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부실화 원인은 대주주의 경영실패에서 기인한 것인데, 왜 산은의 책임인지 오히려 반문하고 싶음. 안타깝지만, 최근 10년간 누적적자가 1조 원이 넘는 회사에 단순히 돈만 넣는다고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지속가능한 사업계획이 반드시 필요할 것임"
산업은행 책임론을 제기하는 질문에 2월 2일자 보도자료에서 산업은행이 답변한 문장 전체이다. 그래, 산업은행 정말 말 한번 잘했다. 쌍용차 부실의 원인은 대주주 마힌드라의 경영실패에서 기인한 것인데 어째서 대주주와 경영진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는가 말이다.
게다가 2019년 3~4분기는 여러 가지로 면밀한 조사·실사 내지 수사가 필요한 시기이다. 산업은행이 국민 혈세 1000억을 지원한 시기이기도 하니, 실제로 대주주와 경영진이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지점 아닌가.
이 시기에 노동자들은 복지 혜택 중단·축소(3분기), 성과급·상여금 반납(4분기) 등 무려 1000억 원 이상의 임금을 삭감하는 희생을 치른 바 있다. 그런데도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은 대주주도, 경영진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에게만 무쟁의 서약서, 임·단협 유효기간 3년 연장 등의 추가 양보만 강요하고 있는 꼴이다.
국책은행 산업은행이 해야 할 일
이제 산업은행은 유체이탈 화법을 중단해야 한다. "돈만 넣는다고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라 했으니 2019년에 분명한 턴어라운드(회생) 계획을 확인했을 터이다. 그렇다면 2019년 막대한 금융 지원의 배경이 되었던 실사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당시 산업은행이 쌍용차 미래 전망을 낙관했던 이유를 밝혀야 한다.
만일 그런 내용을 하나도 갖추지 못한 채 금융 지원을 한 것이라면, 국민 혈세를 멋대로 낭비한 책임을 다름 아닌 산업은행이 져야 한다. 그럴 경우 "돈만 넣는다고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말은 산업은행이 할 말이 아니라 들을 말이 되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산업은행의 일성처럼 '대주주의 경영실패'에 기인한 것이라면, 그 내용이 무엇인지 (실사 또는 수사를 통해) 분명히 밝혀내야 한다. 2019년 1천억 금융 지원이 정당한 근거를 갖고 있었는데 대주주와 경영진이 망가뜨린 것인지, 아니면 산업은행의 판단 착오에 의한 투자 실패였던 것인지 국민들은 알 권리가 있다.
산업은행 금융 지원이 이뤄지자마자 쌍용차 재무구조가 망가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희생해온 노동자들에게 또다시 책임을 묻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국민 혈세가 도대체 어떻게 쓰였기에 이꼴이 되었는지 밝혀내고, 책임져야 할 이들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이 국책은행이 해야 할 일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