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창원공장 비정규직 투쟁
대법원 승소→ 조합원 확대 : 본격적인 투쟁은 이제부터다

사진_한국지엠창원비정규직지회
지난 19일, 한국지엠 창원공장이 모처럼 활기를 띠었다. 6월 10일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승소 이후 새로 가입한 100여명이 기존 조합원과 함께 첫 파업을 한 것이다. 신규조합원들은 가입 이후 매주 교육을 받으며, 열악한 현장을 바꾸고, 불안한 고용을 지키고, 정규직화라는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서는 소송뿐만 아니라 투쟁이 필요함을 배워 갔다.
다양한 현장투쟁으로 투쟁 전열을 다지다
그러나 교육이나 지침만으로 투쟁이 자동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나 지난 10년 전 고통스런 패배를 경험했던 노동자들이 다시 투쟁을 시작한다는 것, 아직 노조 가입한 지 3개월도 채 안 되고, 상호 신뢰도 부족한 상황에서 투쟁에 나선다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라인이 서면 회사가 가만히 있겠느냐? 만약에 업체를 폐업시키고, 조합원을 해고하면 어떻게 막을 거냐? 노조가 너무 세게 나가면 오히려 지엠이 공격할 빌미를 주는 것 아니냐?
이런 실질적인 고민을 어느 정도 풀어나갈 예열 과정이 필요했다. 일부 업체에서는 조합원들이 자발적으로 조끼착용 투쟁을 전개했다. 교섭중인 업체에서는 교섭 내용을 폭로하는 소자보 부착투쟁을 전개했다. 한 업체에서는 물량 축소에 따른 인원 축소를 투쟁을 통해 막아냈다. 이처럼 작지만 다양한 현장투쟁을 통해 조금씩 분위기가 올라왔다.
그리고 본격적인 투쟁 전에 전조합원 토론을 진행하고, 지난 주말엔 임시 총회를 열어 우리가 무엇을 내걸고 어떤 목표로 투쟁할 것인지, 투쟁하다 희생자가 발생하면 노조가 어떻게 함께 책임지고 갈 것인지 결의를 모았다. 그리고 업체별로 대의원을 선출하고, 쟁대위 개편을 통해 본격적인 투쟁 체계를 갖추기도 했다. 이제 남은 건 서로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모두가 쟁대위 지침에 따라 투쟁의 발걸음을 내딛는 것이다.
공장을 뒤흔든 투쟁의 함성
드디어 파업시간이 되자 조합원들이 삼삼오오 투쟁조끼를 갖춰 입고, 머리띠를 둘러매고, 모여들기 시작했다. 지회 깃발을 따라 대오를 갖추고, 구호를 외치며, 정문까지 행진했다. 서로가 하나됨을 확인하는 순간, 팔뚝질에도, 발걸음에서도 자신감이 묻어났다.
본관 앞에 이렇게 많은 비정규직이 모여서 집회를 여는 게 얼마만이더냐? 관리자들을 향해 분노의 함성을 외치며 그동안 참아왔던 억울함과 울분을 토해냈다. 그동안 묵묵히 참아왔을 뿐 죽지 않고, 이렇게 다시 일어섰음을 우리 스스로 증명해냈다.
특히 이날 집회에는 전국에서 장기간 투쟁하고 있는 지엠군산 비정규직, 구미 아사히 비정규직, 삼척 동양시멘트 비정규직, 울산 현대차 비정규직, 거제 대우조선 비정규직 동지들도 참여했다.
저마다 열악한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투쟁하고 있는 동지들의 발언을 들으며, 말로만 듣던 연대의 소중함을 새겨 넣는다. 힘들고 어려울수록, 특히나 비정규직 같은 열악한 투쟁사업장은 연대가 생명임을 몸소 실천으로 보여주는 동지들이 있기에 집회가 더욱 빛날 수 있었다.
집회를 마치고 늦은 시간까지 단합대회를 하며 여기저기서 이야기꽃을 피워냈다. 그동안 참아왔던, 하고 싶었던 말이 얼마나 많았을까? 관리자들 뒷담화부터 오늘 투쟁에서 아쉬웠던 점들, 앞으로 투쟁 방향들, 연대활동에 대한 결의 등등….
이렇게 첫 파업은 저마다 가슴속에 소중한 기억으로 스며들었다.
승리를 위해서 무엇을 준비해 나갈 것인가?
그러나 본격적인 투쟁은 이제부터다. 이미 업체들은 대체인력을 충분히 가동해 파업으로 라인을 세울 수 있는 힘을 약화시켰다. 한 업체는 연말까지 3개월 동안 무려 1억원의 비용이 드는 걸 감수하면서까지 대체인력으로 9명을 뽑았다. 다른 업체들도 관리자들뿐만 아니라 단기 알바, 반대조 비조합원까지 동원해 억지로 라인을 돌렸다.
일시적으로 비용이 들더라도 파업에 따른 라인 정지를 최대한 막아서 비정규직 투쟁의 파급력을 최대한 약화시키겠다는 속셈이다. 우리가 정한 목표를 쟁취하고, 업체의 대응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우리 또한 최대한 라인을 세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먼저 조합원을 더 늘려야 한다. 지속적으로 업체의 꼼수들을 폭로해가고, 다양한 현장 투쟁을 통해 작은 것부터 바꿔나가면서 노조에 대한 우호적인 지지를 만들어 가야 한다. 물론 비조합원 상당수가 노조를 거부하고, 업체 측 소송단에 합류한 상황이라 쉽진 않겠지만, 지금은 한 명이라도 더 만나고 설득하면서 투쟁의 편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그리고 파상파업, 기습 파업, 잔업거부 등 다양한 투쟁을 통해 업체가 쉽게 대처하지 못하도록 허를 찌르는 방법도 과감하게 구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공장 안에만 갇히는 것이 아니라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전국에서 투쟁하고 있는 노동자들과 함께 연대하면서 서로 힘을 모아나가야 한다. 물론 투쟁이 확대될수록 원하청의 탄압도 심해지겠지만, 그럴수록 위축되는 것이 아니라, 더욱더 하나된 모습으로 대응해나가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스스로가 더 이상 비정규직이라는 마인드를 날려버려야 한다. 이미 수차례 법원에서도 판결났듯이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 것은 지엠과 업체들이며, 우리는 이미 정규직으로서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를 되찾아 가는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