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째 사측 경영진을 보고 있다. 긴세월 그들을 상대하며 자본가란 족속은 국내자본이나 외국자본이나 다 똑같다는 결론에 이른다. 적대적 공생관계. 결코 섞일 수 없는 노동과 자본의 숙명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일의 재교섭에서 사측의 변화가 있길 기대한다. 전례없이 휴가 후 2주만에야 늑장교섭에 나선 이유가 '제시안의 고심' 때문은 아닐 것이지만 그래도 일말의 기대를 갖는 건 정년퇴직을 앞둔 늙은 노동자의 소박한 바람이다. 과거와 다를 게 없을 걸 뻔히 예상하면서도ᆢ.
이제 현장은 과거 민주화투쟁의 세대가 퇴직하고, 비교적 온건한 세대로 교체되는 전환기를 맞고 있다. 노동조합도 신진세대들로 교체되고 있다. 그렇다면 회사도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현장과의 지난한 적대적 공생관계를 탈피하고, 우호적 공생관계로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적기다.
회사는 직원들이 그저 돈벌이 수단으로 출근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삶의 터전으로서 애사심을 갖고 일과를 마치도록 노동에 의미있는 동기를 부여할 책임이 있다. 애정없이 그저 형식적인 부부관계를 위장하며 사는 쇼윈도부부처럼 노사관계를 지속시킨다면 파탄만 있을 뿐이다.
그런 측면에서 내일의 교섭은 사측이 그동안의 관습을 깨고 진정으로 현장이 공감할 수 있는 제시안을 들고 나와야만 한다. 부결의 의미를 인간적으로 고심했다면 잔꾀나 꼼수가 있어선 안 된다. 노동조합과 현장을 우습게 여겨서는 안 된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다' 는 속담을 새겨서 잠정합의안이 순조롭게 도출되어 노사분규가 종결될 수 있기를 바란다. 내일은 그 심판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