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분야 관료들 경직 논리가 자초한 듯…靑 '답답' 분위기
【서울=뉴시스】박정규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공교롭게 세월호 1주기를 맞는 오는 16일 중남미 4개국 순방을 떠나게 되면서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외교적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하필 전대미문의 세월호 참사 1주기가 되는 날에 해외 일정에 나서야 하느냐는 지적이다.
청와대는 콜롬비아 측의 사정으로 인해 이 같은 일정이 불가피하게 됐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비판을 면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박 대통령의 중남미 4개국 순방 일정이 오는 16∼27일로 정해진 것은 외형상 콜롬비아의 요구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도 10일 브리핑을 통해 "(순방일정에 대한)실무적인 연락을 하는 과정에 (콜롬비아 측이)'27일 뒤쪽은 국내 사정상 불가하고 앞쪽으로 와줬으면 좋겠다'라고 했다"고 전했다.
해외 순방의 특성상 여러 나라의 일정이 함께 포함될 경우 외교관례에 따라 상호 간에 미리 일정을 조율하게 된다. 상대국의 일정도 감안해야 하는 만큼 편의에 따라 일방적으로 날짜를 배정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방문국인 페루·칠레·브라질에 이어 콜롬비아를 방문할 경우 세월호 1주기인 16일이 지난 뒤 출발할 수 있게 되지만 콜롬비아 측의 요구로 인해 27일 이후에는 방문이 어려워지면서 3개국 방문 이전에 방문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설명이다. 콜롬비아 내부 사정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콜롬비아 정상이 지난 1월 공식 초청서한을 보내 온데다 중남미에서 유일한 6·25 파병국인 점 등을 감안하면 이번 방문에서 빠질 수 없는 만큼 이처럼 일정을 배열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더욱이 이미 체결된 한·콜롬비아 자유무역협정(FTA)이 아직 콜롬비아 국내 절차인 헌법재판소의 헌법 합치성 검토단계에 머물러 있는 만큼 경제성과를 위한 측면 등도 방문 이유로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도 "콜롬비아 측에서 국내 사정이 있는지 순방 일정 초반에 방문해줄 것을 강하게 요청해왔다"며 "국내 사정도 있지만 외교적인 부분도 감안해야 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하필 출국일이 세월호 1주기인 16일과 겹친 점에 대해서는 청와대 내부에서도 난감해하는 분위기다. 더욱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년이 되는데다 아직 실종자 수습도 채 완료되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 등을 감안하면 이날 꼭 출국해야 하느냐는 외부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세월호 인양문제와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안 등이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야당과 유가족 등의 반발에 부딪힐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이 같은 난처한 청와대의 상황은 일단 외교분야 관료들의 경직된 논리가 자초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외교적인 부분을 감안하더라도 엄중한 국내 분위기를 무시한 채 상대국의 요구만 받아들였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이 같은 외교당국자들의 태도에 답답함을 호소하는 청와대 내부의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대통령의 행보에 정무적인 판단이 필요함에도 좀처럼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불만들이 나온다.
한편 박 대통령은 일단 오는 16일 출국에 앞서 세월호 추모 일정을 마친 뒤 순방에 나설 예정이다. 특히 순방 출국일과 추모일이 겹치는 만큼 일정과 메시지 등을 놓고 상당히 고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당일 일정의 경우 합동분향식이 열리는 안산이나 사고현장인 진도 등을 찾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방안을 선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은 가운데 유가족을 만나거나 별도의 메시지 등을 전하지 않겠느냐는 추측도 나온다.
다만 이 같은 일정이 과연 세월호 유가족 등에게 어떻게 비쳐질지는 두고봐야 할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