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노조법 시행일인 7월 1일을 며칠 앞두고 현장 혼란과 갈등을 멈춰보자는 노사 간 자율적인 의견일치가 늘고 있다. 노동기본권 사업장 단체협약 조항을 현행대로 유지시켜 주겠다고 의사를 전해온 사용자들이 24일 현재 85곳으로 대폭 늘어났다. 올 임단협 진행사업장 1맥 70곳의 절반 규모다. 6월 말까지 집중교섭이 진행되고 있어 이 움직임은 계속 증가 추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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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양산지부가 지난 16일 S&T대우 앞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노조는 6월 둘째 주에 연인원 4만 7천 여 명의 부분파업을 시작으로 지난 15일부터 사흘 동안 연인원 4만 2천 여 명의 조합원이 부분파업을 벌였다. |
이 같은 결과도출은 새 노조법 부칙 3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법은 7월 1일 전에 노사합의로 체결한 단체협약 유효기간까지 노동기본권 관련 단체협약 조항의 효력을 인정하고 있다. 이에 노조는 “7월 전 단체협약 갱신을 통해 이후에 전개될 현장혼란을 일단 수습해보자”고 대외적으로 수차례 주장해왔다. 노조 소속 사업장의 단체협약 유효기간이 대부분 올 3월 말에 끝난 상태이므로 6월안에 단체협약 갱신하지 않을 경우 7월부터 노사 공히 혼란이 극심할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
완성차 라인까지 멈추게 한 파업전술
노조는 6월 둘째 주에 연인원 4만 7천 여 명의 부분파업을 시작으로 지난 15일부터 사흘 동안 연인원 4만 2천 여 명의 조합원이 부분파업을 벌였다. 2주에 걸친 당시 파업 때 만도, 타타대우상용차, STX조선, 한진중공업, 한국델파이, S&T중공업, 케피코, 위니아만도, KEC, 대우버스, 다스, S&T대우, 한라공조, 세종공업, 두원정공 등 5백인 이상 사업장 조합원도 대거 동참했다. 특히 이번 파업에는 자동차 완성사에 ‘서열납품’하는 직서열 사업장 조합원들도 동참해 해당지역의 완성차 일부라인 가동이 중단되기까지 했다.
노조가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파업전술을 배치하자 지난 18일까지 41곳의 사용자들이 ‘전임자 현행유지’ 의견을 던져왔다. 이에 노조는 같은 날 낮 4시 KTX 서대전역 회의실에서 9차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21일부터 사업장 단체협상 타결 국면으로 교섭전술을 펼치기로 결정했다. 그 뒤 사흘 만에 85곳으로 사실상 ‘자율합의’ 숫자가 대폭 늘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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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8일 낮 4시 KTX 서대전역 회의실에서 개최된 9차 중앙쟁의대책위원회. 이날 노조는 21일부터 사업장 단체협상 타결 국면으로 교섭전술을 펼치기로 결정했다. |
하지만, 노조는 합의 및 의견접근 사업장의 명단을 함구하고 있다. 사용자들도 같은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재인 노조 단체교섭실장은 “해당 사업장이 드러나는 순간 정부와 노동부가 그 사업장을 표적으로 온갖 불이익을 행사할 것으로 짐작되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실제 지난 3일 노동부는 타임오프 매뉴얼을 통해 사용자로 하여금 타임오프제도를 악용해 노조활동에 개입하라고 사실상의 행정지도를 내렸었다.
의견접근 사업장 명단 비밀의 배경
그 뒤 특별근로감독관 파견과 특별세무조사 협박 등을 이용해 노동부 매뉴얼대로 이행해줄 것을 사용자들에게 ‘종용’해왔던 것으로 확인되기까지 했다. 이와 관련해 노조의 박유기 위원장은 “의견접근 사업장 함구는 정부와 노동부가 얼마나 구시대적 발상을 펴고 있는지 반증하는 대목”이라고 강조한다.
노동기본권 사수. 파업의 힘으로 능선의 절반은 넘었다. 이 수치는 지난 2월 사용자들의 예상과 들어맞는다. 지난 2월 25일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발행한 2010년 노사관계 전망 조사결과에 따르면 3백 90곳 사용자 51.3%가 “타임오프제가 도입 되어도 노조활동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 응답했었다. 하영철 노조 정책국장은 “지금이야 말로 현장의 혼란과 갈등만 야기하는 새 노조법을 다시 개정시키기 위해 지혜를 모을 때”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어 하 국장은 “정부와 노동부는 노사자율 영역에 정부와 법이 개입하는 것이 얼마나 더 큰 사회적 비용이 드는지 지금 뼈저리게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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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조는 지난 24일 현대기아차그룹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7월부터 재벌과의 전면전을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 쓰겠다고 공식 밝혔다. |
노동기본권 사수를 위한 나머지 절반의 과제는 무엇일까? 노조는 지난 24일 오전 11시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그룹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부 재벌 계열사들이 타임오프제 시행을 기회로 노조활동 전반을 봉쇄하려 한다”며 재벌총수의 6월 내 결단을 촉구했다. 이날 노조는 “7월부터 재벌 대기업들의 불법 부도덕 무책임성을 직접 사회여론화 하는 것을 비롯해 재벌과의 ‘전면전’을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 쓰겠다”고 공식 밝혔다.
7월. 그 상대는 분명 ‘재벌’
이에 앞서 노조는 23일 저녁 7시 노조 소속 조합원 5백인 이상 사업장 지부 및 지회 대표자들을 불러 모아 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현재 노조는 현대기아차그룹 및 계열사와 5백인 이상 대공장에서 6월안 교섭 타결이 불투명할 것이라 보고 있다. 여기엔 기아차와 GM대우차, 두산계열사와 S&T그룹 계열사 등이 포함돼 있다. 나머지 절반 사업장은 조합원 수만 모두 합쳐 6월 의견접근 사업장의 ‘몇갑절’이다. 이 날 이기만 경기지부장은 “6월에 우리는 싸우면 이길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개악법이 시행되더라도 싸우면 법 정도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때”라 말한다. 하지만 이 지부장은 “7월에 싸움 못이기면 6월에 이긴 곳도 연쇄적으로 무너질 수 있다는 긴장감을 함께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노조의 박 위원장은 “노조법과 타임오프제도, 그리고 노동부 매뉴얼이 노조탄압의 기회를 노리던 현대기아차 등 재벌사의 입김과 압박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의구심을 갖는다”고 강조한다. 이게 사실이라면 7월에 넘어야 할 나머지 능선은 ‘재벌’이다. 재벌을 넘으면 그에 맞게 법과 제도가 바뀔 수도 있다.
-금속노동자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