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긴 휴가' 를 마치고 오늘 후반조 첫 출근을 한다. 입사 35년차인 올해에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사실상 마지막 치르는 임단협인 셈. 또한 공장을 기반으로 이루어졌던 수십년간의 모든 활동들을 갈무리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지난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그러나 현실은 암울하고, 착잡하다.
단도직입적으로ᆢ
다시한번 회사경영진들에게 고한다. 24임단협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 선제적으로 회사의 책임을 다하라. 임단협 요구안을 일일이 거론할 필요도 없다. 그저 상식적, 이성적, 인간적, 양심적, 호혜적 관점에서 24임단협의 부결사태를 사측이 책임감을 갖고 조기에 종식시켜야 한다는 것. 그것을 위해서 회사는 선행적으로 그간 노동조합에 가졌던 나쁜 인식들 즉, 노조 길들이기/ 노조 억누르기/ 노조 무시하기 등등의 반노적 습성을 버려야 한다. 미국의 노동자를 예우하듯 한국의 노동자를 대해야 한다. 노조가 상생의 동반자임을 자각해야 한다.
노사관계 파탄의 주범은 사측의 과도한 욕심이다. 특히 지엠체제에서 그 정도가 더욱 심했다. 지난 수년간 경영위기를 볼모로 기센 노동조합을 '이빨빠진 호랑이' 로 만들었으면 이제 그것으로 충분하다. 노동조합은 속된 말로 빤스만 빼놓고 다 벗어주지 않았는가. 오랜 노조원 생활, 활동가 생활 중 이렇게 참담한 패배적 노동조합을 겪어보지 못했다. 예전같으면 그간의 모든 집행부가 조합원의 분노에 의해 집행부 총사퇴의 불신임을 받아도 이상할 게 없을 만큼 무능했다. 그 모든 게 사측의 경영위기라는 강압적 이데올로기에 함락된 결과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뻑하면 먹튀한다고 협박하는데 노동조합으로서 별 수 있었겠는가. 토종기업도 아니고ᆢ. 맹목적으로 노조집행부들을 비난할 수만은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초국적 자본의 간교한 술수로 수년간 힘없는 노동조합과 조합원들을 겁박하고 수탈해 큰 이익을 취했으면 지엠은 이젠 그만할 때가 됐다. 어찌됐거나 회사는 경영위기를 벗어났고, 2년째 큰 흑자경영으로 돌아섰지 않은가. 그렇다면 give and take를 실천해야 한다. 회사가 어려워 노동조합이 내 준 만큼 회사는 노동조합에 되돌려 주는 게 너무나 당연하다는 얘기다. 그것이 상식적이고 이성적이며, 인간적이고 양심적인 태도다. 또한 노사안정을 위한 상호 호혜적 해법이기도 하다.
오만하고 표독한 지엠자본에게 이런 신사적인 요구가 통할리 만무하다. 그러나 언제까지 노동조합을 짓밟고 우위를 점하려 한다면 현 안규백집행부에서 노사파국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안규백지부장이 걸어온 강단의 길을 사측이 누구보다 더 잘 알 것이다. 지엠사측은 근래에 겪어보지 못한 노조의 수장과 대적하고 있다. 더군다나 최대의 흑자 앞에 사측이 이데올로기의 꼼수를 부릴 명분도 없다. 경영위기라는 '전가의 보도' 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지금껏 그만큼 수탈해갔으면 이제 얄팍한 보상차원에라도 직원들에게 흔쾌히 되돌려줄 때가 됐다. 탐욕만 앞세우지 말고 동종사를 타산지석으로 삼는 지혜라도 배우라는 충고다.
마지막으로ᆢ 노동조합의 건투를 빈다.
지난 35년간 민주노조만을 갈망하고, 추종하며 현장활동가로 살아왔다. 비록 번듯한 노조간부의 경력은 없으나 반듯한 조합원으로 또 노조주의자로 살아왔다고 자부한다. 그러기에 안규백집행부에 기대가 크다. 지금껏 현장활동가로 뛰어난 실천력을 보여주었듯, 노조 지부장으로서도 변함없는 강단의 실천력으로서 대회사투쟁에 물러섦이 없길 바란다. 그리고 민주노조가 무엇인지 그 실체와 위력이 사라져가는 현장에 민주노조의 표상을 오롯이 정립해주길 바란다. 오직 올곧게 투쟁하는 민주노조만이 노동자의 희망이고, 생명이다. 24임단투 승리가 그 실체를 발현하는 시발점이 되길 바란다. 깊은 패배주의를 극복하고 민주노조의 위상을 되찾는다면 그것으로 더 바랄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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