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자영 기자] 외국계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우리나라의 노동시장이 상당히 경직돼 있다고 비판했다. 생산성은 낮고 노사가 협상하기 위해 치러야 하는 비용은 너무 높다는 지적이다.
세르지오 호샤 한국GM 사장은 17일 한국경제연구원 주최로 전국경제인연합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외국 기업 CEO가 바라본 한국의 노동시장’ 특별좌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호샤 사장은 “최근 2년 간은 파업 없이 노사협상을 마무리했지만 아직도 노사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치러야 하는 비용이 높다”며 “결국 협상 타결을 위해선 임금인상을 대가로 치룰 수밖에 없다”며 말문을 열었다.
호샤 사장은 “한국GM은 지난 5년 사이 인건비가 50% 이상 증가하는 대가를 치렀다”며 “그 결과 한국GM의 전체 생산비용에도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털어놨다. 호샤 사장은 “한국 GM의 생산비용은 회사가 설립된 2002년 대비 2.39배(지난해 기준) 가량 상승했다”며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는 약 1.4배 상승한 것을 볼 때 증가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고 설명했다.
호샤 사장은 한국 자동차산업의 생산물량이나 일자리가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지난 2002년 국내 자동차 생산비중은 95%, 해외생산(OEM) 비중은 5%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2년에 해외생산 비중이 국내생산을 추월한 뒤 지난해에는 해외생산 비중이 55%까지 늘면서 국내생산 은 45%로 줄었다.
그는 낮은 생산성도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자동차산업의 평균 생산성(HPV)은 26.4시간으로 도요타 24.1시간, 미국 GM 23.4시간에 비해 낮다. 이 수치는 차를 한 대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을 뜻한다. 게다가 인당 매출액도 한국 자동차업계(평균)는 7억4700만원으로 도요타 15억9400만원, 미국 GM 9억6800만원에 비해 낮았다.
그는 “한국은 탄소배출 규제 등 자동차 산업 규제가 세계에서 가장 엄격하기 때문에 고비용 국가로 분류되고 있다”며 “산업 경쟁력 차원에서 생산성 절감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현재 추진되고 있는 노동개혁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날 좌담회에 참가한 미국계 산업용장비 생산업체인 파카코리아의 유시탁 전 대표는 “한국 노조의 이미지가 해외자본의 국내 투자를 가로막고 있다”며 “한국에서 기업인수 검토가 이뤄질 때 가장 먼저 노조 유무 등을 면밀히 검토한다”고 밝혔다. 이는 결과적으로 한국 투자의욕은 감퇴시키고 경쟁국인 중국 투자만 늘리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설명이다.
한편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노사정이 1년 여에 걸쳐 합의를 이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유연하고 공정한 노동시장을 구체화하는 건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했다. 권 원장은 또 “이태리, 스페인 등이 추진한 노동개혁이 성과를 보기까지 3년 이상 걸렸다”며 “청년일자리 증가 등 결실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역시 노동개혁의 고삐를 조여야할 때”라고 덧붙였다.
이날 좌담회에는 세르지오 호샤 한국GM 사장을 비롯해 비크람 도라이스와미 주한인도대사, 에미 잭슨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 유시탁 전 파카코리아 대표,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 등이 참여했다. XM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