍데기라는 뜻이다. 그런 상황에서 친노의 수장인 그가 당을 장악했다는 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가 당을 장악했다는 사실로 인해 달라질 건 없다. 야당판에 드리워진 문재인 비관론이라는 안개 역시 그가 당대표가 됐다고 해서 저절로 걷히지 않는다. 그건 그가 앞으로 하는 일에 달려 있는 문제다.

그는 당대표가 되자마자 세 가지 신호를 동시에 보냈다. 새 출발을 위해 무언가 준비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의 첫 번째 신호는 친노를 배제한 당직 인선이다. 계파 탈피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약속을 실천하는 정치인이란 믿음을 주는 데 일단 성공했다. 그의 둘째 신호는 이승만·박정희 참배다. 자신이 포용력 있고 유연한 정치인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다. 그가 정말 두 사람의 공적을 높이 평가하는지는 의심스럽지만 보수·중도층에 손길을 내미는 제스처 자체는 그로서 정치적 진화임이 틀림없다. 그런데 그는 참배하면서 가해자 측의 반성을 요구했다. 만일 그가 ‘참배는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이로서 전직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표시’라고 했다면 그런 식의 토를 달 필요가 없었다. 반성을 요구할 생각이었으면 애초에 참배하지 말았어야 한다. 그러나 그는 두 사람이 과보다 공이 많다며 섣불리 역사적 평가를 했고 참배를 두고 ‘국민 통합’이니 ‘국론 분열’이니 하며 과도한 의미를 부여했다. 이렇게 그의 발걸음이 뒤엉키면서 공연히 당 안팎에 정치적 논쟁만 유발했다. 조심스럽게 지도력을 확보해야 할 때 지뢰를 밟았다.

그의 세 번째 신호는 박근혜 대통령과의 전면전이다. 전면전은 대선 주자로서 문재인의 존재감을 부각하고 야당답다는 인상을 주는 효과가 있다. 마침 여권이 수세 국면이다. 연일 박근혜를 몰아붙이는 그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느낌이 확실히 온다. 그러나 두 번째 신호와 충돌한다. 타협하려는 것인가, 싸우려는 것인가? 서로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설명할 수 있겠지만 신호 교란 가능성이 있다. 시민과 교신하고자 한다면 분명한 신호를 보내야 한다. 문재인은 제1과제가 대선 주자 이미지 제고가 아니라 당의 재건이라는 걸 오해의 여지없이 밝혀야 한다. 그래야 당내 경쟁자의 협력도 끌어낼 수 있다. 대선 주자로서 지지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게 당내 결속을 저해하면서까지 우선해야 할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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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야당은 목소리만 높인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 때 그랬고 박근혜 정부 2년 동안에도 반대는 부족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집권에 실패하고 국정 난맥을 바로잡지 못한 것은 반대하는 주체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건 정권과의 전면전으로 바로잡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새정치연합의 문제는 새정치연합을 고쳐야 해결된다. 문재인이 할 일도 분열과 각자도생 대신 당의 목표를 공유하고 통합의 정신, 조직의 기율이 살아 있는 당, 지도력을 갖춘 대안정당을 만드는 것이다. 그는 총선 승리를 목표로 제시했다. 그렇다면 오직 그것만을 생각하며 당을 바꿔야 한다. 변화의 장애물을 넘을 때는 큰 줄기를 따라가야 한다.

문재인은 불안한 출발을 했다. 그렇다고 아주 나쁜 것은 아니다. 당대표 불출마 요구가 틀렸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역량도 엿보인다. 바람에 흔들리는 작은 가지들에 이끌려 길을 잃지 않으면 당을 바로 세울 수 있다. 그러면 그에게도 기회가 올 것이다. 문재인의 역전극을 기다린다. 굵게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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