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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침의 노림수, 저성과자=무능력자

글쓴이 : 김기덕변호사 날짜 : 2016-02-19 (금) 09:47 조회 : 4575  010-****-****
지침의 노림수, 저성과자=무능력자
김기덕  |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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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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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저성과자 해고 지침이 발표된 지도 20여일이 지났다. 민주노총은 총파업을, 한국노총도 반대투쟁을 선언하고 지침을 철회할 것을 요구해 왔다. 일부 사업장에서는 노사가 저성과자 해고제 도입에 합의했다고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노동자의 분노는 이 나라를 뒤덮어야 마땅했는데 현실은 조직노동자의 일부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투쟁을 외치는 이조차도 얼마나 철저히 분노하고 있는 것일까. 고용노동부가 지침을 통해 저성과자를 해고할 수 있도록 발표했다고, 지침이 노동자권리를 침해한다고 이렇게 분노하고 있건만 정작 지침을 얼마나 냉정하게 읽었던 것일까.

2. 법도 아니고 판례도 아니다. 발표한 노동부도 알고, 반대하는 노동자도 안다. 노동부는 단지 법과 판례를 인용·참조해서 가이드북으로 정리해 발표한 것일 뿐이라고 변명하고, 노총 등 노동조합은 법과 판례도 아닌 지침은 무시하면 되는 것이라고 산하 조직 조합원들에게 선전·교육하고 있다. 그렇다면 굳이 지침으로 발표할 일도 아니고, 고용에 관한 노동자권리를 저해하는 것이라고 반대할 일도 아니다. 쓸데없이 발표한 것이고, 쓸데없이 투쟁하는 것이다. 정말 그렇다면 오늘 이 나라에서 권력과 노동이 저성과자 해고 지침을 둘러싸고 대립하고 있는 이 현실은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별일이 다 있다. 그러니 다시 한 번 읽어야 한다. 차갑게 식은 머리로 저성과자 해고 지침을 읽어야 한다. 법도 아니고 판례도 아닌 지침이 법과 판례가 선언한 노동자권리를 저해하는 짓을 하지 않은 것인지 살펴봐야 할 일이다.

3. 지침은 "통상해고는 일반해고라고도 하며, 독일 해고제한법상 근로자의 일신상 사유로 인한 해고와 유사한 의미"라고 하고서, "사용자가 근로자의 근로계약상 근로제공 의무를 이행하지 못함을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하는 것"으로서 "근로자의 부상·질병 등 그 밖의 건강상태로 인해 근로제공의 어려움을 이유로 한 해고, 형사소추·구속·유죄판결·징역·금고형 등으로 노무제공 의무의 이행불능에 따른 해고"와 함께 "업무능력 결여, 근무성적 부진 등을 이유로 한 해고"를 더해 징계해고·정리해고와 구분해서 통상해고 사유로 파악해서 발표하고 있다(78~79면). 그러나 근로기준법은 독일법과는 달리 일신상의 사유, 행동상의 사유, 사용자 경영상의 사유로 해고의 사유 내지 유형을 구분하지 않았다. 근로기준법 제24조 정리해고와 그 외 정당한 이유에 의한 해고 일반이 있을 뿐이다. 물론 부상·질병 등 신체적·정신적 결함 내지 장애로 인해서 근로계약상 노무제공을 할 수 없는 경우에 하는 해고는 정당한 이유가 인정될 수 있다. 통상적으로 이러한 경우에는 징계절차에 의해서 해고하지 않고 퇴직처리하는 바, 이를 두고 징계해고와 구분해서 통상해고라고 실무상 불러 왔다.

그런데 이번 저성과자 해고 지침에서는 저성과자를 신체적·정신적 결함 내지 장애가 있는 자와 마찬가지로 취급해 버렸다. 이는 통상해고 사유로 "업무능력 결여, 근무성적 부진 등"을 포함시켜 마침내 저성과자 해고를 여기에 해당하는 것으로 포섭함으로써 달성했다. 분명히 저성과자가 신체적·정신적인 결함 내지 장애가 있는 근로자라고 볼 수는 없는데도, 그와 같이 취급할 수 있도록 "업무능력 결여, 근무성적 부족 등"을 근로자의 일신상 사유라며 통상해고의 사유로 끼워 넣는 논리적 조작을 통해 달성했다. 이렇게 지침은 저성과자는 신체적·정신적인 결함 내지 장애가 있는 자, 무능력자로 취급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 이 나라에서 사용자 자본과 권력이 오매불망 퇴출시키려는 저성과자는 무능력자가 아니다. 근로계약상 근로제공을 할 수 있음에도 사용자가 기대하는 성과에 이르지 못한다고 분류돼 사용자가 퇴직할 것을 바라는 자라고 할 수 있다. 사업장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음에도 그는 저성과자라고 퇴출 대상이 되고 있다. 그는 근로계약상 근로제공을 할 수 있는 자이고 단지 사용자가 그의 직위와 보수에 대해 기대하는 성과를 내지 못하는 자일 뿐이다. 아무리 그가 "근무성적 부진"에 해당한다고 해도, 그의 직위와 보수에 상응하는 "업무능력 결여"라고 해도 근로계약상 근로제공을 할 수 있는 근로자다. 그런데 지침을 통해 노동부는 그를 무능력자로 취급해서 통상해고 사유에 해당한다고 발표하고 말았다.

4. 노동부는 지침에서 "계약의 어느 일방 당사자의 책임으로 계약을 이행할 수 없는 경우에는 해지가 가능하다"며, "사용자는 원칙적으로 근로자가 근로제공 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불완전하게 이행하는 등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취업규칙 또는 단체협약 등에 근거 규정이 없더라도 해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저성과자는 무능력자로 취급하고서 그러니 이를 통상해고 사유로 정해 놓지 않았다 해도 사용자는 해고할 수 있다고 지침을 통해 이렇게 밝힌 것이다. 다만 노동부는 지침에서 "근로제공 의무 이행 여부에 대한 판단 예측가능성을 제고하고 정당성을 둘러싼 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해 취업규칙 또는 단체협약 등에 해고사유의 하나로 업무능력 결여, 근무성적 부진 등을 명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사용자들에 대한 권고를 덧붙였다(113~114면). 신체적·정신적 결함 내지 장애가 있는 무능력자라면 이를 해고사유로 정하고 있지 않더라도 통상해고할 수 있는 것이니 저성과자도 그러하다는 것이 노동부의 논리적 귀결일 수밖에 없었다. 아니 어쩌면 이것이 노동부가 이번 지침을 통해 저성과자를 굳이 통상해고 사유로 끌고 온 이유일 수 있다. 지침에서 밝힌 대로라면 굳이 노사 간에 저성과자 해고제도 도입에 합의할 일도 아니다. 지침에서 밝힌 대로면 노동자·노동조합이 반대하거나 말거나 사용자가 저성과자를 통상해고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니 노총 수준에서 반대투쟁을 하고 사업장에서 노조가 저성과자 해고제도를 도입하는 데 반대하면 그만인 일이 아니다.

징계해고 사유는 단체협약·취업규칙 등에서 그 사유를 정하고 있어야 한다. 노동부조차도 해고사유로 정하지 않은 징계해고는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저성과자 해고도 마찬가지라고 봐야 한다.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에서 해고사유로 정하고 있지 않음에도 저성과자를 통상해고할 수는 없는 것이고, 그러한 해고는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말해야 한다. 이것이 법이고 판례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노동부는 지침을 통해 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용자들에게 단체협약·취업규칙에서 해고사유로 정해 둘 필요가 있다고 권고를 말했을 뿐, 통상해고 사유로 정하고 있지 않아도 저성과자를 해고할 수 있다고 사용자들에게 지침을 통해 안내하고 있는 것이니 이것이야말로 고용유연화를 위한 노동개혁의 노림수가 아닐 수 없다. 졸지에 노동자는 저성과자로 분류돼서 무능력자로 취급당해서 통상해고로 쫓겨나게 생겼다. 사업장에서 투쟁으로 저성과자 해고제도의 도입을 막겠다고 해봐야 소용없는 일이라니 노동부는 이번 지침을 통해 노동자투쟁이 쓸데없는 일이라고 말해 버렸다.

5. 오늘 이 나라에서 말하는 저성과자는 고용유연화를 위한 퇴출 대상자를 말하는 것일 뿐이다. 그러니 통상해고 사유에 해당할 수 없다. 사업장에서 얼마든지 제공할 근로가 있음에도 하는 해고는 정당할 수가 없다. 신체적·정신적인 결함 내지 장애가 있는 자는 통상해고할 수 있다지만 저성과자는 아니다. 성과가 낮아도 신체적·정신적인 결함 내지 장애가 없이 일하는 자다. 저성과가 근태불량 등 근로자의 잘못으로 책임을 물을 사정에 의하지 않은 경우라면 그것은 원칙적으로 사용자가 잘못이다. 노동자를 사업에 배치하고 지휘·명령해서 사업의 성과를 내는 일은 사용자의 몫이다. 그러니 원칙적으로 저성과를 노동자의 무능력으로 돌릴 일이 아니다. 저성과자는 무능력자가 아니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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