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노동개혁
■노동5법
근로기준법: 근로시간 단축(주 52시간). 주 8시간 내 특별연장근로 한시적 허용. 통상임금 제외금품 시행령으로 정함
고용보험법: 실업급여 수급 자격기준 강화(24개월간 270일 이상 근무)
산재보험법 개정안: 출퇴근 산재보상 단계적으로 시행
기간제근로자법: 기간제근로자 사용기한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연장
■양대지침
일반해고(저성과자 해고) 지침: 저성과자에 대한 교육·직무재배치 실시. 평가결과 변화 없을 시 해고 가능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 지침: 노동자 과반·노조 동의 없이 ‘사회통념상 합리성’ 있으면 취업규칙 변경 가능
박근혜 정부의 역점사업이었던 ‘노동개혁’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탄핵 사태로 정권과 함께 좌초될 상황에 놓였다. 직접 해당되는 대상자들이 많은 만큼 어느 정책보다 소통과 신뢰를 바탕으로 추진했어야 하지만, 현 정부는 일방적인 시간표만 정한 채 밀어붙였다. 추진 과정에서 설득과 합의는 없었다.
정부는 노동개혁 입법들이 노동자와 국민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라 강변했지만, 신뢰를 잃은 정책은 ‘노동개악’으로 불리며 크나큰 갈등과 분열, 소모적 낭비만을 불러왔다. 특히 게이트 국면에서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노동정책이 재계의 부정청탁과 뇌물거래에 의해 진행됐다는 의혹의 시선이 더욱 깊어지며 ‘박근혜표 노동개혁’은 더 이상 설 땅을 찾기 어려운 상태다.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 상시 근로자 정규직화, 해고요건 강화 등 노동친화적 공약을 들고 나와 이명박 정부보다 노동에 전향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가면은 금방 벗겨졌다. 임기 첫해인 2013년 5월 발표한 정부 국정과제에서 호평 받았던 공약들은 슬그머니 사라지거나 변질됐다.
정부는 한국노총을 파트너로 삼아 노동시장 구조 개선을 위한 대화를 2년간 이어오다 지난해 9월15일 노사정위원회 대타협안을 도출했다. 그러나 이는 명분을 얻기 위한 들러리였을 뿐이었다. 새누리당과 정부는 노사정 합의 직후 노동 관련 입법안과 지침들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노사정 타결 다음날인 지난해 9월16일 새누리당은 ‘노동 5법’을 발의했다. 고령 근로자와 고소득 전문직 및 제조업 뿌리산업 파견노동을 확대하는 파견근로자법과 현행 2년이던 기간제 계약기간을 4년까지 늘리도록 한 기간제법 개정안, 근로시간 단축과 산재 보상·실업급여 지급요건 완화 등의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고용보험·산재보험법 등이다.
“파견·기간제법은 재벌과 대기업이 가장 원하는 악법 중 악법”이라는 반발에 부딪힌 한국노총은 지난 1월19일 노사정위 탈퇴를 공식 선언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사흘 뒤인 1월22일 이른바 ‘양대 지침’을 내놨다. 저성과자에게 재교육·배치전환 등 기회를 준 뒤 성과 개선이 없을 경우 해고할 수 있도록 한 저성과자 해고 지침과 노동자 과반수나 노조 동의 없이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을 경우 사측이 일방적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할 수 있게 한 취업규칙 변경 지침이었다.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지침도 함께 하달했다.
균형추가 심하게 기울어진 ‘노동개악’이라는 비판이 높았지만 박 대통령의 의지는 강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월13일 신년담화에서 “기간제법은 중장기적으로 검토하는 대신 파견법을 포함한 4법은 받아들여 달라”고 요청했고 새누리당이 참패한 4·13 총선 이틀 뒤에도 “꼭 이뤄져야 한다는 신념하에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두 달간 이어진 게이트 국면으로 노동개혁의 진정성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대기업과 전경련이 미르·K스포츠 재단을 창구로 파견법 등을 대통령에게 직접 청탁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실제 박 대통령은 대기업들이 미르재단에 500억원 출연을 약속한 다음날인 지난해 10월27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경제활성화법과 노동개혁 5법을 조속히 처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지난달 21일 국회 환경노동위 전체회의에서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파견법 개정안은 현대차가 시달려 온 불법파견 문제를 벗어나게 해 주는 것으로 환노위의 ‘최순실법’”이라고 비판했다.
여소야대인 20대 국회에서 노동 4법은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고 있다. 지난달 22일 국회 환노위는 19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노동 4법을 법안심사소위 심의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양대 지침이다. 말 그대로 권고사항일 뿐이지만 일선 산업현장에서는 법보다 큰 위력을 갖는다. 지침을 빌미로 ‘쉬운 해고’를 남용하거나 노동자 동의 없이 취업규칙을 변경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7월 현대중공업은 저성과자로 분류된 과장급 직원 3명을 해고했다. 공공기관·금융권에서는 노조와 합의 없이 이사회 단독으로 성과연봉제·임금피크제 등의 취업규칙을 도입하고 있다. 지난 6월까지 공기업 30개, 준정부기관 90개 등 120곳의 공공기관이 성과연봉제 도입을 완료했다. 지난 12일 시중은행 이사회들은 성과연봉제 도입을 기습 의결했다. 노동자들은 파업으로 맞섰다. 74일간 이어진 철도노조 파업은 역대 최장기 파업으로 기록됐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양대 지침을 여·야·정 협의체에서 주요 의제로 삼고 정부가 이를 중단한다는 선언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규직·비정규직의 격차, 산업구조 변화로 인한 고용환경 악화 등 노동 과제들이 산적한 상황이어서 전문가들은 대안 모색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집단적 노사관계 등 노동 기본권을 복원하고, 청년·비정규직 대표성을 강화한 사회적 대화기구를 개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