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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살이 20년, 청춘을 노동운동에 바친 사람
- 장용준(인천시당 동구위원회)
장용준 당원은 85년 인천의 첫 직장에서 손가락을 다쳤고, 산재 인정을 받기 위해 싸우면서 노동운동을 시작했다. 회사를 산재보험에 가입하게 만들어 산재인정을 받아냈지만 더 이상 다닐 수 없었다. 그 뒤 고무장갑, 인형, 냉장고 부품을 만드는 곳 등을 옮겨 다니며 해고와 구속의 시련을 겪으며 20년 노동운동의 길의 걸어왔다.
노동운동의 뿌리는 광주항쟁
80년 5월 광주, 외사촌 형이 공수부대의 대검에 찔러 다리를 다쳤는데 바로 치료를 못해 다리를 절단했다. 참 좋아하고 따랐던 형의 시련은 광주항쟁의 아픔으로 장 당원의 가슴에 고스란히 아로새겨졌다.
“형의 한을 갚겠다고 시작한 게 여기까지 왔네요”라며 장 당원은 80년 광주항쟁으로 노동운동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갔다.
인천시민회관 대로를 꽉 채운 10만 인천시민들이 군부독재에 맞섰던 투쟁, 86년 5.3민주항쟁을 온몸으로 겪었다. 군부독재 타도와 노동해방을 소리 높여 외쳤던 장 당원의 모습이 방송에 나와, 다니던 회사에서 해고를 당했다.
△ 장용준 당원
그 뒤 인천부천노동자회 활동을 거쳐 한국노동운동연합 인천지부의 상담소에서, 부평 입구의 작은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대상으로 상담을 했다.
91년 당시만 해도 흔하지 않던 외국인 노동자가 손목을 잘리는 사고를 당해 상담소를 찾아왔다.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사건 정황은 파악할 수 있었다. 회사 측은 불법 체류자라 치료해 주지 않으려고 했지만 사장과 얘기를 잘 풀어 그 노동자가 치료를 받고 필리핀으로 돌아갈 수 있게 도왔다.
백지수표도 투쟁은 막을 수 없다!
장 당원이 가장 오래 일한 이천전기는 변압기 시장을 독점할 정도로 한때 큰 돈을 벌었으나 현대, 효성 그룹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삼성이 주식을 사들여 경영에 관여하면서 부채가 크게 늘어났다. 결국 IMF 뒤 퇴출기업으로 정리, 삼성이 매각 절차를 밟아
일진그룹으로 넘어갔다.
96년 말 이력서 허위기재와 불법 유인물 배포를 사유로 이미 해고가 됐던 장 당원은 해고된 조합원들과 함께 회사 정상화와 복직을 요구하는 투쟁을 했다. 이 과정에 삼성은 “당신이 대법에서 이겨도 복직은 안 된다”며 백지수표를 내밀며 회유작전을 펴기도 했다. 장 당원은 출근하는 이사의 멱살을 잡고 다시는 그런 제안을 못하게 만들어버렸다.
이런 회사의 탄압보다 조합원들끼리 편가르기해 갈등이 생길 때 훨씬 마음이 괴로웠다. 투쟁을 정리하고 일 년쯤 지나 맏형 노릇을 하던 조합원이 대장암으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2001년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로 활동무대를 옮겨 비정규직 사업과 정치사업을 주로 맡아왔다. 선거 때만 반짝 하는 정치활동이 아니라 대공장, 산별의 정치위원 회의 정례화, 분기마다 열고 있는 대중정치 강연회 등 일상 활동 강화에 힘썼다.
중앙의 부문할당처럼 인천시당도 노동 30% 할당을 만들었는데 올해는 장애인, 학생의 할당을 늘려 노동은 20%로 줄였다. 장 당원은 노동할당의 취지를 살리려면 노동자다운 실천사업과 정치일꾼을 키워내는 등 그 취지에 걸맞게 실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집쟁이, 상대 인정하기
인천살이 20년을 고스란히 노동운동에 받쳐온 장 당원은 수많은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자신의 냉정하고 고집스런 성격을 발견했다. 때론 장 당원의 기대만큼 되지 않아 실망도 했지만 사람은 미워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예전엔 고집쟁이라 불릴 만큼 자신이 맞다고 생각하면 끝까지 우겼는데 논쟁하던 이와 헤어지고 나서 전화를 걸어 “네 말이 맞는 것 같다”며 인정하는 연습을 거듭하다보니 고집스런 성격도 바뀌었다.
“현장에 있을 때가 가장 좋았다. 같은 일하면서 갖는 공감대가 있어 친해지기 좋았다”는 장 당원은 언젠가는 현장으로 돌아가고 싶다 했다. 쉬운 길은 아니지만 고향으로 돌아가는 연어의 회귀본능처럼…….
주간 \'진보정치\' 26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