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팔 생각 없는 한국GM
세월아 네월아 ‘사골 우리기’
최근 국내자동차시장의 지각변동이 심상치 않다. 깨지지 않을 것만 같았던 현대·기아차의 독주는 수입차 공세에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고, 르노, 쌍용 자동차도 신차를 잇달아 선보이며 살아나는 분위기다.
현대·기아와 더불어 국내 완성차 3대장 중 하나인 한국GM은 다른 행보를 보이며 의문부호만 남기고 있다. 수익 악화에 국내 철수설까지 나오는 상황에 신차 출시는 고사하고 저품질 ‘보령미션’ 등 전혀 개선의지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GM이 국내매출 3위 자리를 수입차브랜드에 내줬다. 8일 자동차업체들의 감사보고서와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매출이 2조6619억원을 기록하면서 한국GM의 국내매출 2조5026억원을 넘어섰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내수 매출 순위는 지난해 현대자동차 18조293억원, 기아자동차 9조3112억원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위태로운 3인자
국내 자동차 점유율 3위 자리도 르노와 쌍용의 약진에 위태위태한 상황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에 따르면 올 1분기 한국GM의 점유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0.7%포인트 하락한 8.8%로 집계됐다.
지난해 경상용 차량 생산을 중단했던 기저효과에도 불구하고 스파크의 대기수요 발생으로 인해 상쇄된 모습이다. 2006년과 2007년 10%대 점유율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했지만 신차의 부재와 낮은 가격경쟁력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반면 쌍용차의 추격은 거세다. 지난해 판매 5위를 기록했던 쌍용차는 올 들어 3개월 연속 점유율이 증가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0.8%포인트 상승한 5.2%를 기록하며 4위를 차지했다. 르노삼성은 쌍용차에 4위를 내줬지만 지난달 SM5 호조와 함께 QM3 공급물량이 소폭 개선되면서 점유율 4%를 유지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국GM의 수익도 악화일로에 들어서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GM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3331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2013년(556억원) 대비 3887억원 감소한 수치다. 영업이익 또한 1192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2013년(9261억원) 대비 1조453억원 감소했다.
한국GM의 부진의 원인은 크게 3가지로 분석된다. 먼저 한국GM을 미국본사에서 아시아 생산기지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대우가 GM에 인수된 후부터 논란이 됐던 문제인데 실제로 GM은 한국GM에 기술개발이나 마케팅보다는 생산일정에 훨씬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일례로 토스카의 경우 출시된 이후 단종될 때까지 엔진 개량이 거의 이루어진 적이 없다.
대부분의 신차 개발도 미국이나 유럽연구소 주도하에 이뤄지고 있다. 게다가 연구원들에 대한 처우가 경쟁업체에 비해 많이 떨어져 높은 이직률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GM의 생산분을 독일의 오펠로 이전하려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르노·쌍용 추격에도 ‘천하태평’
바뀐건 이름 뿐 가격은 '상승'
국내 소비자들의 요구를 신차에 적용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려 내수 시장에 태만한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듣고 있다. 일명 ‘사골 우려먹기’로 인해 경쟁업체들에 비해 1~2세대 뒤처지는 차량을 판매하고 있는 상황이다.
GM대우 브랜드로 나왔던 마지막 신차인 마티즈 크리에이티브와 라세티 프리미어, 윈스톰을 각각 스파크와 크루즈, 캡티바로 이름만 바꾼 채 현재까지 생산하고 있다.
물론 자잘한 옵션변화와 편의기능을 추가했지만 경쟁업체들이 풀체인지 모델을 내놓는 것과는 상반되는 행보다. 결국 한국GM은 구형 모델로 신차들과 경쟁을 하는 셈이다.
준중형 세단 크루즈의 경우 2008년 라세티 프리미어로 출발한지 7년이 다돼가지만 디젤모델이 추가된 것 외에는 변화가 거의 없다는 점도 이를 반증한다. 게다가 출시초기 1100만원대부터 판매됐던 크루즈는 현재 1800만원대로 가격이 급상승 하면서 경쟁력은 더욱 떨어졌다.
미국 본사에서 출시되는 신차 도입이 시급해 보이지만 한국GM은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GM의 중형세단인 2016년형 말리부와 준대형 세단 임팔라의 도입이 임박했다는 얘기가 돌았지만 세르지오 호샤 한국GM사장은 “말리부는 2013~2014년 국내 시장에서 60%정도 판매량이 증가했다”며 “제품 변경 없이 내수시장 중형차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만큼 현 단계에서 모델 변경 계획은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 “임팔라의 한국 도입이 현재까지는 결정된 바 없다”며 “현 상황에 구체적으로 말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결함도 속출
차량의 전체적인 품질이 떨어진다는 점도 문제다. 특히 보령미션이라 불리는 자동변속기는 발열과 동력손실이 큰 걸로 유명하다.
보령공장에서 제조한 이 자동 6단 변속기는 변속 소요시간이 길고 연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더욱이 문제가 되는 것은 변속기 오일이 지나치게 과열돼 변속기 수명이 짧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GM에서도 이를 인지하고 보령미션을 GEN2 미션으로 바꿔 판매했지만 GEN2미션도 기존 보령미션을 개량한 것에 지나지 않아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디젤차량의 시동 꺼짐으로도 홍역을 치렀는데, 지난해 말리부 디젤의 ‘시동꺼짐’ 현상 대표적인 예다.
당시 운전자들은 “주행 도중 계기판에 엔진과열 경고등이 뜨면서 시동이 꺼졌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국GM은 “문제의 원인이 부품 이상이 아닌 소프트웨어 결함이다”며 “한국의 주행 패턴을 미처 고려하지 못하고 엔진을 들여왔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부품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리콜은 고려하지 않는다”며 “무상 수리는 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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