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수동 현대자동차 동부 서비스센터 모퉁이 한 켠에는 현대자동차지부 조합원이 아닌 다른 사업장 조합원들이 자동차를 수리하고 있다. 바로 카오디오 애프터 서비스(A/S)를 담당하고 있는 현대웰슨 노동자들이다.
성수동에는 윤재상 팀장과 3명의 엔지니어가 일하고 있지만 현대웰슨 70여명의 노동자들은 전국의 현대자동차 서비스센터에서 카오디오를 수리하고 있다. 올해 2월 노동조합을 만들고 금속노조에 가입한 현대웰슨 노동자들. 카오디오 수리에 바쁜 나날을 보내는 그들을 만나러 성수동을 찾았다. 아쉽게도 오디오를 수리 받을 자가용이 아닌 버스를 타고.
제조가 아닌 서비스 노동자?
“안녕하세요”라는 첫인사말만 전하곤 다들 일에만 전념한다. 이곳을 찾은 고객을 맞이하고, 고객 자동차에서 오디오를 빼와, 자리에서 수리해 또다시 고객에게 보여주고, 완성품을 자동차에 끼우고…, 바쁜 노동자들 틈에서 손님의 존재는 이미 사라진 듯하다.
그렇게 시간이 10분정도 지났을까. “자리에 앉으세요” 라는 말이 건너온다. 그리고 또 10분이 흐른 뒤에야, “차 드시겠어요?”라며 음료수를 전한다. 고객으로 찾아갔다면 들어서고 몇 초 안에 던져졌을 그 세 마디를 듣는데 30분이 걸렸다. 아침 8시 반에 출근해서 눈 코 뜰새 없이 바쁜 업무는 퇴근시간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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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 오디오를 점검 중인 현대웰슨 임물 엔지니어. 강선화. |
고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하루 평균 50대의 차량이 오디오를 수리하러 이곳을 찾는다. 5시30분까지 접수를 받으니 평균 10분에 1대 씩 점검․수리․교체를 한다. 고객들은 들어설 때부터 엔지니어들이 인사를 어떻게 하는지, 쉬면서 일하지는 않는지, 바꾸지 않아도 되는 부품을 바꾸는 건 아닌지, 감시와 의심의 눈으로 지켜본다. 고객이 들어서는 순간부터 시간은 고객의 것이 돼버린다.
“바로 인사하지 않으면 인터넷에 올려요. 그게 평가가 되고 결국 우리 같은 사람들은 경위서까지 작성하게 되죠” 윤재상 팀장은 고객을 상대해야하는 어려움을 토로한다.
오디오가 이상해요 고쳐주세요!
심재완 엔지니어는 “막무가내로 오디오가 안된다며 성질만 부리는 고객이 제일 난감하다. 상태를 이야기해줘야 그에 맞는 점검을 하는데, 무조건 안된다고만 하면 모든 점검을 다 해야하니 시간도 많이 걸리고 어려워 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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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오디오를 수리하고 있는 현대웰슨 정유성 엔지니어. 강선화. |
윤팀장은 그래도 서비스에서 평가받으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한다. “다짜고짜 들어와 품질이 안 좋다. 제품이 잘못된 거 아니냐며 우리에게 따져 물으면 할 말이 없어요. 제품을 직접 만들어야 설명도 할텐데 난감하죠”. 아니나 다를까 일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고 있는 나에게 고객 한명이 다가와 막무가내로 푸념을 늘어놓는다. “이 비싼 차에 오디오가 이게 뭐냐, 오디오 때문에 이차가 폼이 안 난다…” 무엇이 고장 난건지는 말해주지 않는다.
카오디오 A/S 매력에 푹 빠지다
고객을 상대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지만 카오디오 A/S는 매력적인 직업이라고 한다. “웬만한 곳에서는 엄두도 못 낼 수리며, 사업방법 등 카오디오에 관해는 못하는게 없어요”, “심지어 일반 오디오샵, 자동차 정비소에서도 오디오 수리는 이곳에 찾아가서 고치라고 하는 걸요” 심재완 엔지니어는 입사한지 8개월 남짓 된 신입이지만 자부심 하나는 으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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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 오디오를 수리하고 있는 현대웰슨 심재완 엔지니어. 강선화. |
“오디오가 라디오나 음악만 듣는다고 생각하면 오산이에요” 심 엔지니어는 블루투스라고 불리는 무선으로 데이터 통신이 장착되면서 음성만 인식되면 무선 전화, 길 찾기 등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자동차의 첨단기술을 가장 먼저 느낄 수 있죠. 한마디로 노른자 없는 달걀이랄까”
꼭 필요하다고 쉽게 느끼진 못하지만, 누구나 이용하고 있는 카 오디오. 카 오디오가 고장나 서비스센터를 찾는다면 막무가내 고객은 되지 말자. 그들도 금속노조 식구들일테니까.
카 오디오를 바꾸고 싶을 땐?
카 오디오가 마냥 마음에 들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이곳 엔지니어들은 입을 모은다. “요즘엔 일반 오디오샵을 통해 바꾸기도 한다지만, 시중에 나와 있는 오디오 성능은 모두 비슷합니다. 자동차 가격에 따라 기능이 조금씩 업그레이드되는 거죠”,
알아 두시라. 이미 자동차를 구입해서 오디오를 사용하고 있다면 굳이 바꾸는 것은 성능면에서는 무의미하다는 것.
그래도 만족스러운 오디오를 갖고 싶다면 자동차를 구매할 때 옵션을 꼼꼼히 챙겨봐야 한다. CD 6장이 들어가는 오디오, 네비게이션이 포함돼 있는 오디오 등 다양한 기능을 선택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