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자동차 판매 영업사원 A씨는 지난해 여러군데 한국GM 판매 대리점 경력직 영업사원 채용 면접을 봤지만 번번이 낙방했다. 엄밀히 말하면 대리점주(主)의 최종 면접까지는 통과했지만 정작 대리점으로 출근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한때 한국GM 판매 영업사원으로 일하며 3년 연속 전국 판매왕까지 올랐던 A씨로서는 납득하기 힘든 일이었다. A씨를 놓치고 싶지 않은 대리점주도 같은 마음이었다고 한다. 영업사원 채용 권한을 갖고 있는 대리점주는 A씨를 채용하고자 했지만, 마음을 돌려먹어야 했다. 한국GM 본사가 A씨의 채용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대림점주가 본사의 반대를 이유로 채용 불가를 전달하자, A씨는 대리점주에게 “각서라도 쓰겠다”고 말했다. “94년 경상용차 다마스 100대를 고정 공급하는 계약까지 따냈던 나다. 현장에서 누구보다 잘할 수 있다. 현장에 있고 싶다”고 A씨는 애원했다.
그래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당시 A씨와 대화한 한 대림점주는 “나는 같이 일하고 싶은데, 한국GM 본사에서 안 된다고 하니까”라고 말했다. 한국GM 본사가 대리점 영업직원 채용 과정에 개입한 것을 확인해준 셈이다.
하지만 한국GM 본사가 대리점 영업사원의 채용까지 관여하는 것은 본사가 대외적으로 홍보한 자사 방침과도 배치되는 일이다. 한국GM은 지역별 총판 체제를 거쳐 지난해 1월 1일 전면 대리점 체제를 선언하고 판매 위탁 업체로서의 대리점 지위를 공고히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 ‘내부 고발’ 영업직원에 찍힌 ‘블랙리스트’ 낙인…본사 “카 매니저 고용 관여 안해”
그런데 한국GM이 자사 방침까지도 어긋나게 대리점 영업사원 채용 과정에 개입한 것은 무엇일까. A씨는 한국GM 본사가 자신의 대리점 취업에 관여하는 것은 ‘내부 고발자’라는 덫 때문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A씨를 비롯해 기자가 만난 다수의 한국GM 대리점 관계자들은 한국GM 본사가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대리점 영업직원들의 채용해 관여하고 있다고 보고 있었다.
한국GM이 영업직원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위탁 판매 업체인 대리점 인사에 직접 개입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 그래픽 = 조현경 미술기자
A씨는 자신이 한국GM본사가 자신의 대리점 채용을 집요하게 방해하는 이유를 “2013년 영업직원의 근무 대리점 이동 제한에 대한 이의제기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A씨가 한국GM 판매 대리점 영업직원으로 일할 2013년 당시는 직원들의 근무지 이동이 불가능했다. 근무지 이동을 위해선 소속 대리점 대표와 옮길 대리점 대표의 동시 허가가 필요했는데 대리점주 간 담합으로 이동 허가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A씨는 대리점주가 영업직원 근무지 이동에 대한 동의서도 안 써주고, 규약을 내세워서 계속 사번을 안 내주는 것은 부당하다며 이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결국 공정거래위원회는 한국GM 판매 대리점 대표들이 서로 짜고 영업사원들이 옮길 수 없도록 담합했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A씨가 제기한 문제의 부당성은 밝혀졌지만 그 자신에게 다가온 현실은 가혹했다. A씨는 이른바 ‘내부 고발자’로 찍혀 해고됐다고 한다. 그후 A씨는 갈 곳을 잃었다.
A씨는 “그때 블랙리스트에 오른 이름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A씨에게 채용 불가 통보를 알려온 한 대리점 점주는 “아직도 한국GM 본사에서 A씨 이름을 묶어놓고 사번을 내어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리점주는 A씨와의 통화에서 “대리점 영업직원 인사에 대한 최종 결정은 본사에서 관리하는 통에 여기 아닌 다른 대리점을 찾아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며 “일을 잘하는 것은 잘 알고 있는데 본사에서 막으니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A씨만 한국GM 본사의 부당한 인사 개입을 경험한 것은 아니다. 2015년 한국GM 본사의 실적 압박을 견디지 못해 경쟁 업체 판매 직원으로 옮겼던 B씨도 마찬가지 경험을 했다. B씨는 “지난해 그래도 한국GM 쉐보레차가 좋아 다시 한국GM으로 돌아가려고 백방으로 알아봤지만, 늘 끝에서 본사가 안 된다고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며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 왜 안 되는지도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GM 본사는 대리점 영업사원 채용에 일체 관여한 바가 없다고 반박했다. 한국GM 본사 관계자는 “카 매니저(판매 영업직원) 인사는 한국GM과 계약을 맺은 대리점주가 담당하는 일”이라며 “카 매니저 고용과 관련한 내용에는 개입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카 매니저 개인 사번을 한국GM에서 부여하는 이유는 판매 교육을 본사에서 직접 진행가기 위해서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 특수고용직 묶인 영업직원들, “한국GM 횡포에도 피할 곳 없어”
한국GM의 판매 대리점 영업직원들 사이에서 제기되는 문제는 비단 본사의 영업직원 채용 인사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GM은 판매 대리점 영업직원을 특수고용직으로 묶어 실적은 실적대로 압박하면서도복리후생과 관련된 문제는 직접 고용이 아니라는 이유로 피해가고 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특히 한국GM 판매 대리점 영업직원은 근로계약이 아닌 위촉계약을 맺는 탓에 4대 보험 가입은 물론 퇴직금도 받을 수 없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한국GM 판매 대리점 영업직원으로 일하는 C씨는 “대리점 전환에도 불구하고 본사의 직원 관리에는 달라진 점이 없다”면서 “과거에는 기본급이라도 있었지만, 이제는 기본급도 없이 그저 시키는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C씨는 “실적 할당조차 본사가 직접 내리는 상황인데 왜 이런 처우를 받아야 하는지 알 수 없다”고 했다.
한국GM이 내부 통신망을 통해 대리점 판매 실적을 직접 관리하고 있다. / 사진 = 시사저널e
한국GM은 판매 대리점과 위탁 판매 계약을 맺은 데 따른 당연한 요구라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대리점은 한국GM과 위탁 판매 계약을 위한 계약금 등을 별도로 내지 않는다. 오히려 대리점은 한국GM이 월별, 분기별로 나눠 하달하는 실적에 따라 운영비를 지원받는다. 한국GM이 경영 일체에 관여하는 사실상 완전 고용인 셈이다.
노무 관련 한 전문가는 “한국GM은 대리점 체제를 이용해 책임은 회피하고 이익만 챙기는 행위를 하고 있다”면서 “합리성을 가지지 못한 기준으로 부당한 업무 요구를 하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정흥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우리 사회에 전반적으로 만연해 있는 특수고용 노동자에 대한 노동자 지위 인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지엠판매노동조합은 대리점체제를 철폐에 대한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김환영 한국지엠판매노동조합 위원장은 “영업직원은 온갖 비인간적인 부당한 대우를 겪고 있음에도 블랙리스트가 두려워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다”며 “경영책임을 회피하면서 이익을 챙기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