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양영권 기자, 박상빈 기자] [GM, 호주 공장 철수발표 직전까지도 철수설 부인…높은 통화가치·생산비용 등 한국상황과 비슷]
"잘 짜인 시나리오 한 편을 보는 것 같다."
글로벌 본사의 생산성 문제 지적과 구조조정 전문가 차기 최고경영자(CEO) 영입, 해외 생산 모델 수입 판매, 국내 생산 모델 단종. 최근 한국GM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고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한국 철수를 위한 일련의 준비 작업으로 보인다"며 이같이 말했다.
22일 한국GM과 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은 올해 하반기 준대형 세단 임팔라를 출시하기로 하고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 임팔라는 지난해 미국에서 14만280대가 팔린 베스트셀링 모델이다. 국내에는 완성차 형태로 수입해 판매할 계획이다.
임팔라가 국내에서 판매되면 국내 부평2공장에서 생산하는 알페온은 단종을 맞는다. 한국GM은 임팔라의 국내 판매 대수가 1만대를 넘으면 국내 생산을 고려한다는 입장이지만 올해 1∼5월 알페온의 판매량이 1698대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가능성은 희박하다.
한국GM은 그동안 캐딜락 브랜드 승용차와 쉐보레의 스포츠카인 카마로와 콜뱃, G2X 등을 수입해 판매했지만 이번 임팔라 수입은 의미가 남다르다. 슈퍼살롱과 임페리얼, 아카디아 등으로 이어진 대형세단 제조 명맥이 끊기는 것이다.
한국GM은 차세대 볼트를 내년부터 수입해 판매하기로 하는 등 '수입차' 라인업을 점차 늘릴 계획이다. 지난해 '쉐보레' 브랜드의 유럽시장 철수로 일감이 감소한 한국 내 생산시설의 존재감은 완성차 수입 확대로 더욱 약해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한국 생산 비중 축소가 GM의 한국 철수를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세르지오 호샤 한국GM 사장을 비롯해 현 한국GM 경영진은 지속적으로 "한국 철수는 없다"고 단언하고 있지만 2013년 10월 이뤄진 GM의 호주 철수 과정을 보면 발언의 신뢰감은 높지 않다.
2013년 5월 포드가 먼저 호주 시장에서 철수한다고 발표했을 때만 해도 마이크 데버루 GM홀덴 CEO(최고경영자)는 "호주에서 자동차 생산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불과 5개월 만에 GM은 호주 공장 폐쇄를 공식 발표하기에 이른다.
당시 GM은 호주 철수 이유로 높은 호주 달러가치와 대당 생산 비용을 들었다. 이는 현재 한국의 상황과도 맞아 떨어진다.
최근 유로화, 엔화 대비 원화 가치가 급상승해 한국 제조업이 경쟁력을 잃어가는 가운데, 스티븐 자코비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지난달 로이터 통신과 한 인터뷰에서 강성 노조를 거론하며 "한국GM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구조조정 전문가로 알려진 제임스 김 씨가 한국GM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취임했다. 호샤 사장이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현재 자동차 내수시장은 심각한 상황으로 한국 정부가 하루속히 특단의 지원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한 것도 '철수'에 앞서 명분 쌓기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국GM 노조도 임팔라 수입 판매를 비롯한 현 상황을 범상치 않은 상황으로 보고 주시하고 있다. 노조는 현재 진행 중인 단체협상 요구안을 통해 완성차 수입 판매를 공식 반대했다.
노조 관계자는 "임팔라는 국내에서 출시되는 만큼 국내에서 생산하는 것이 맞다"며 "임팔라가 정확히 언제 어떤 방식으로 도입될지 사측이 밝히고 있지 않은 만큼 아직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양영권 기자 indepen@mt.co.kr, 박상빈 기자 bini@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