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지엠 사내 협력업체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사측을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소송 항소심에서도 원청업체 정규직 지위가 인정됐다.
부산고법 창원제2민사부(재판장 문형배 부장판사)는 21일 한국지엠 창원공장 사내 협력업체 비정규직 근로자 5명이 한국지엠을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임금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원고는 피고의 근로자 지위에 있음을 확인한다"며 "한국지엠은 원고들에게 1인당 5400만~7200만원의 임금을 지급하라"고 밝혔다.
사측은 "협력업체들은 근로자파견 관계가 아닌 도급 관계이며, 원고들은 각각 소속된 협력업체로부터 지휘·감독을 받았다"면서 "원청업체가 원고들을 상대로 한 지시는 도급인이 수급인의 이행보조자에게 할 수 있는 통상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애초 고용간주 규정의 적용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현행 파견법에 따르면 자동차 등 제조업에서는 파견 자체가 불법이다.
근로자 파견의 불법 여부는 ▲작업배치·변경 결정권 ▲업무지시·감독권 ▲근태관리권 ▲업무수행 평가권 ▲연장·휴일·야간 근로 등 근로시간 결정권 등을 실제 누가 갖고 있느냐가 쟁점이다.
재판부는 "민사재판에 있어 형사재판에서 인정된 사실에 구속을 받는 것은 아니더라도 이미 유죄로 확정된 관련 형사사건의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은 유력한 증거자료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지엠은 파견근로자 보호법을 위반해 지난 2013년 2월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다"며 "한국지엠과 협력업체들의 관계가 근로자 파견 관계로 인정됐기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배척할 수 없고 법원에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사실인정을 뒤집기에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앞서 지난 2014년 12월 1심 법원도 사내 협력업체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한국지엠의 직접 지휘 및 명령을 받으면서 한국지엠 정규직 직원과 같은 공정에서 일하고 있어서 도급 형태가 아닌 파견 형태로 근무한 것으로 판단했다.
또 한국지엠이 미리 작성해 배포한 표준작업서와 단위작업서 등에 의해 협력업체 직원들이 업무를 수행한 점, 컨베이어벨트 좌우에 한국지엠과 협력업체 직원들이 혼재 배치돼 근무한 점 등을 근거로 들어 정규직 지위를 인정하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와 관련 금속노조 경남지부 법률원 김태욱 변호사는 "사측은 원고 5명 가운데 3명은 간접 공정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5명 모두 파견이라고 인정한 것"이라며 "결국 완성차 업체의 사내 하청은 작업 내용과 무관하게 파견으로 봐야 한다는 것을 재확인시켜준 판결"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한국지엠이 대법원 상고를 포기하고 하루빨리 이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한국지엠 창원비정규직지회는 지난 2013년 2월 파견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 유죄 확정판결에도 한국지엠이 정규직 전환을 하지 않자 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