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금속노조 정책연구원 주최로 산별노조 발전 전망에 관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 연구원은 △조직재편 혁신방안(이상호) △산별교섭구조 발전방안(공계진) △지역지부 발전방안(안재원)에 대해 각각 발제를 했다. 각 발제문은 다소 논쟁을 유발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각 상임연구위원들의 발제문을 발제자가 직접 줄이고 요약해 세 차례에 나눠 싣는다. 풍부한 논쟁 속에서 조직발전전망이 세워지기를 기대한다. / 편집국
지금 우리는 어디에 서있으며, 어디로 가려고 하는가? 진정 우리가 그 길을 가기 위해서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은 무엇이며, 어떻게 그 길을 갈 것인가? 금속노조는 지금 바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할 시점에 와 있다.
2006년 통합대대를 거쳐 금속노조는 산업별 노조의 완성을 목표로 한 15만 조직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이는 지난 5년 동안 어려운 조건 하에서도 산업별 노조의 대의와 기풍을 지켜온 3만의 구 금속노조와 기업별로 분산되어 있던 대기업 노조가 통합된 단일조직을 통해 산별운동의 새로운 장을 개척하겠다는 결의의 표현이었다. 또한 15만 조직의 건설은 기존 노조의 조직전환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이후 금속산업, 더 나아가 제조업의 미조직 사업장과 비정규 노동자의 조직화를 위한 교두보로 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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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만 조직의 건설은 기존 노조의 조직전환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이후 금속산업, 더 나아가 제조업의 미조직 사업장과 비정규 노동자의 조직화를 위한 교두보로 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다. 2009년 11월23일 조합 25차 임시대의원대회에 앞서 열린 6기 금속노조 출범대회에서 박유기 위원장이 노조 깃발을 힘차게 휘두르고 있다. 신동준 |
하지만 이러한 희망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기존 노조의 조직전환 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더 심한 고통을 이겨내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하는데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간 금속노조는 기본적인 사업방향과 활동내용에 대한 활발한 토론과 세밀한 의사소통을 통해 조직내부의 동의수준을 높이고 아래로부터 추진력을 확보하기보다 조직형식과 교섭성과에 매몰되는 방식으로 활동을 해왔다. 또한 중앙교섭의 실패와 무력화, 기업지부의 해소를 둘러싼 난맥상으로 인해 금속노조의 상과 전망에 대한 조합원들의 혼란과 불신은 급속히 확산되었다.
그동안 형식에 매몰됐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현 단계 금속노조운동이 봉착하고 있는 제반 문제들의 원인을 모두 금속노조 ‘본조’의 탓으로 돌리고 이를 빌미로 기업별 노조주의로의 회귀를 조장하는 분위기가 공공연히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현재 금속노조는 형태적으로 산업별 노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신뢰와 규율측면에서 심각한 위기상황에 봉착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우리는 지금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노조법의 개악으로 인해 현실화되고 있는 타임오프제도는 그 법제도적 문제에도 불구하고 기존 전임자중심의 노조활동에 대한 전면적인 재고와 새로운 활동가모델의 구축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노사관계지형은 내년 7월 1일부로 시행될 예정인 복수노조 창구단일화로 인해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문제의식 따라 정책연구원은 금속노조가 현재 봉착하고 있는 조직활동과 체계, 조직확대, 조직재편에 대한 전반적인 문제진단과 대안모색을 위한 연구사업을 진행하였다. 이를 통해 금속노조에게 있어 조직활동과 체계의 재구축과 재활성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우리 앞에 서 있으며, 미조직과 영세중소사업장 노동자의 조직화는 재정과 인력의 집중적인 배치와 투입을 통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점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조직재편문제는 금속노조의 각 단위, 즉 본조, 지부 및 지회의 위상과 역할문제는 물론, 각 단위별 간부활동가와 현장조직의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에 단순히 논리적 설득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 또한 분명히 드러났다. 결국 이 문제의 해결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한 가운데 타협과 합의점을 어떻게 찾는가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금속노조 내부에서 조차 산하 조직단위가 산별노조운동에 대한 원칙과 목표, 더 나아가 민주노조운동의 비전과 전망에 따라 다른 입장을 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처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직재편은 결국 지향점을 분명히 한 상태에서 경로와 방식에 대한 조직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차이 인정하고 타협하고 합의할 때
사실 조발특위를 거치고 올해 정대까지 확정해야 할 조직편재방안에 대한 합의여부는 내용의 이견 보다는 각 조직들이 얼마나 자신의 이해보다 금속노조 발전에 기여할 것인가에 대한 정치적 결단여부에 달려 있다고 생각된다. 이는 금속노조가 봉착하고 있는 주객관적 조건은 물론, 이 문제를 둘러싼 논의구도와 수준을 보더라도 내용상의 큰 변화는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 만큼 현재 금속노조의 상황으로 볼 때, 합의가능한 재편방안은 이미 그 내용의 범위와 수준이 정해져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기업지부의 지역지부 재편방안이 현재 현실화되고 있는 타임오프제도와 향후 시행 예정인 복수노조의 교섭창구 단일화라는 새로운 노사관계지형에서 금속노조가 부딪히게 될 조직적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묘약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현재 진행 중인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에 대한 방어적 투쟁이 일정한 성과를 거둔다고 하더라도 금속노조의 기존 조직구조와 체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바람직하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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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존 조직의 재편에 함몰되어 있는 금속노조의 조직발전 논의를 기존 조직의 혁신프로그램을 통한 조직강화, 미조직 사업장과 비정규 노동자에 대한 포괄적인 조직화전략, 금속을 넘어서는 제조업 전 영역에 걸친 조직재편 등으로 확장해야 한다. 8월12일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열린 대법원 불법파견 판결 보고대회에 참여한 비정규직, 정규직 노동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상민 |
변화된 조건 하에서 전임자, 더 나아가 조합활동가와 평조합원의 위상과 역할, 더 나아가 산별노조운동으로서 금속노조운동의 활동과 방향 전반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 종합적인 중간평가와 현실적인 대안을 준비하지 않는다면 금속노조의 조직적 위기는 심화될 것이고 ‘노동조합만이 남고 운동이 사라지는’ 암울한 퇴락의 기로에 서게 될 것이다.
내년 7월 이후 대비해야
더욱이 복수노조의 교섭창구단일화라는 ‘승자독식주의’의 노사관계가 전면화 될 내년 7월 이후를 대비하여 금속노조의 조직강화, 확대 및 혁신방안을 지금부터라도 본격적으로 토론하고 준비해야 한다. 만일 금속노조가 조직보전의 논리, 기득권의 유지라는 수동적인 대응에 머무르게 된다면, 그 결과는 뻔하다. 일정기간 거대노조와 다수노조라는 장점을 활용하여 교섭지분을 확보하고 버티기식으로 그 생명력을 유지할 지 모르지만, 산하 사업장과 기업단위의 교섭을 단순히 지원하는 허울뿐인 ‘연맹체’로 회귀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러한 문제를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기존 조직의 재편에 함몰되어 있는 금속노조의 조직발전 논의를 기존 조직의 혁신프로그램을 통한 조직강화, 미조직 사업장과 비정규 노동자에 대한 포괄적인 조직화전략, 금속을 넘어서는 제조업 전 영역에 걸친 조직재편 등으로 확장해야 한다. 바로 이러한 조직발전방안에 대해 금속노조의 개별 주체들이 얼마나 진정성있게 자신의 인적, 물적 자원을 투자하는가에 따라, 과도기에 요구되는 조직 내부의 인내와 희생을 어느 정도 감내하는가에 따라 금속노조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다.
이상호 / 금속노조 정책연구원 상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