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피크제 도입따라 수천만원 퇴직급여 손실불가피…DC형 확산의 기폭제될 수도
머니투데이 조성훈 기자 |입력 : 2015.05.28 06:06
정부가 내년 60세 정년 연장 시행을 앞두고 민간부문 임금피크제 확산에 본격적으로 나선 가운데 퇴직연금제도가 임금피크제 도입의 또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기업들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경우 임금 감소 외에 퇴직급여에서도 상당한 손실이 불가피해진다. 퇴직연금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DB(회사책임)형의 경우 근로자가 퇴직 직전 3개월간 월평균 급여에 근속연수를 곱해 지급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60세로 정년을 연장한 기업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 55세 이후 임금이 단계적으로 깎이게 된다.
이 때문에 정부는 임금피크제 도입시 퇴직급여의 중간정산을 허용하고 임금피크제 기간을 연간 단위로 정산해 DC(근로자책임)형 퇴직연금으로 운용하도록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5년치 임금상승분에 근속연수를 곱한 금액이상은 날리는 셈이다.
가령 DB형 퇴직연금을 도입한 회사에 30세에 입사해 55세(25년 근무)에 월 500만원의 임금을 수령하던 근로자가 60세(30년근무)에 550만원으로 임금이 늘어났다면 임금 피크제 도입전에는 1억6500만원(550만원*30년)의 퇴직급여를 받게된다. 그러나 임금피크제 뒤에는 55세에 중간정산해 1억2500만원(500만원*25년)을 받고 56세부터 60세까지는 매년 평균 월급에 해당하는 액수만 DC형 퇴직연금에 적립된다.
이 경우 55세 이후 임금이 줄어들지 않는다고 가정해도(500만원*30년=1억5000만원) 최소 1500만원의 퇴직급여 차이가 벌어진다. 만약 55세이후 임금이 매년 삭감돼 남은 5년간 평균 300만원으로 줄었다면 격차는 2500만원으로 더 벌어진다. 만 55세 도달 근로자는 매년 20만~25만명 사이로 추정된다.
이와관련 한 퇴직연금업계 관계자는 "현행 DB형 퇴직연금 제도에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 상당한 연금자산 손실이 불가피하다"며 "노사협의 과정에서 이에대한 완충책으로 일부 손실분을 인센티브 형태로 보전받는 논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행 기업 정년이 57~58세 정도이고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 기업의 근로자 평균 퇴직연령도 54세 안팎인 만큼 임금피크제 도입 뒤 실질적인 퇴직급여 손실은 생각보다 적을 수 있다"면서도 "노조가 이를 순순히 받아들일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임금피크제 도입에 따른 퇴직급여 손실문제는 기업들이 DC(근로자책임)형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하면 해소된다. 다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기업이 DB형을 선호하는 것은 근로자가 퇴직시 지급해야할 퇴직급여의 일부분을 장부상 퇴직부채로 기록해 재무적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상 퇴직급여 충당금 사외자산의무적립 비율은 70%인데 이마저도 중소기업들은 제대로 지키지 않고있다. 그런데 당장 DC형으로 옮겨가려면 퇴직급여를 100% 근로자가 지정한 사업자 관리계좌로 이전해야하는 만큼 기업의 재무적 부담이 커지게된다. 특히 사외적립률이 낮은 중소기업의 경우 더욱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노동계의 반감을 해소하는 것도 숙제다. 노동계는 퇴직자산의 안정적 운용을 우선시해 비원리금보장(실적배당형)상품 비중이 높은 DC형에 대해 탐탁치 않게 생각한다. 실제 민주노총은 지난해 정부의 사적연금 활성화대책을 내놓자 "근로자의 연금자산을 자본시장의 불쏘시개로 쓰려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