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대법원이 2년 이상 불법 파견된 현대차 사내하청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림에 따라, 금속노조(위원장 박유기)가 27일 16차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이 기회를 공세적으로 활용해 제2의 불법파견 정규직화투쟁을 점화하기로 공식 결정했다.
이날 회의에 참가한 쟁대위원들은 대법원 판결이 현대차 비정규직뿐만 아니라 제조업 사내하청 노동자의 고용구조 및 사내하청 노동운동의 일대 지각변동을 불러 올 수 있는 중대한 사건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2005년 류기혁 열사투쟁을 비롯해 거세게 타올랐던 비정규직 철폐투쟁을 올 하반기부터 다시금 폭발시키겠다는 것.
노조는 이 사안을 일부 비정규직만의 문제가 아닌 노조 전체차원의 사업으로 삼고 밀어붙이기로 하고, 이날 회의를 통해 후속 대책의 가닥을 잡았다. 노조는 먼저 사내하청 노동자를 사용한 모든 사업장에 대법원 판결 내용 및 의미를 해설하는 선전 및 교육 매체를 여름휴가 직후 제작 배포할 계획이다. 더불어 8~9월 금속노조 산하 전 간부를 대상으로 한 교육도 진행한다.
금속노조는 산하 사업장의 사내하청 사용현황 실태조사도 추진한다. 노조는 이 과정에서 사내하청업체 2년 이상 근무자들을 조직해 대규모 집단소송도 진행할 계획이다. 대상자가 조합원이 아닌 경우 조합원 가입사업도 대대적으로 펼친다. 소송비 및 투쟁기금 납부 결의 등도 함께 진행한다. 특히 삼성전자, LG전자, 르노삼성자동차 등 금속노조 소속이 아닌 주요 사업장 사내하청 노동자의 동참을 이끌어 내기위한 계획도 마련할 예정이다.
대외적으로는 정부와 사용자를 대상으로 교섭요구 및 투쟁이 배치된다. 노조는 국무총리실, 노동부 등에 면담 및 교섭을 요구해 불법파견 실태조사와 불법파견 사용자 처벌을 촉구할 계획이다. 현대자동차 등 사내하청 노동자를 사용해 온 회사에는 교섭을 통해 대법원 판결의 내용을 지킬 것을 촉구하기로 했다. 이미 금속노조는 중앙교섭 요구로 ‘상시근무 정규직화’요구를 제시한 바 있다.
노조는 이 같은 사업을 책임지고 수행할 ‘불법파견 정규직전환 특별대책팀’을 구성하기로 했다. 대책팀은 노조 김형우 부위원장을 팀장으로 하며, 노조 미조직비정규사업실, 단체교섭실, 법률원, 완성차지부 및 해당 사업장 비정규직 지회(분회), 주요 지역지부 등이 참가할 예정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정부가 이번 대법원 판결을 역이용해 제조업까지 파견업종 확대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박유기 위원장은 “대법원 판결 자체가 승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며 “비정규직 조직화 등을 통해 확고한 전선을 구축해 파견 확대로 나아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