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번로그인 |로그인|사이트맵
 
  

00:00


조합원게시판 게시판 > 조합원게시판

총 게시물 17,858건, 최근 0 건
   

[세상 속으로] 어느 원전 하청노동자의 죽음

글쓴이 : 경향신문 날짜 : 2016-09-24 (토) 07:40 조회 : 3536  010-****-****
영광 ㅣ 글·사진 박주연 기자
 
입력 : 2016.09.23 22:20:00 수정 : 2016.09.24 00:15:22
ㆍ예기치 않은 사고…책임자는 놔두고 모두 그의 잘못만 물었다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미안하다 칠암폭포.”
지난 5월31일 오전 8시18분 ㄱ씨에게 날아든 단 두 마디의 문자. 발신자는 영광 한빛원전 정비를 맡은 하청업체 한전KPS 직원 김경준씨(42)였다. ㄱ씨에게 불길한 예감이 엄습했다. 사흘전 김씨에게 업무상 좋지 않은 일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이튿날 한전KPS 원청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관계자들에게 불려갔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월요일인 30일 출근도 하지 않았다. ㄱ씨는 김씨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힘내시라’는 문자에도 묵묵부답이었다. ㄱ씨의 연락을 받은 한전KPS 직원 두 사람이 서둘러 영광군 홍농읍 칠암폭포로 달려갔지만 김씨는 세상을 등진 뒤였다. 현장엔 담배꽁초 세 개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김씨 사인을 자살로 결론지었다.
지난 20일 고 김경준씨의 누나 경희씨가 영광 한빛원전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지난 20일 고 김경준씨의 누나 경희씨가 영광 한빛원전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그러나 김씨의 죽음은 풀리지 않는 의혹을 남겼다. 김씨가 왜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지 동기가 명확하지 않은 까닭이다. 김씨의 누나 경희씨(46)는 “한수원과 한전KPS가 모든 책임을 힘없는 계약직에게 전가했다”며 한빛원전과 한전KPS 정문을 오가며 1인 시위 중이다.
[세상 속으로]어느 원전 하청노동자의 죽음
유족과 주변 동료들의 말을 들어보면 김씨의 죽음에는 의문점이 많다. 김씨는 토요일인 5월28일 아버지 기일을 맞아 대구에서 내려온 누나 경희씨 내외와 시간을 보냈다. 오전 10시경 산소에 다녀온 후 인근 불갑사에서 꽃구경을 하고 저녁엔 횟집에서 식사를 하며 오랜만에 회포를 풀었다. 김씨는 이날 조카의 키가 많이 컸다며 조만간 가족사진을 찍자고 제안했다. 또 다음에 4직급 시험을 통과해 울진에서 자리 잡겠다는 등 미래 계획을 밝히며 들뜬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오후 9시 회사에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김씨의 안색이 눈에 띄게 창백해졌다. 직후 어딘가 나갔다가 새벽에 집으로 돌아온 김씨는 잔뜩 어두운 얼굴로 누나 내외에게 “회사에 가봐야 하니 일찍 대구로 돌아가라”고 말했다. 경희씨는 “당초 영광 고모집에 동생과 함께 가기로 했는데 하는 수 없이 대구로 돌아왔다”며 “그게 동생을 마지막으로 본 날이 될 줄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이틀 후 경희씨는 동생의 사망 소식을 통보받았다.
원전은 각 호기마다 18개월 주기로 발전을 중단하고 구동기, 밸브 등의 기계 설비를 새것으로 교체하고, 연료를 재투입하는 정기점검(계획정비)을 한다. 한빛원전 2호기는 지난 5월2일부터 6월29일까지 정기점검 계획이 잡혔다. 김씨는 5월 초 2호기 증기발생기 배관막음장치(노즐댐)를 설치하는 작업에 참여했다. 증기발생기 배관에 덮개를 씌우고 8개의 고정볼트를 체결하는 일이다. 워낙 고방사선 구역이라 작업은 5분 내에 끝내야 한다. 이를 위해 수차례 모의훈련을 하고, 이를 통과한 사람만 작업에 참여한다. 작업 시 오류 발생에 대비해 예비조도 대기한다. 설치작업이 끝나고 작업자가 나오면 현장의 조장(한전KPS 4급)과 감독관(한수원 직원)은 누설시험을 통해 배관막음장치가 완벽히 설치됐음을 확인한다. 당시 김씨는 조장에게 작업이 완벽히 끝났다고 보고했고, 누설시험에서도 이상이 없었다.
그로부터 20여일 후인 지난 5월28일 낮 12시20분경, 김씨가 작업한 막음장치가 터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원자로에 있던 붕산수가 쏟아지면서 원자로 건물 안이 60㎝ 정도 침수되고 각종 고가 장비가 젖었다. 지금까지 국내 원전에서 한번도 일어나지 않았던 심각한 사고였다. 복구 기간이 지연되면 전력 판매 차질로 하루에 최소 10억원 정도의 매출 손실이 발생, 한 달만 가동이 지연돼도 300억원의 손실을 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김씨의 매형 한승철씨(46)는 “처남 장례식 때 한전KPS 제2사업처장에게 ‘도대체 피해액이 얼마나 되는 거냐, 수십억원쯤 되냐’고 했더니 ‘수백억원 수준’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씨가 이 부분에서 압박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수원과 한전KPS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누설사고 발생 다음날인 29일 오전 9시 한수원은 본사 김범년 부사장 주재하에 한빛원전 제1발전소 기술실장과 한전KPS 원자로팀장이 참석한 화상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김씨에 대한 조사가 결정됐다. 앞서 한전KPS 관계자들과 수차례 통화한 김씨는 이날 오전 10시30분 한빛원전 제1발전소 기술실장 방으로 불려가 1시간가량 혼자 조사를 받았다. 이어 오후 2시부터 50분간 한빛원전 제1발전소 기계팀장으로부터 2차 조사를 받았다. 이어 한수원 본사 기계기술팀장이 전화로 20~30분간 3차 조사를 했다. 2차, 3차 조사 때는 한수원 본사에서 급히 내려온 차장 두 명과 한전KPS 기술팀장이 참관했다. 가장 말단인 김씨에 대한 조사는 3차례나 하면서 작업조장(한전KPS 4급)이나 감독관(한수원 직원) 등의 조사는 수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한수원 측과 한전KPS는 “당시 조사라는 표현도 맞지 않고 재발방지를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논의하는 편안한 자리였다. 우리도 김씨가 왜 자살했는지 안타까울 뿐”이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강압적인 조사가 이루어졌는지 확인하기 위해 한수원 측에 부사장 주재 화상회의 및 김씨에 대한 3차례 면담 과정의 녹취록이나 CCTV 자료를 요청했으나 “없다”는 말만 돌아왔다.
조사를 받은 이튿날인 월요일 김씨는 출근하지 않았다. 후배 ㄱ씨가 김씨를 찾아다녔지만 허사였다.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난 후 김씨는 주검으로 발견됐다.
한수원은 김씨가 작업한 배관막음장치에서 누설이 일어난 원인을 고인이 된 김씨의 작업 실수로 몰아가고 있다. 누설된 막음장치 해체 과정에서 확인한 결과 하부 볼트 1개는 빠져 있고 1개는 볼트 나사가 풀어진 상태였다. 또 상부 볼트 2개는 휘어져 있었다.
한수원은 “2차 면담 과정에서 김씨가 ‘볼트를 체결하는 과정에서 완전치 않아 전체를 분해한 후 방향을 변경해 설치하느라 시간적 압박이 있었다. 그로 인해 인디게이터(설치 완료 시 돌출되는 계기)를 확인하는 데 미흡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한전KPS 측에선 지난 9월20일까지만 해도 이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 장성호 기술팀장은 당시 “한수원 조사 과정에서 김씨가 관련 매뉴얼에 따라 작업했는지, 왜 이게 샜는지, 재발방지를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반복적으로 질문했다”면서도 “(한수원 주장처럼) 그렇게 답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가 실수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고갑석 기술실장은 한수원 쪽에서 작업자 잘못이 아니라고 한전KPS에도 전달했다는데 맞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네. 맞습니다”라고 답했다. 앞서 정균남 한전KPS 영광사업소 노조위원장은 “이인호 한빛원전 제1발전소장이 ‘배관막음장치 누설은 한전KPS 직원의 정비 잘못이 아니다’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고 말했다. 하지만 며칠 후 장 팀장은 “인디게이터 이야기를 들었지만 기자가 그에 대해 묻지 않아 답하지 않은 것”이라고 결이 다른 말을 했다. 고 실장 또한 “김씨가 한수원 면담 전 나와 잠깐 얘기했을 때는 매뉴얼대로 했다고 분명히 말했는데, 장례식 후 들린 얘기론 한수원 면담에서 인디게이터를 확인하지 않았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김씨의 동료 ㄷ씨는 “볼트가 덜 체결됐다면, 이전부터 조금씩 누설이 됐을 것인데, 20여일 만에 빵 터지겠느냐”고 의구심을 표했다. 동료 ㄹ씨는 “경준이는 책임감이 강한 데다 작업할 때 매우 꼼꼼한 사람”이라며 “그런 실수를 할 사람이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동료들은 “무엇보다 작업 후 실시한 누설시험에서 문제가 없었고, 20여일 동안 물을 채우고 빼기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단 한 번도 누설되지 않았는데 이제 와서 작업자의 실수라고 말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정균남 노조위원장은 “작업자의 부주의가 원인이었다면 한수원 쪽에서 진작 KPS 쪽에 책임을 물었을 텐데 전혀 그런 일이 없었다”며 “결국 설비 문제였다는 것인데 이제 와서 작업자의 실수로 주장한다면 노조가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분개했다. 이에 대해 한수원과 한전KPS 측은 “다른 업체가 맡은 돔 부분의 문제로 공사가 지연되고는 있지만 모든 정비가 끝나고 정비심의위원회가 소집되면 누설 원인이 결론 날 것”이라고 밝혔다.
책임소재도 꼭 짚어야 할 부분이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작업을 김씨가 했다고 해도 현장의 1차적 관리책임자는 조장이고 그 위에 감독관이 있으며 차장, 팀장, 실장이 있다. 설치 후 KPS와 한수원이 설치가 잘됐는지를 검증하는 시험 단계가 있고 그 위에 공인검사기관인 ANI도 있다. 5직급은 현장을 책임질 위치가 아니다. 그런데도 꼬리 자르기 식으로 5직급 직원의 과실로만 몰아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본적으로 기계의 마모 정도·결함 등 다른 경우의 수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도 석연치 않다고 했다.
김경준씨는 한전KPS 5급 직원이었다. 한전KPS는 “5직급은 정규직”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5직급 직원들의 말은 좀 다르다. 5직급 ㄴ씨는 “무기계약직을 5직급으로 직렬전환시켜준 것이지만 사실상 우리는 무기계약직”이라고 주장했다. 공채시험을 통과한 신입사원이 4직급인 데다, 급여도 4직급의 80%에 해당하고 승진도 안되기 때문이다. 한전KPS 홈페이지의 2015년 12월31일 기준 인원 현황에도 5직급은 없다. 한전KPS 측은 이에 대해 “5직급은 별정직”이라고 설명했다.
김씨에 대한 산업재해 처리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경희씨는 “장례식 때 한전KPS 관계자는 한수원의 강압적 조사와 한전KPS의 미숙한 직원 보호조치를 인정하면서 고인의 명예회복을 위해 산재 처리를 약속했다”며 “하지만 장례식이 끝나자 안면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정강희 노무사는 “고인이 업무상 압박감을 이기지 못해 자살한 것임에도 한전KPS와 한수원이 이를 인정하지 않아 산재 신청조차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고 김경준씨의 꿈은 ‘회사에서 4직급이 되는 것’과 ‘좋은 여자를 만나 결혼한 후 훗날 이층집을 지어 누나들의 가족과 다 같이 사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제 그는 세상에 없다. 5월29일 조사 과정에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또 누설 원인이 무엇인지는 산 자들이 규명할 몫이다. 죽은 자는 말이 없기 때문이다.

▶5년간 사망·부상자 90% 이상이 하청·하도급 노동자
[세상 속으로]어느 원전 하청노동자의 죽음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ALIO)을 보면 2016년 6월 기준 고리·영광·월성·울진 등 4개 원전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1만3375명이다. 이 중 한수원 정규직이 7526명, 기간제 직원이 91명이고 나머지 5758명은 한전KPS와 같은 하청업체 노동자다.
이 수치엔 포함되지 않았지만 한수원으로부터 2차 도급을 받는 하도급 업체 비정규직 노동자 2000~3000명도 원전에서 일하고 있다.
이들 비정규직 노동자는 방사선 관리, 취수설비 정비, 원자로 용기 검사 등 방사능 오염과 산업재해 위험이 있는 열악한 작업환경에서 일하면서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용역계약기간은 1년 또는 3년이고 고용승계는 불안하다. 김인섭 민노총 공공 비정규직 노동조합 전남지부장은 “1년 또는 3년마다 입찰을 통해 용역회사를 선정하는데 근로자는 그대로이고 회사 이름만 바뀐다”며 “정규직 전환을 피하려는 꼼수”라고 말했다. 이들은 안전사고를 당해도 차별적 대우를 받는다.
22일 한수원이 추혜선 의원(정의당)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 원전 안전사고로 인한 사망자 10명 전부와 부상자 182명 중 166명이 하청업체 직원 및 하도급 업체 직원들이다. 추 의원은 “위험한 작업 대부분을 하청·하도급 업체 직원에게 맡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원전 근로자의 방사선 피폭량도 한수원 직원에 비해 하청업체 직원들이 10.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윤종오 의원(무소속)이 한수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한수원 직원의 연간 방사선 피폭량은 0.09m㏜(밀리시버트)인 데 반해 하청업체들은 0.9m㏜였다.



이름 패스워드
비밀글 (체크하면 글쓴이만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수문자
hi
   

총 게시물 17,858건, 최근 0 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자유게시판 운영 방식 변경 공지 +2 관리자 2026-03-24 90165
 게시물 또는 댓글에 대한 삭제 요청 안내 관리자 2024-11-19 166786
 노동조합 질문은 게시판 목록 중 "조합원이 묻고 노동조합이 답… 관리자 2024-10-10 173020
 조합원게시판 이용관련 관리자 2024-06-10 182946
11723  박원순 시장 "노무현 넘어서는 정치 필요" 대권후보 2016-09-25 4583
11722  문재인 "박근혜 대통령, 반대 의견에 귀 기울여야" 오마이뉴스 2016-09-25 4855
11721  정부는 소녀상 마음대로 못 건드려, 왜냐면" 오마이뉴스 2016-09-25 4852
11720  표창원 더민주 의원 "부검, 유가족 동의나 영장 있어야" 백남기대책위 2016-09-25 4874
11719  물꼬 튼 온라인 車판매, 활성화까진 '진통' 예상 김환영 2016-09-25 4745
11718  '아베오 옥션 판매' 한국지엠, 결국 판매노조와 '… 김환영 2016-09-25 4303
11717  한국지엠과 옥션의 온라인 할인 판매 중단 촉구 기자회견(한국지… 김환영 2016-09-25 3410
11716  검찰을 위기에 빠뜨린 ‘0.1%’ 검사들 한겨레 2016-09-25 3799
11715  아부하고 고개 숙여 정승 판서 나오면 뭐하냐 한겨레 2016-09-25 3028
11714  [2030 잠금해제] 한상균의 8년 / 박정훈 알바 위원장 2016-09-24 2177
11713  재벌들,'의혹 재단'에 1857억 몰아줘 박근혜에 충성 전경련 2016-09-24 4709
11712  이재명, 검찰 소환받자 "비틀어진 권력 바로 잡겠다" 오마이뉴스 2016-09-24 4789
11711  기자칼럼] 김영란 법을 대하는 자세 강추 2016-09-24 2442
11710  현대차 노조 다음주 첫 전면파업 벌인다 경향신문 2016-09-24 3532
11709  [세상 속으로] 어느 원전 하청노동자의 죽음 경향신문 2016-09-24 3537
처음  이전  401  402  403  404  405  406  407  408  409  410  다음  맨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