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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병찬 대기자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78

글쓴이 : 한겨레 날짜 : 2014-10-20 (월) 20:24 조회 : 1949

이제 한번쯤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닙니까

등록 : 2014.10.20 15:26수정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정기국회 뒤 개헌 논의 봇물’ 발언에 대해 사과한 뒤 승강기에 올라 눈을 감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온갖 부실과 참사 터져도 늘 남 탓만 하는 당신…
새누리당에선 ‘책임 정치’ 말하며 개헌론 꺼내드는데
당신은 이제 어떻게 해야 합니까

곽병찬 대기자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78
또 참사군요. 지붕이 무너져 내리고, 배가 물속으로 쳐박히고, 땅이 꺼졌습니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온 이들은 그렇게 깔려죽고, 수장돼 죽고, 떨어져 죽고 있습니다. 이제 어디서 어떤 일이 일어나 어떤 비명횡사가 일어날지…. 삐라 때문에 총격전이 오가는 휴전선에서 터지는 것은 아닌지, 하루하루의 삶이 살얼음 걷듯 합니다.
한 가지 묻겠습니다. 요즘 개헌 논의가 여기저기서 삐져나오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그것도 당신의 충성스런 새누리당에서 틈만 나면 개헌 문제를 꺼내드는 까닭 말입니다. 그리고 김무성 대표가 17일 전날 상하이 발언을 취소하고 ‘대통령께 사과’까지 했는데, 과연 그의 진심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그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정기국회가 끝나면 (개헌 논의가) 봇물 터지고, 봇물이 터지면 막을 길이 없을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이 선호하는 권력 구조 형태는 “외교·국방은 대통령이 하고 내치는 총리가 하는 이원집정부제를 선호한다”라고도 말했습니다. 17일 ‘대통령께 사과’하면서도 이렇게 말했죠. “어쨌든 정기국회 끝날 때까지 우리 당에서는 개헌 논의가 일체 없기를 바란다.” 사과하기 이전과 이후 달라진 점이 무엇인지 아시겠습니까?
지금까지 새누리당에선 이재오, 이인제, 김태호 최고위원 등 당 중진들이 개헌 논의를 이끌어왔습니다. 대놓고 말은 하지 않지만 남경필, 정몽준 의원 등도 개헌에 찬성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한결같이 주장하는 바람직한 권력구조 형태는 분권형 대통령제입니다. 권력을 대통령과 총리에게 양분하는 이원집정부제입니다. 더 실감나게 말하면 당신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자는 것입니다.
그 이유로 역시 한결 같습니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병폐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국가 개혁이다, 국가 개조다 온갖 소리를 하고 있는데, 핵심은 이 제왕적 대통령제를 고치고, 나라 전반에 있어서 독점의 권력에서부터 나눔의 권력으로 체제를 바꾸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국가 경쟁력을 한 단계 올리자는 것이죠.”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이재오 의원이 한 말이지만, 다른 사람들의 논리도 대동소이합니다.
지난 10월6일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김기춘 비서실장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개헌 블랙홀론’을 폈다. 뉴시스
그러나 ‘제왕적 대통령제’ 때문이라는 것은 사실 어폐가 있는 주장입니다. 당신이 푸념하듯이 주요 인사, 예산, 입법 등에서 주요 정책 결정을 대통령이 마음대로 할 수 없습니다. 물론 거수기 노릇을 하는 다수당인 여당이 있어 제왕처럼 행세를 할 순 있습니다만 당신이 야당 대표 시절 옛 한나라당이 90여일 간 그랬듯이 야당이 나자빠지면 다수 여당도 뜻대로 할 순 없습니다. 게다가 아무리 거수기 노릇에 길들여졌어도 여당도 대통령의 터무니 없는 인사안이나 법안, 예산안에 대해 무턱대고 따르기는 힘듭니다.
따라서 새누리당 개헌론자들이 문제 삼는 개헌의 이유는 ‘제왕적 대통령제’라고 해서는 정확하지 않습니다. 그 앞에 이런 수식이 붙어야 합니다. ‘무능하고 또 책임지지 않는’ 제왕적 대통령 말입니다. 아마 이들도 넌더리가 난 지 모르겠습니다. 온갖 부실과 참사가 터져도 대통령은 허구한 날 남 탓, 관료 탓, 정치권 탓만 하고 있습니다. 300여명이 죽어가는 동안 단 한명도 구조하지 못하고도, 왜 대통령이 책임져야 하지? 청와대가 콘트롤 타워였나? 이 따위 논란만 벌렸습니다. 그 사이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고 물이 갈라지는 사고가 이어졌습니다. 게다가 민생은 물론 대한민국 경제까지 곤두박질치고 있습니다. 여당 의원들은 아닌 게 아니라 이대로 가다가는 정권을 다시 잡기는커녕 국회의원 자리도 떨어져나가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여당의 개헌론이 매번 ‘책임 정치’와 연결되는 까닭은 여기에 있습니다. 이 모든 걸 한 마디로 압축하고 있는 게 김 대표의 이 발언입니다. “유능한 대통령에게 5년은 짧고, 무능한 대통령에게 5년은 길다.” 당신은 어느 쪽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새누리당 의원들의 당신에 대한 평가는 이미 내려졌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현직 대통령이 그 직분을 제대로 수행한다면 그런 권력구조 개편 논의가 여당에서 나올 리 없습니다. 지금은 임기가 채 2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입니다.
한 방송사(CBS노컷뉴스)가 국회의원 231명이 개헌에 찬성하고 선호하는 권력구조는 이원집정부제와 4년 중임제라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한 6일 당신은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개헌론에 쐐기를 박았습니다. “장기간 표류하던 국회가 정상화돼 이제 민생법안과 경제 살리기에 주력해야 하는데 개헌 논의 등 다른 곳으로 국가 역량을 분산시킬 경우 또 다른 경제의 블랙홀을 유발시킬 수 있다.” 한 마디로 개헌 ‘개’ 자도 꺼내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로부터 불과 열흘 만에 김 대표는 “정기국회 끝나면 (개헌 논의가) 봇물 터지고, 봇물이 터지면 막을 길이 없을 것이다”라고 당신의 말을 걷어차 버렸습니다.
사실 지금 이 나라의 블랙홀은 개헌론이 아닙니다. 태만한 국회 관료도 아닙니다. 솔직히 말해 이 나라의 블랙홀은 대통령입니다. 민생의 블랙홀도, 국민 안전의 불랙홀도, 인권의 블랙홀도 대통령입니다. 문화 예술의 블랙홀도, 창조와 미래를 죽이는 블랙홀도 대통령입니다. 비극적인 일이 계속 터져도, 그런 일을 방치하고, 조장까지하고도, 아무런 책임도지지 않는 이 나라 대통령입니다. ‘대통령의 실종된 7시간’이 얼마나 많은 문제를 야기했는지 생각해보면 알 겁니다. 참사는 계속 이어지는데 제대로 진상을 규명하지도 책임을 지지도 않으니, 어떻게 안전한 사회가 이루어지겠습니까. 사찰이 온오프를 막론하고 전방위로 이뤄지는데, 어떻게 창조가 가능하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겠습니까. 다이빙벨을 소재로 한 영화 한 편 때문에 이십여년 쌓아올린 부산영화제의 명성을 송두리째 무너트리려 하는데, 어떻게 문화 융성이 되겠습니까. 부자에겐 더 부자가 되도록 하고, 서민은 빚 내서 쓰라고 등을 떠미니 어떻게 민생이 살겠습니까.
세월호 참사 때 구조됐던 단원고 교감선생님은 자책감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이 정부가 잘 둘러대는 말을 적용하면, 사실 세월호 침몰과 교감선생님이 무슨 상관입니까. 연안 페리 산업 활성화를 위해 폐선의 선령을 늘렸습니까, 증개축을 허가했습니까, 출항을 허가했습니까, 세월호 운항의 키를 잡았습니까, 구조를 책임졌습니까, 국민의 생명 보호를 헌법상 책무로 선서하기라도 했습니까. 그런데도 그의 도덕 감정은 아이들을 놔두고 살아나온 자신을 용납할 수 없었습니다.
이번에 판교 테크노밸리 축제 참사에서도, 이 행사를 계획했던 경기도과학기술진흥원 담당자가 스스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숨지기 전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런 글을 남겼습니다. ‘희생자들에게 죄송하고 동료와 가족들에게 미안하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왔는데 생각지도 못한 일이 발생했다. 사고로 죽은 이들에게 죄송한 마음이다. 진정성은 알아주셨으면 한다.’ 환풍구 덮개가 무너져 내린 것이 왜 그의 책임입니까. 그가 환풍구 설계를 했습니까, 공사를 했습니까, 감리를 했습니까, 준공검사를 했습니까. 다중 집회의 안전을 책임지는 경찰관이었습니까. 그는 이 정권이 추진해온 융복합 창조경제 기조에 따라 이번 행사를 입안했을 뿐입니다. 그러나 그는 역시 자책감을 이기지 못하고 세상을 떴습니다. 희생양을 만들어 처절하게 짓밟았던 세월호 수사의 악몽이 생각났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곽병찬 대기자
자, 그럼 당신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았던 당신은 이제 어떻게 해야 합니까. 거짓 눈물도 한두 번이고, 포실 포실한 웃음도 한두 번입니다. 이젠 당신의 수족들이 ‘책임 정치’의 구호 아래 권력구조를 바꾸자며 흔들고 있는 판입니다. 무엇으로라도 한번쯤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닙니까. 국회의원들에게는 세비 반납 운운한 적도 있는데, 무엇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곽병찬 대기자 chank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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