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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석에서 대화를 나눠보면 기자들은 화쟁위원회 생각에 공감하고 동의한다. 그런데 기사가 나가는 걸 보면 편을 나누고 서로를 불신하게 한다. 문제를 얽히게 하고 어렵게 만든다.”
조계종 화쟁위원회(화쟁위) 위원장 도법 스님은 8일 오후 조계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언론에 죽비를 들었다. 그는 “많은 이들이 우려했던 것과 다르게 모든 국민이 바랐던 것처럼 평화로운 대회가 열렸다”며 지난 5일 열린 2차 민중총궐기 집회를 평가했다.
도법 스님은 “그때 정신을 살려서 이번 일도 마무리될 수 있도록 하는 게 화쟁위 입장”이라며 “언론도 제 역할을 해주시길 간곡하게 청한다”고 했다. 종교계와 노동계 사이의 갈등을 조장하는 보도 대신 사태 원인이 무엇인지 살펴봐달라는 얘기로 들렸다.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이날 기자회견은 오전 화쟁위 회의에 대한 브리핑을 하는 자리였다. 기자회견이 끝나자 스님의 가르침을 잊은 듯, 언론은 너 나 할 것 없이 ‘화쟁위 “한상균, 거취 조속히 결정해야”’ 등으로 제목을 뽑으며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과 노동계를 압박했다.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종교계도 한상균을 버렸다?
   
▲ 조계종 화쟁위원회 위원장 도법 스님(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이날 도법 스님은 “야당(새정치민주연합)은 노동관련법을 연내 처리하겠다는 당론을 확정해 밝혔다. 야당의 약속, 무엇보다 국민들을 믿고 한상균 위원장이 자신의 거취를 조속히 결정해 줄 것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언론이 없는 말을 지어낸 것은 아니다. 
그러나 도법 스님 발언의 방점은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시장 구조 개편안’에 찍혀 있었다. 박근혜 정부가 사회적 반발을 무시하고 노동 유연화를 골자로 한 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에 대한 우려였다. 
“미래세대에 희망을 줄 수 있는 노동개혁이 되기 위해서는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하는 주체는 물론이고 민주노총, 비정규직, 청년세대 등 당사자들이 폭넓게 참여하는 국민적 공론의 장이 조속히 마련돼야 합니다. 정부·여당도 적극적으로 화답해 주시기를 부탁합니다.”
   
▲ 백남기대책위는 8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조계사 일주문 앞에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경찰의 체포 시도와 출두 강요를 규탄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이러한 맥락을 무시한 채 한 위원장이 불교계로부터 쫓겨나길 바라는 것처럼 기사가 쏟아졌다. 
‘한상균, 언제까지 조계사에?… 일부 신도 관음전서 끌어내려다 실패’(동아일보), ‘한 위원장 퇴거 미뤄지나… 난처해지는 조계사’(연합뉴스), ‘‘벼랑 끝’ 한상균, 불만 표출에 점점 사면초가 ‘고립무원’’(스포츠서울), ‘조계사 장기 은신 부담됐나?… 화쟁위, 한상균에 ‘조속 거취 결정’ 요청’(이뉴스투데이) 등이다. 
특히 문화일보, 연합뉴스 등은 화쟁위가 9일 오후 5시까지만 중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반면 도법 스님은 사실을 부인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대화를 하면 온갖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과정에서 나왔던 이야기는 비공개가 원칙”이라고 언론의 ‘오버’에 선을 그은 것이다. 
   
▲ 기자들이 8일 오후 조계사 관음전 앞에서 취재·기사 작성 및 대기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본질을 외면하고 한상균만 쫓는 언론에 대한 불신은 커지고 있다. 조희주 계급정당추진위 대표는 이날 조계사 일주문 앞에서 열린 백남기대책위 기자회견에서 “왜 언론은 빈민과 농민들이 거리에 나오게 됐는지 보도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조 대표는 “한 위원장이 나가는지 여부는 쟁점이 아니”라며 “기자분들 노동자, 농민, 청년들이 거리로 나온 까닭에 대해 집중 보도 해달라”고 절규했다. 그러면서 “자본과 정권이 한 위원장을 가두고 있는 것”이라며 “박근혜 정부는 단 한 번이라도 노동자, 빈민과 소통해본 적 있느냐”고 비판했다. 
한 위원장이 은신해 있는 관음전 앞에는 현재까지도 많은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다. 그들의 노동은 어떤 기사를 만들어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