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13일 대국민 담화에서 ‘노동 5법’ 중 기간제법을 버리고 파견법을 선택했다. 이날 담화 뒤 노사정의 관심은 청와대가 왜 파견법을 선택했는지, 노사정 합의 파탄을 선언한 한국노총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였다.
박 대통령은 담화에서 제조업 근간을 이루는 뿌리산업의 인력난 문제 등을 간접적으로 언급하며 파견법 개정안 통과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사용자들이 파견 노동자를 쉽게 쓸 수 없도록 하는 규제가 “중소기업을 사지로 모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파견법을 선택한 이유를 일자리 창출과 연계해 해석했다. 노동부는 “파견법은 일자리를 찾거나 실직 중인 중장년층에게 양질의 일자리 기회를 주는 동시에, 중소기업의 인력난 해소 등 어려운 경영여건 극복을 위한 입법으로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대통령의 노동개혁 4법 제안은 노동개혁 법안 통과의 절박성을 고려한 통치권 차원의 결단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동부 설명은 사후적 분석일 따름이다. 주무부처이지만 담화 발표 이후에야 노동 4법 중 기간제법이 빠지고 파견법이 포함된다는 점을 알았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파견법을 선택한 실제 배경은 재벌이 가장 원하는 것이 기간제법이 아니라 파견법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초부터 기간제법은 ‘버리는 카드’라고 분석해온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10대 재벌의 사내하청 규모가 40만명에 이르는데 파견법이 개정되면 현대차를 비롯한 대기업의 골칫거리인 불법파견 문제가 일정 부분 해소될 수 있다”며 “뿌리산업 파견 허용은 특히 대기업이 하청업체를 통해 파견이 금지돼 있는 제조업 직접생산 공정에 파견 노동자를 쓸 수 있는 우회로를 열어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또 기간제법의 경우 드라마 ‘미생’의 장그래(비정규직)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청와대가 정치적 부담을 느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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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사실상 기간제법 포기라는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지난 11일 노사정 합의 파탄을 선언한 한국노총은 정부의 태도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한국노총은 “이제라도 기간제법뿐 아니라 파견법 등 비정규직 양산법을 폐기하고,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관련 2가지 지침에 대해 원점에서 기간의 정함 없이 충분히 협의하겠다는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이날 한국노총에 16일부터 1박2일간 양대지침 워크숍을 열자고 제안했지만 한국노총은 이를 “면피용”이라고 보고 불참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