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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79년 옛 소련 시절, 모스크바에서 동남쪽으로 150㎞ 지점에 있는 작은 공업도시 스베르들롭스크(현 예카테린부르크) 지역에서 2개월 동안 약 2천 명의 주민들이 갑자기 고열과 기침에 시달리다가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당시 소련 당국은 한 도축업자가 탄저병에 걸린 소를 불법적으로 판매하는 과정에서 단지 63명이 사망한 사건이라고 은폐했지만, 결국, 인근에 소련의 탄저균 실험실에서 공기 중에 유출된 탄저균 포자가 바람을 타고 이 지역으로 날아가는 바람에 이러한 참사가 일어났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말았다.
당시 측정할 수도 없을 만큼 적은 양의 살아있는 탄저균 포자가 공중으로 날아갔을 뿐인데, 2천 명이 넘는 무고한 주민들이 사망한 것이다. 약 100kg 정도의 탄저균이 주거 밀집지의 상공에 살포된다면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사망할 것이라는 추측이 확인된 순간이었다. 탄저균이 ‘죽음의 수소폭탄’으로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약 1년 전인 지난해 6월 13일, 이른바 ‘13일의 금요일’이라는 징크스를 가진 날에 미국 애틀랜타에 있는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연구실에서 이른바 ‘살아있는 탄저균’에 75명이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탄저균 샘플을 옮기는 과정에서 전부 죽은 줄로만 알았던 탄저균 일부가 살아있었던 것이다. 90%가 넘어가는 탄저균의 치명룰에 미 의회는 어떻게 이러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었는지와 방지 대책을 마련해 올해 5월 말까지 보고하라고 CDC에 요구했다.
그런데 이 대책 보고서가 채 완료되기도 전에 이번에는 미 국방부 연구소에서 살아있는 탄저균이 발견되었다는 사건 소식이 전세계를 강타했다. 조사해보니 캐나다 일본 등 외국에도 배달되었지만, 가장 최근에는 우리나라 오산 미 공군기지에 배달되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미 상원의원까지 나서서 어떻게 이러한 치명적인 살상력을 가진 물질이 민간 택배회사를 통해서 전달될 수 있느냐고 따지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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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녹색연합, 한국진보연대,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주최로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열린 미국의 살아있는 탄저균 국내 반입 규탄 기자회견에서 한 참가자가 방독면을 쓰고 서 있다. ⓒ 연합뉴스 | ||
미국은 지난 2001년 9·11테러 직후 발생한 이른바 탄저균 편지 배달 사건으로 충격을 받은 바 있다. 탄저균을 연구하던 미 육군 연구소 직원이 앙심을 품고 극미량의 탄저균을 편지 봉투에 넣어 배달했을 뿐인데, 배달부와 이를 받은 언론사 직원을 포함해 5명이 숨지고 17명이 치명상을 입은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러시아와 미국은 이미 탄저균의 무서움을 직접 경험한 나라이다. 생물학전 연구원들이 가장 취급하기를 꺼리는 물질 중에 하나가 탄저균이라는 사실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다. 가장 핵심 이유는 탄저균을 완전히 죽일 수 없다는 것이다. 탄저균의 한 샘플에는 약 1마이크론 크기의 탄저균 포자 100억 개가 존재하는데, 방사능 등을 통해 99.999%를 다 살균 처리한다고 해도 약 10만 개가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단 한 개의 샘플에서도 이 10만 개의 살아 있는 탄저균 포자가 공기 중으로 날아간다면? 이미 CDC는 지난 10일, 내부적으로 작성한 보고서를 통해 이번 살아있는 탄저균 사태가 이렇게 기술적으로 완벽하게 살균 처리하지 못한 것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문제는 두 가지이다. 이는 앞으로도 얼마든지 재발할 수 있다는 것이고, 그보다 중요한 하나는 이 살아있는 탄저균이 배달만 된다고 하더라도 치명적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유독 한국에서만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메르스’라는 이른바 ‘중동호흡기증후군’이라는 바이러스가 급속히 확산해 주요 이슈가 되었지만, 이렇게 치명적인 탄저균이 오산 미군기지로 배달되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은 언론에서도 잘 심층적으로 다루어지지 않고 그렇게 묻혀갔다.
일부 언론이 이러한 생화학전 실험이 한반도에서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과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던 일이라는 점을 지적해도 우리 정부는 미국에 말 한마디 제대로 못 하는 꿀 먹은 벙어리로 둔갑했다. 어쩌면 이는 이른바 주한미군의 생화학전 프로젝트인 ‘주피터 프로젝트’를 총괄한 책임자가 “한국은 아무 곳에서나 실험하기에 아주 좋은 우호적인 국가”라는 소름 돋는 말을 아무 주저 없이 할 수 있었던 이유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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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원식 민중의소리 전문기자 | ||
메르스는 치유할 수 있고 이 확산 시기를 지나고 나면 많은 경험이 축적되어 재발에 대해서는 방지할 방안도 강구될 것이다. 그런데 소리 없는 죽음의 수소폭탄으로 불리는 탄저균은 전혀 그렇지가 않다. 연구 단계에서 살아있는 포자가 발견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초비상이 걸리는 것이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이다.
만에 하나라도 이러한 살아있는 몇 그램의 탄저균 포자가 주한미군 기지 인근의 주거지로 날아간다면 그 피해를 가히 상상이라도 할 수 있겠는가? 메르스에 묻혀 있더라도, 아니 메르스 사태가 끝나더라도 우리가 이번 탄저균 사태에 두 눈을 부릅떠야 하는 이유이다. 바로 나 자신과 내 가족과 내 이웃, 우리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