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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패한 권력 검찰을 시민 통제 아래에

글쓴이 : 경향신문 날짜 : 2017-01-04 (수) 07:54 조회 : 4126  010-****-****
[사설]부패한 권력 검찰을 시민 통제 아래에
 
입력 : 2017.01.03 21:07:00 수정 : 2017.01.03 21:10:57
ㆍ구체제 청산을 위한 7대 과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검찰의 적폐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정권의 통치 수단으로 전락한 검찰은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 실세의 비리에 눈감아 오늘의 대혼란 사태를 야기했다. 김기춘·우병우 같은 검사 출신 인사들은 갖은 공작으로 국정을 농단하고, 홍만표·진경준 같은 전·현직 검사장은 공익의 대표자와 사회의 거악이 백지 한 장 차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시민이 꿈꾸는 세상과 검찰이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은 이제 자명해졌다. 시민의 감시에서 벗어난 검찰, 정치적 중립성을 잃은 검찰은 부패한 폭압기구에 불과하다. 
한국 검찰만큼 막강한 권한을 가진 수사기관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 2200여명의 검사와 7000여명의 수사관 등으로 구성된 검찰은 그 자체로 직접적인 수사권을 갖고 있는 거대 권력이다. 검찰은 경찰의 수사도 지휘한다. 경찰이 형사 사건의 97%가량을 처리하지만 수사 주체는 엄연히 검찰이다. 경찰 단독으로는 압수수색 영장조차 발부받을 수 없고 경찰 조서는 법정에서 증거 능력도 없다. 검찰은 기소도 독점하고 있다. 검찰이 봐주기로 작정하고 재판에 넘기지 않으면 아무리 나쁜 사람도 죄를 물을 수 없다. 검찰이 저지른 범죄를 적발하고 처벌하는 기관도 사실상 검찰밖에 없다. 하지만 팔이 안으로 굽는 것처럼 검찰은 자체 비리에 둔감할 뿐 아니라 제 식구에게 한없이 관대하다. 검찰청 조사실에서 점퍼 지퍼를 반쯤 내린 채 팔짱을 끼고 있던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모습이 이를 방증한다.
한국 사법시스템의 원조격인 독일은 검찰에 자체 수사 인력이 없다. 검찰에 기소·불기소의 재량도 주지 않는다. 범죄 혐의가 확인되면 무조건 기소해야 한다. 일본은 경찰이 체포·압수수색 영장 등을 직접 청구할 수 있다. 검찰의 불기소 처분을 시민들이 심사하는 제도도 있다. 무작위로 뽑은 시민 11명으로 구성된 검찰심사회가 지방 법원마다 설치돼 검찰을 견제한다. 미국에서는 범죄 수사를 원칙적으로 경찰이 담당하고, 검사장을 시민들이 직접 선거로 뽑는다. 영국은 중대 경제 범죄가 아닌 이상 검찰이 직접 수사하지 않고 기소와 공소유지만 담당한다. 
이들 나라에 비하면 한국 검찰의 권력은 가공할 수준이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검찰을 두려워하지만 검찰은 어느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검찰에 부여된 막강한 힘은 정의의 편에서 공익을 수호하라는 취지지만 검찰은 강자의 이익을 위해 썼다. 부정한 정권일수록 검찰을 장악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자신의 입맛에 맞는 사람을 검찰총장으로 세우고 민정수석을 리모컨으로 활용한다. 곽상도·홍경식·김영한·우병우·최재경을 거쳐 지금의 조대환까지 현 정권의 민정수석은 모두 검사 출신이다. 그것만으로 부족해 청와대와 각 정부 부처는 매년 수십명의 검사를 파견받고 있다. 검찰은 정권과 거래하며 전리품을 챙긴다. 입법·사법·행정부의 주요 권력기관은 검찰의 재취업 자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직 공안 검사인 황교안과 박한철은 국무총리와 헌법재판소장으로 옮겼고, 국회는 검사 출신 의원들로 넘쳐난다. 검찰 공화국, 검찰 파쇼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렇게 정권과 한 몸이 된 검찰이 한 일은 시민을 배반하는 것이었다. 이번 게이트는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검찰은 부실·편파 수사를 했고 결국 가래로도 막을 수 없게 일을 키웠다. 2년 전 정윤회씨가 청와대 핵심 인사와 정기적으로 만나 국정 정보를 교류했다는 청와대 문건이 공개됐을 때 검찰은 문건의 유출 과정만 문제 삼았다. 우병우 전 수석의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는 이석수 특별감찰관과 비리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를 겨냥하는, 본말 전도로 일관했다. 최순실씨 관련 비리는 지난해 7월 언론에 최초 보도가 났지만 압수수색은 3개월이 지난 뒤에야 이뤄졌다. 특검 출범이 기정사실화하자 검찰은 뒤늦게 박근혜 대통령을 수사하고 청와대를 압수수색하겠다고 법석을 떨었다. 
검찰 개혁은 시대적 과제다. 시민 통제에서 벗어난 검찰은 한국의 민주주의가 취약하다는 증거이다. 제왕적 대통령이 가능한 것도 무소불위의 검찰이 대통령 권력을 뒷받침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권의 축소와 분산, 검찰에 대한 견제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검사 등 고위 공직자들의 비리 수사를 담당하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립 법안은 이번 임시국회에서 꼭 통과돼야 한다. 공수처가 검찰의 의도적인 수사 기피와 검찰 부패를 막는 대증적 처방이라면, 검찰권 남용을 막는 근본 대책으로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 가칭 수사청과 기소청을 두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미국처럼 주민이 지방검찰청 검사장을 직접 선출하자는 의견도 경청할 만하다. 정권으로부터 검찰을 독립시키고 중앙집권적인 검찰 권한을 분산하는 효과가 있다. 
 
법무부에 대한 시민 통제도 필요하다. 검사 출신이 아닌 인사를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하고 법무부 주요 보직을 전문 행정관료로 대체하는 것이다. 검찰과 경찰의 수직적인 관계도 재정립해야 한다. 다만 수사권 조정 등의 문제는 검경 간의 권한 배분이 아닌, 인권 신장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에서 드러났듯이 경찰의 인권 의식이 여전히 후진적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검찰에 더 이상 ‘셀프 개혁’을 맡겨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검찰은 개혁의 대상이지 개혁의 주체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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