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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수년 쌓인 분노가 ‘힘’이 되다

글쓴이 : 관리자 날짜 : 2010-12-22 (수) 08:36 조회 : 1432

“어제 농성 시작해 오늘 내려가는 것 같습니다. 사내하청 노동자로써 착취와 탄압을 받아 온 기간에 비하면 너무나 짧은 기간이었습니다.”

지난 9일 점거파업을 끝내기로 결정한 직후 1공장 농성장 보고대회에서 이상수 현대차비정규직지회장이 조합원들 앞에서 소감을 밝혔다. 25일 동안 하루에 김밥 한 줄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침낭도 없이 추위에 떨어야 했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로 살며 십 수 년 동안 겪어야 했던 차별에 비할 바는 아니라는 얘기다.

   
▲ 11월 28일 낮 1시 농성장 입구에서 현대차 울산 비정규직지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향후 교섭 및 투쟁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쌓이고 쌓였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은 현대차 회사의 도발 때문이었다. 지난 7월 22일 현대차 불법파견 대법판결 뒤 회사의 다양한 방해공작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 조합원들은 2천 5백 명 수준으로 급격히 늘었다. 이들은 현대차에 불법파견 중단과 정규직전환을 실시할 것을 요구하며 교섭을 촉구했다. 그러던 중 지난 10월 14일 현대차 시트1부 사내하청업체인 동성기업이 폐업을 공고하게 된다. 회사는 새로운 업체로의 고용승계 조건으로 조합탈퇴를 강요했다. 비정규 노동자들에게 투쟁 말고 다른 선택을 할 수 없게 만들었던 것이다.

분노에 기름 끼얹은 업체폐업과 폭력

결국 지난달 15일 새벽 업체폐업에 따라 계약해지가 최종 결정된 시트1부 소속 비정규직 조합원 30여명은 경찰과 관리자들의 봉쇄를 피해 시트1공장에 기습 진입했다. 물론 회사의 대응은 신속했다. 사측은 1시간 만에 관리자 3백 여 명을 투입해 볼트, 프레임 등을 던지며 평화적으로 농성중인 조합원들을 향해 살인적인 폭력을 휘둘렀다. 머리가 깨지고 피부가 찢겨 동료들이 병원으로 실려 갔다는 소식을 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분노했다.

울산의 현대차비정규직지회(지회장 이상수)는 이날 오후 애초 잔업거부 수준이었던 투쟁방침을 파업으로 격상시킨다. 그러자 회사는 관리자들을 동원해 대체인력 투입을 시도했다. 이에 지회는 파업 효과를 유지하기 위해 힘을 집중시킬 필요가 있다고 판단, 조합원들을 울산1공장으로 집결시켜 준비되지 않았고 계획에 없던 점거파업에 돌입하게 된다. 11월 15일. 전국을 뒤흔든 25일간의 비정규직 파업투쟁이 시작됐다.

   
▲ 1일 오전 11시경 현대차전주공장에서 파업대오를 지키려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이들을 해산하려는 관리자들 사이에 격렬한 충돌이 벌어졌다.
울산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점거파업 소식이 전해지자 투쟁은 현대차 전주공장과 아산공장으로 급속히 퍼졌다. 11월 16일 아산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야간조부터 4시간 파업에 들어갔다. 같은 날 전주공장 비정규 노동자들은 잔업을 거부하고 생산라인을 점거해 대체인력투입을 막아냈다. 역시 같은 날 울산 공장 안에서도 울산 1공장 농성장에 모였던 1천 여 명 중 절반을 바깥으로 빼 울산 2~3공장 투쟁 확대를 위한 조치를 취했다. 그 주 울산, 아산, 전주의 비정규 노동자들은 파상파업, 기습파업, 부분파업, 잔업거부 등을 연일 이어갔다.

준비되지 않았는데도 삽시간에 전국폭발

울산의 황인화 비정규 조합원의 분신은 조합원들의 파업투쟁에 더욱 불을 붙였다. 사측의 농성장 침탈시도가 극심했던 11월 20일 현대차 4공장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인 황 조합원이 민주노총 집회 장소에서 사측 폭력을 규탄하며 몸에 불을 붙였다. 조합원들은 분노했고 이후 파업 강도는 더욱 강해졌다. 전주공장에서는 지난달 22일부터 거의 매일 6시간가량 생산라인 가동을 막아내는 강도 높은 투쟁을 전개했다. 전주노동자들의 파업투쟁은 이달 7일까지 1백 시간에 육박했다. 울산 2~3공장도 사측의 폭력탄압을 무릅쓴 비정규 노동자들의 연이은 부분파업으로 시시때때로 회사를 혼란에 빠뜨렸다. 아산공장 노동자들도 이때부터 매일 4시간씩 파업을 벌였고 이들은 이달 2일 금속노조 충남지부의 2시간 지역파업까지 만들어냈다.

이들의 파업투쟁은 노동계 전체와 시민사회단체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이끌어 냈다. 현대차지부, 기아차지부를 비롯한 금속노조 소속 전국 사업장들은 지난달 26일과 이달 3일 노조 지침에 따라 일제히 잔업거부에 돌입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응원했다. 조합원 수로 따지면 각각 8만 5천 여 명, 8만 여 명이 잔업거부투쟁에 동참했다. 이들의 투쟁은 금속노조로 하여금 연대 총파업을 대의원대회(11.22)에서 결의하게 만들기도 했다. 매주 2차례 이상씩 주말과 평일 대규모 연대집회가 민주노총이나 금속노조 주최로 열리기도 했다.

전국적 관심집중, 혼란에 빠진 회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투쟁은 싸움 내내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사회당 등 진보정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을 현대차 울산공장 정문 앞으로 모이게 만들기도 했다. 이들은 투쟁 내내 천막을 설치하고 철야농성을 이어갔다.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조차 전국노동자대회(11.27)에 참가해 비정규직 투쟁의 정당성을 강조하며 지원을 약속했다. 지난달 29일부터 시작된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본사 상경투쟁과 농성에도 다양한 시민사회단체들이 함께했다.

   
▲ 2일 전주공장 관리자 300명이 트럭 2공장 안으로 진입을 시도하고 있어 현대차전주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과 대치중이다.
이에 이어 민주당과 국민참여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야4당 의원 및 관계자들이 교섭지원단을 꾸려 현대차를 방문하기도 했다. 상황이 극한대립으로 치닫던 지난 7일 사측으로부터 △농성장의 비정규직 고소고발, 손해배상, 치료비 해결 △농성자 고용 보장 △비정규직지회 지도부 사내에서의 신변 보장 △불법파견 교섭에 대한 대책요구 등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에서 협의할 수 있다는 답을 얻었다. 이에 회사는 금속노조를 대화 주체로 인정하지 않던 입장도 철회했다.

비정규 노동자들의 파업투쟁은 울산시민들의 절대다수의 지지도 이끌어냈다. 지난달 27일부터 이틀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울산시민의 88%가 현대차가 교섭에 응해야 한다고 답했다. 5일 전 다른 기관에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도 73.9%가 이 같이 답했다. 시간이 갈수록 지지 여론이 늘어난 것이다. 실제로 많은 시민들이 정문 앞 농성장에 먹을 것을 가져다주곤 했으며, 집회 시 행진을 하는 참가자들을 격려해 주기도 했다.

정치권을 움직이고 여론도 꿈틀

하지만 현대차 사측의 강경한 입장은 끝내 꺾이지 않았다. 강호돈 현대차 대표이사는 농성 초기부터 휴업과 조업단축을 압박했으며, 나중에는 외부 불온세력 개입까지 운운하며 조합원들의 투쟁의지를 꺾어보려 했다. 회사는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거나 휴게실에서 휴식 중인 지회 간부를 납치해 집단 폭행하기도 했다. 4일 아침에는 급기야 포크레인을 동원해 농성장 침탈을 시도했다. 특히 회사는 끝내 비정규 노동자들의 점거파업을 풀지 않으면 대화할 수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 6일 저녁 현대차비정규지회 조합원들이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는 울산 현대자동차 제1공장에서 열린 보고대회에서 이상수 지회장이 조합원들과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결국 점거파업 25일째인 지난 9일,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 승리를 위해 비정규직-정규직, 그리고 금속노조가 함께 공동투쟁본부를 구성하는 것을 전제로 점거파업을 풀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이날 바로 강호돈 현대차 대표이사를 비롯한 사측 교섭대표들과 만나 상견례를 열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세상을 뒤흔든 25일 파업투쟁이 결국 현대차 원청을 대화 테이블에까지 끌어낸 셈이다. 현대차 사측은 그간 불법파견을 인정한 대법판결을 무시한 채 자신은 사용자가 아니라는 핑계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교섭 요구를 묵살해 왔었다.

이상수 현대차비정규직지회장은 “점거파업의 가시적 성과가 크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현재 진행되는 특별교섭을 지렛대 삼아 불법파견 정규직화 교섭을 열기 위해, 그리고 또 그 교섭을 통해 정규직화를 최종 쟁취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가야할 길이 더 멀다”고 중간평가하고 있다.

대화테이블 성사까지 25일 걸리다

세상을 뒤흔든 25일 파업 뒤 며칠이 흐르고 있다. 이번 투쟁으로 비정규 노동자들의 힘을 분명히 확인했다. 이 지회장은 “농성을 해제하고 내려가는 조합원들 중 이번 싸움이 패배했다고 여기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며 “이번 투쟁을 통해 단련된 조합원들을 믿고 정규직화를 위한 더 큰 투쟁을 조직해나가겠다”고 다짐을 밝히고 있다. 이 지회장은 또한 “현대차 사측이 정규직화 요구를 외면한 채 교섭에서 시간을 끌거나 탄압에 나선다면 제2의 격렬한 비정규직 투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점거파업 25일 차인 9일 오후 울산 제1공장에 모인 비정규지회 조합원들이 교섭을 앞두고 농성을 풀기 전 열린 마지막 보고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단순히 원청과 마주앉기 위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25일간이나 점거파업을 벌인 것은 아니었다. 2005년에도 노동부의 불법파견 판정에 따라 현대차와 교섭이 열린 바 있다. 또한 2006년부터 2008년까지도 비정규직의 임금 및 근로조건에 대해 정규직 지부와 원청이 참가하는 사실상의 교섭이 있어왔다. 사내하청업체 사장들은 합의서에 최종 서명만 하는 존재에 불과했다. 그것을 또다시 되풀이 할지 아닐지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대규모 비정규 노동자들의 힘과 많은 지지와 관심을 불러일으킨 사회적 분위기,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감을 확인한 2천 5백 명의 비정규노동자들의 존재는 그때와는 분명 다른 조건이다.

2천 5백 명의 자신감과 힘 확인

가야할 길이 멀고 험난한 만큼 향후 정규직과의 연대를 얼마나 더 공고하게 만드느냐도 중요한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싸움에서 현대차지부(지부장 이경훈)는 ‘아름다운 연대’를 강조하며 농성장에 필요한 물품을 전달하고 사측의 침탈을 저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많은 정규직 대의원들도 자발적으로 나서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몸을 아끼지 않고 싸웠다. 하지만 비정규직투쟁 지원을 위해 현대차지부에서 실시한 파업찬반투표가 결과적으로 부결된 것 또한 현실이다. 사실상의 두 당사자인 비정규직과 정규직 사이의 온도차이는 반드시 극복해야 할 대목이다.

결국 앞으로 금속노조가 얼마나 책임 있게 이 투쟁을 이끌어 가느냐가 이 숙제를 푸는 열쇠가 될 수밖에 없다. 김형우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현대차 비정규직 투쟁은 우리 사회 9백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미래가 걸린 싸움이나 마찬가지”라며 “금속노조가 이 투쟁을 제대로 책임지지 못한다면 이 싸움의 성패를 떠나 향후 노조의 미래를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올 수 있다”고 강조한다.

현대차비정규직 파업투쟁 일지

7.22 : 현대차 사내하청 불법파견 대법판결
9.29 : 현대차비정규직 3지회, 현대차 특별교섭요구안 발송
11.5 : 비정규직지회 쟁의조정신청 접수
11.12 : 아산공장 비정규직 근로자지위확인소송 고법 승소 / 3지회 파업찬반투표 가결
11.14 : 현대차 사내하청업체 동성기업 폐업에 따른 조합원 계약해지
11.15 : 계약해지 조합원 시트1부 농성, 폭력진압 맞서 4시간 파업, 1공장 점거농성
11.16 : 아산, 전주공장 쟁의 돌입 / 2, 3공장 현장투쟁 전환
11.17 : 2,3공장 기습파업, 2공장 4시간 동안 생산 중단
11.19 : 금속노조 영남권 노동자대회, 정문 천막농성
11.20 : 강호돈 대표이사 농성장 진입 시도 / 황인화 조합원 분신
11.22 : 금속노조 대의원대회 총파업 결의
11.24 : 금속노조 결의대회
11.25 : 금속노조 1차 잔업거부
11.27 :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
11.29 : 양재동 현대기아차그룹 본사 상경투쟁
11.30 : 2공장 라인 점거 시도
12.3 : 금속노조 2차 잔업거부 / 충남지부 2시간 연대파업
12.4 : 사측 포크레인 동원 농성장 침탈
12.5 : 국제노동단체 비정규직 투쟁 지원 성명 발표
12.6 : 사측 1공장 라인 재가동 시도했으나 실패
12.7 : 야4당 교섭지원단 현대차 방문해 중재안 제시
12.8 : 금속노조 확대간부 파업 및 연대집회 개최
12.9 : 1공장 농성해제 / 현대차와 상견례 진행 / 지회 사무실 앞 천막농성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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