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대법원 판결로 우리 지회 해고자 두 명의 복직이 최종 결정됐다. 해고 4백 99일 만이다. 2008년 회사는 어려움이 예상돼 어쩔 수 없이 공장이전과 희망퇴직을 진행한다고 했다. 당시 회사는 이전할 곳도 명확히 밝히지 않으면서 발안(경기), 시화(경기), 남동(인천) 쪽이 될 것이라는 얘기만 했다. 우왕좌왕 하던 직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희망퇴직에 도장 찍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 지회는 대표이사 면담을 요구하며 본사를 찾아갔다. 그러나 본사 직원들은 재택근무를 준비해 사무실을 빠져나갔고, 빈사무실에는 우리 조합원들과 미처 재택근무를 준비하지 못한 직원들만 남았다. 우리는 대표이사를 못 만나면 나가지 않겠다며 5일간의 본사 농성 투쟁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회사가 노동자 몰래 제물포(인천) 지역에 공장 가계약을 했다는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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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오늘(4일) 아침 4백 99일 만에 현장에 들어갔다. 울컥했다. 새로 바뀐 현장은 낯설기도 했다. 하지만 반갑게 맞아주는 조합원들이 있어 금방 적응될 것 같다. 새해벽두에 ‘원직복직’ 소식을 전할 수 있어 기분이 좋다. 올해는 해고된 전국의 모든 동지들이 현장으로 돌아 갈 수 있기를 바란다. 사진은 공장 모습. 신동준 |
당시 5일간의 본사 농성 투쟁 끝에 우리는 회사와 경기도 안양지역으로의 이전에 합의했고 우리는 일상으로 복귀했다. 그리고 그 해 10월 20일경 회사는 이전했다. 그런데 회사는 공장이전 및 임단협을 마무리하는 시점에 당시 본사에 남아 있던 직원들을 앞세워 전 조합원을 고소고발했다. 그리고 나와 당시 지회장 두 명은 1년 동안의 재판 끝에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고, 이곳 조합원들은 벌금을 선고 받았다. 회사는 이를 빌미삼아 2010년 8월 13일 우리 두명은 징계해고 했고 전 조합원 징계를 선언했다. 우리는 회사와의 극한 대립과 파국을 피하고자 했지만 회사는 징계해고를 강행해 파국으로 몰아갔다.
우리는 해고 뒤 ‘출근투쟁’을 시작으로 본사 앞 피케팅, 주요 관공서 앞 1인 시위, 용산전자상가 주변 및 주연테크컴퓨터 판매처 앞 선전전 등을 펼쳐왔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한여름 폭염과 한겨울 한파를 지나며 더욱 지쳐갔다. 특히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 심판 패소 뒤 회사는 “외부사람이 왜 우리 땅을 밟고 있냐”며 매일 싸움을 걸었다. 조합원들도 지쳐갔다. “노조 가입 7년여 동안 매 순간이 싸움의 연속이었다. 왜 노조 가입하게 해서 힘들게 하냐.” 원망같은 하소연도 많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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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신 주연테크지회장. |
그랬던 우리가 오늘(4일) 아침 4백 99일 만에 현장에 들어갔다. 울컥했다. 새로 바뀐 현장은 낯설기도 했다. 하지만 반갑게 맞아주는 조합원들이 있어 금방 적응될 것 같다. 새해벽두에 ‘원직복직’ 소식을 전할 수 있어 기분이 좋다. 올해는 해고된 전국의 모든 동지들이 현장으로 돌아 갈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 해고자들의 점심을 위해 매일 식판 가득 밥을 담아와 지회사무실에서 같이 식사하던 노조 간부들과 우리 싸움에 연대해 준 이들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 무엇보다 우리 해고자들을 포기하지 않고 함께 싸우며 기다려준 조합원들이 있어 이번 복직은 더욱 빛을 발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