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오프제도를 앞세운 정부의 노조 탄압이 결국 한 노조간부의 삶마저 위태롭게 만드는 사태를 불러온 것이 뒤늦게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그 피해자는 경주지부 대림프라스틱지회 노조간부 A.
그는 지난 8월 20일 저녁6시 경 회사 안 화장실에서 갑자기 쓰러졌다. 이어 그는 병원으로 옮겨져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뇌지주막하출혈과 뇌실내출혈(뇌출혈) 진단을 받고 응급 뇌수술을 받았다. 가톨릭대학교 성모병원 김용규 산업의학전문의는 “단기간 및 만성적인 육체적, 정신적 과로와 장시간 근무가 원인이 되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소견을 밝혔다. 그는 현재 통원치료를 받고 있으며, 최근 뇌출혈 후유증으로 가족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등 이전에 없던 폭력성까지 띄어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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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속노조는 10일 근로복지공단 포항지사에 대림프라스틱지회간부 A의 산재요양신청서를 접수했다. |
A씨는 쓰러질 당시 임금 및 단체협약 갱신 협상의 실무 책임자였다. 그는 올 4월부터 주 2회 경주와 충남 아산을 번갈아가며 교섭을 진행해왔다. 그의 7~8월 업무일지를 보면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대부분 아침 7시 경 출근해 밤 12시~새벽 1시경 퇴근하는 등 평균 하루 16시간 정도 근무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6월 29일 대림프라스틱 노사는 임단협을 최종 타결해 조인식을 했다. 하지만 대구지방노동청 포항지청은 지난 8월2일 지회 단체협약 내용이 법을 위반했다며 단체협약 시정촉구 공문을 지회에 발송했다. 그 뒤 전임자 임금을 비롯한 노사간의 단체협약 논의가 다시 전개됐고 회사는 전임자에게 임금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회에 따르면 A가 정신적 스트레스를 본격적으로 받아온 것이 이 때부터였다고 한다. 당시 회사는 전임자에게 7월 상여금을 50%만 지급하고 8월 임금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통보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A씨는 부인과 다툼도 잦았던 것으로 주위사람들은 전했다.
이와 관련해 문길주 노조 노동안전보건국장은 “그는 임단협 체결과 타임오프제도로 인해 업무량이 증가했고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왔다”며 “결국 정부의 노동정책이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고 가정파탄까지 불러왔다”고 말하고 있다. 임단협 과정에서 쌓인 육체적, 정신적 피로와, 노동부의 단협 시정 명령 이후 사측이 합의 내용을 뒤집으면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 것이 뇌출혈 원인이라는 것이 노조와 의학 전문가의 판단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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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25일 단협시정명령 경북지노위 의결을 앞두고 경주 및 포항지부 80여 명 간부들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
이에 금속노조(위원장 박유기)는 지난 10일 근로복지공단 포항지사에 노조간부 A에 대한 산재요양신청서를 접수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이 이를 승인할지는 미지수다. 근로복지공단은 2003년 이후 “노조전임자는 사업주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고 노동조합의 규약 및 규정의 노조 위원장의 지휘감독에 의해 업무를 수행했다”는 이유로 대부분 불승인 했다.
하지만 노조 문 국장은 “노조 업무는 개별 업무가 아닌 노사관계상 필수적인 업무”라며 “정부가 보낸 공문으로 인해 극도로 스트레스에 시달린 노동자가 쓰러졌다면 당연히 산재를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사쪽 관계자도 “A의 뇌출혈 원인은 임단협 과정의 과로와 스트레스”라며 산재 승인을 요청하는 진술서를 제출하고 있기도 하다. 회사 관계자의 진술서에는 “노사간에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었으나 예외없이 적용한다는 고용노동부 방침에 따라 전임자에게 임금이 지급되지 않는 충격적인 상황에 처했다”고 쓰여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