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통상임금 협상 왜 서둘렀나 했더니
지난 4월 베이징모터쇼에서 첫선을 보인 쉐보레 크루즈 후속 모델 일부가 한국지엠 군산공장에서 생산되는 것으로 결정됨에 따라 한국지엠의 글로벌 경쟁력이 재신임을 받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쉐보레 크루즈의 제조사인 미국GM은 2012년 쉐보레 크루즈 후속 모델 생산기지에서 한국을 제외시킨 바 있지만 지난 24일 한국지엠이 노조에 쉐보레 크루즈 후속 모델 군산공장 생산을 제안하며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기대하지 않았던 제안을 받은 셈이다. 이 때문에 업계의 관심은 세계적인자동차 기업이 중대 결정을 번복한 배경에 쏠리고 있다.
업계는 이번 결정이 올 들어 수천만대의 차량을 리콜하며 품질에 심각한 위협을 받은GM의 고민을 방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GM은 지난 상반기 차량 장치결함 문제로 3000만대를 리콜했으며 이 때문에 최고 경영자인 메리 바라가 미국 상원 청문회에 불려가기도 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난25일에는 좌석 높낮이 조절 볼트에 문제가 생겨 41만4000여대, 좌석고리 용접 불량 문제로 12만4000여대를 추가로 리콜했다.
결국GM은 리콜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상반기에만 2조5000여억원을 지출했고 향후에도 비용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GM본사는 세계 160여곳에 위치한 생산 공장의 품질을 대대적으로 검증해야 했고 결국 불량률이 낮은 한국 공장을 다시 선택했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한국지엠이 공개한 바에 따르면 북미지역 GM 전체 리콜 대수 중 한국 공장 생산물량이 차지하는 비율은 1%에 그친다.
한국지엠은 신형 쉐보레 크루즈 생산을 차질없이 완수하면 이후 더 많은 물량을 배정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GM이 쉐보레 유럽 브랜드 철수를 결정하기 전까지는 세계 쉐보레 물량의 4분의 1을 한국지엠이 담당했을 정도로 비중이 컸다.
신형 쉐보레 크루즈의 군산 공장 생산안은 이번 통상임금 협상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해냈다. 통상임금 확대안 적용 시기를 두고 노사가 팽팽히 대립하던 시기에 캐스팅보트 역할을 충실히 해냈기 떄문이다. GM본사는 신형 크루즈 생산기지를 재검토하면서 한국을 유력 후보로 떠올렸지만 파업 등변수를 우려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한국지엠은 업계 최초로 노조에 통상임금확대를 제안한다는 부담감을 감수하면서까지 파업을 막기 위해 사활을 걸었다는 분석이다.
현재 한국지엠은 부평, 군산, 창원에 완성차 공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충남 보령에는 미션을 생산하는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연간 최대 생산량을 보면 부평이 39만대, 군산이 24만대. 창원이 20만대이며 이 중 군산공장은 쉐보레 크루즈와 올란도를 생산해왔다. 작년 한국지엠이 수출한 물량이 총 63만대인것을 감안하면 공장이 풀가동되지 않는 터라 물량 확대는 여러 모로 반가운 소식이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향후 물량을 더 배정할지 섣불리 예측하긴 힘들지만 이번 쉐보레 크루즈 후속 모델 배정은 한국지엠 내부에서 매우 고무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통상임금 등 예민한 부분에 대해 노사 간 합의가 된 만큼 이제 남은 일은 품질 향상에 힘을 쏟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