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비정규 노동자들의 파업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현대자동차그룹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정치권이 입을 모았다. 이같은 이야기는 30일 낮 2시 민주노총과 민주당, 국민참여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이 공동주최한 ‘현대차 사내하청 문제의 올바른 해법과 사회적 실천 모색을 위한 긴급토론회’에 참석한 법학자와 정치인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날 토론회에는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의 박수근 교수, 이상호 금속노조 상임정책연구위원, 홍영표 민주당 국회의원, 홍희덕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김정진 진보신당 부대표, 김영대 국민참여당 최고위원이 참여했다.
한양대 박 교수는 “대법원에서 판결이 나온 상황에서 원청회사가 이를 이행해야 할 의무가 당연히 있다”며 “이 의무를 없다고 하는 사용주는 나쁜 놈”라고 운을 뗐다. 박 교수는 “2008년 현대미포사건 판결과 같은해 예스코 사건에 이은 올 7월 22일 판결로 불법파견 고용의제 적용은 사실상 확정된 셈”이라며 “사측이 애를 많이 쓰겠지만 대법 판결취지가 있는데 하급심에서 어떻게 하는 게 어렵다”고 단정하기도 했다.
|
 |
|
▲ 30일 오후2시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현대차 사내하청 문제의 올바른 해법과 사회적 실천 모색을 위한 긴급토론회'가 열렸다. 강정주 |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아래 환노위) 간사를 맡고 있는 민주당 홍 의원은 “환노위는 대화를 통한 해결을 우선에 두고 정부가 나서 노사간 대화테이블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박수근 “고용의제 적용 사실상 확정”
홍영표 “순이익 3~4조 회사인데 납득안간다”
이어 홍 의원은 “내가 회사에 약 8천명 정규직화 비용이 얼마나 더 들어가냐고 물어봤는데 5천억 정도라고 답하고 있다”며 “아무리 분석해 봐도 많아야 2천 억원 수준인데 매출 30조에 매년 순이익 3~4조의 회사가 이 문제 결단 안하는 게 납득안간다”고 강조했다. 국민참여당 김 최고의원도 “제조업 파견금지를 명확히 하고 2년 경과하면 직접 고용하도록 명시한 법 판결을 사용자는 당연히 따라야 한다”고 거들었다.
특히 진보신당의 김 부대표는 “회사가 재판이 안 끝난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대법원이 기조 정했기 때문에 다음달 16일 고법에서 종결된다”며 “그러면 회사는 또 상고해서 몇 개월 더 시간끌고 아예 모두 재판에 부치려 할꺼냐”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김 부대표는 “재판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없애기 위해 있는 좋은 제도가 단체교섭 아니냐”며 현대차그룹에 교섭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금속노조의 이 상임연구위원은 “현대차그룹이 결국 법률자문회사인 김앤장 법률사무소만 배불리게 하려 하는데 그거 아껴서 지금이라도 결단하면 된다”고 비꼬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특히 자동차산업으로 대표되는 제조업에 불법파견이 만연해 있다고 의견을 같이 하기도 했다. 이는 지난 24일 ‘불법파견 확인되지 않고 적법한 도급’이라는 고용노동부의 사내하청 실태조사 점검 결과를 정면으로 반박한 셈.
한양대 박 교수는 “하청업체가 하청노동자를 고용하는 목적이 뭔지와 그 업체가 경영상의 독립주체인지에 따라 파견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며 “하청업체는 원청업체에 노동자를 파견해서 일 시키려는 목적으로 고용하고 원-하청 업체간의 계약내용 대부분은 임률이라는 점에서 오늘날 대부분의 제조업 사내하청은 파견으로 보는 데 의문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교수는 “원청회사와 하청회사간에 이른바 ‘세탁’을 거듭 하기 때문에 법적인 입증이 까다로울 뿐”이라고 덧붙였다.
김정진 “사회적비용 줄이는 좋은 제도가 단체교섭”
홍희덕 “함께하는 야권만이라도”
민주당 홍 의원도 “특히 자동차산업에서는 이게 명확하다”며 “자동차산업 쪽은 사내하청의 불법성을 금방 인식할 수 있다”며 사실상 노동부 실태조사 결과를 반박했다. 금속노조 이 위원도 “노동부가 대법원 판결의 내용을 조금이라도 읽어봤으면 그렇게 조사안했다”고 비판한 뒤 “‘한군데도 문제없다’는 뻔뻔함을 보이는 것이 정부의 태도”라고 꼬집었다.
특히 이날 토론회에서 현대차비정규 노동자들의 임금실태에 대한 왜곡된 소문에 대해서 강한 반박도 있었다. 금속노조 이 위원은 “노동부는 현대차 비정규 노동자 임금이 행정고시 합격 사무관보다 많다 하고 강호돈 사장은 이들의 임금이 4천여만원이라 왜곡했다”며 “지난 4일 집단소송 근거자료로 근 5년간의 비정규 노동자들의 임금표 등 다 갖고 있는데 14년 근속 비정규 노동자 월급이 170만원”이라고 자료묶음을 들고 폭로했다. 이어 이 위원은 “그럼에도 회사는 4년 근속 비정규직의 월급이 2백58만원이라고 국정감사에서까지 사기쳤다”며 “국회가 현대자동차그룹에 사기당한 꼴”이라고 비꼬았다.
|
 |
|
▲ 토론회에 참석한 박수근 한양대 교수가 발제를 하고 있다. 강정주 |
이날 토론회에 모인 참가자들은 모두 향후 제도개선에 집중한다는 의사를 피력하기도 했다. 민주당 홍 의원은 “비정규 문제는 양극화 해소의 핵심과제”라며 “이 사회가 현대차 비정규직 문제 해결 못한다면 비정규직 문제 자체를 해결 못하는 꼴이 되며 이는 결국 양극화 문제를 해결 못한다는 뜻이 된다”며 경각심을 강조했다. 홍 의원은 “이 문제는 불법파견 문제를 제도적으로 개선하는 데 중요한 싸움이니 국회에서도 함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상호 “국회가 현대차그룹에 사기당했다”
박유기 “윤여철 부회장 목숨걸고 설치는 꼴”
민주노동당 홍 의원은 “이 문제는 현대자동차 만의 문제가 아니며 1~3차 하청구조 속 층층이 쌓인 구조적 현실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도 본질적인 문제”라며 “함께하는 야권만이라도 이 문제의 시급성을 알려야한다”고 강조했다.
금속노조 이 위원은 “2년 근속 미만 대상자에 대한 해결방안에 대해 직접고용 원칙에 맞는 단계적 방안이라도 내주는 용단을 시민단체와 정치권이 촉구해줘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국민참여당 김 최고위원은 “동일노동 동일임금 법제화가 필요하다”며 “비정규 문제 해결을 위한 법제개정 기구를 이참에 만들었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 앞서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파업당사자들이 1공장에 보름 이상 갇혀 있다 보니 극단적 상황까지 내몰려 있다”며 “역시 문제 해결의 키는 정몽구 회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박 위원장은 “인사고과시절, 특히 현대건설 인수 실패 뒤 문책성 인사를 앞두고 윤여철 부회장이 목숨걸고 설치는 꼴”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금속노조 이 위원도 “현대차그룹의 의사결정구조 및 시스템으로 볼 때 아직 정 회장이 이번 문제에 대해 제대로 모르고 있다고 본다”며 “그렇다면 금속노조는 직접 정몽구 회장이 인지할 수 있는 길을 여는 투쟁에 매진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