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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번째 비 맞으며 지키는 농성장

글쓴이 : 관리자 날짜 : 2013-06-04 (화) 09:36 조회 : 2073

5월24일부터 5월26일, 2박3일은 현대기아차 본사 앞 비정규직지회 노숙농성장에서 분노, 슬픔, 희망의 끈을 발견하는 시간이었다.

현대기아차 비정규직조합원들이 노숙농성 중인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앞은 노동자, 경찰, 용역, 현대기아차 직원들이 기묘하게 어울려 있었다. 5월6일 경찰과 용역의 침탈로 농성장은 본사 정문 앞에서 열 걸음 떨어진 하나로마트 앞 인도로 밀려났다.

 

  
▲ 4월22일 농성 노동자들이 천막을 치려고 하자 용역, 현대차직원, 경찰, 서초구청 공무원들이 힘으로 이를 막고 있다. 박정미

 

노동자들은 하나로마트 입구 인도에 직사각형으로 은박깔개를 깔고 앉아 있었다. 건물 입구에 현대기아차 본사와 계열사 직원들이 서너 줄로 맞춰 서 있었다. ‘기업경쟁력 제고’ 등의 어깨띠를 두른 용역이 농성장을 향해 줄줄이 서 있었다. 경찰은 지나가는 차들이 농성장을 볼 수 없도록 경찰버스로 인도를 가렸다. 그 옆에 경찰이 농성장을 향해 서 있었다.

노조가 현대기아차 자본의 ‘유령집회’에 대해 ‘허위 집회신고 금지 가처분 신청’을 한 뒤 현대차는 용역들을 현대기아차 건물 앞에서 농성장 쪽으로 ‘전진배치’했다. 용역은 유령집회가 아님을 보여주기 위해 서 있는 것이라고 한다.

24시간 감시 속 노숙농성

직사각형 농성장을 중심으로 용역이 한편, 경찰이 또 다른 한편에서 농성장을 주시하고 있는 그림이다. 용역과 경찰, 현대차 직원들은 한 시간 주기로 ‘감시업무’ 교대를 한다. 노동자들이 무엇을 하든 경찰과 용역은 24시간 감시할 수 있다.

 

  

▲ 5월10일 현대-기아차 비정규직 조합원들이 투쟁 중 연행당한 두 조합원을 경찰이 석방할 때까지 집회를 이어간다며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다. 박정미

 

감시자들도 무료한지 현대차 직원들은 모두 고개를 숙이고 스마트폰에 열중하고 있다. 용역은 자기들끼리 쉼 없는 ‘떠들기’를 한다. ‘떠들기’와 스마트폰 열중도 없이 목석처럼 서 있는 것은 경찰이다. 정몽구의 대법원 판결 무시가 현대기아차 불법파견 노동자들 뿐 아니라 주변 사회에 ‘민폐’를 끼친다는 살아있는 광경이다.

이 풍경에서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노동자들이다. 농성노동자들의 하루 일정은 단순하다. 노동자들은 07시 회사 앞 사거리에서 매일 어김없이 한 시간 선전전을 벌인다. 농성장으로 돌아오면 하루 일정 점검회의를 한다.

회의에서 청와대와 검찰청, 시청 등 서울 주요 거점에서 1인 시위 할 사람, 연대 집회에 참여할 사람, 농성장을 지킬 사람 등 역할 분담을 한다. 회의를 마친 노동자들은 농성장 앞 하나로마트 안 식당에서 돌아가면서 식사를 한다. 서울 곳곳에서 종일 땀 흘리고 저녁 때 쯤 농성장으로 돌아오면 19시에 촛불문화제가 기다리고 있다.

농성장은 언제든 ‘감시자들’의 먹잇감이 될 수 있고 고립될 수 있다. 위태로운 농성장을 전국의 노동자, 지지자들과 묶어주는 것이 SNS다. 트윗, 페이스북, 카톡을 통해 실시간 농성 상황을 사진으로 찍어 올리거나 상황을 공유한다. 전국 어디서나 농성노동자들의 상황을 알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다. SNS를 보고 서울 뿐 아니라 지방에서 필요한 연대물품을 보내주고 촛불문화제에 참여하기 위해 농성장을 찾아오기도 한다.

 

  

▲ 5월15일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본사 앞에서 열린 '2013년 임단투 승리, 불법파견 철폐, 비정규직 정규직화 쟁취 전국금속노동자 결의대회'에서 농성조합원들이 정몽구 회장 처벌을 촉구하는 선전물을 들고 행진대열로 가고 있다. 신동준

 

노숙농성 33일째인 5월24일 저녁 촛불문화제에 이성대 전교조 조합원이 찾아왔다. 이성대 선생은 “이렇게 많은 경찰과 용역이 농성장 주변에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마 현대기아차 자본이 동지들을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이제 갓 ‘정규직’이 된 노동자들도 촛불문화제에 참석했다. 8년간의 긴 투쟁을 통해 불법파견 비정규 노동자에서 정규직이 된 기륭전자분회 조합원들이다. 기륭 조합원들은 길을 막아선 용역에 항의하다 심한 욕설을 당했다. 이를 들은 노동자들과 시민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용역은 심한 욕설을 함부로 하고 농성자들을 멸시하기 일쑤다. 이날은 모두가 함께 싸워서인지 용역으로부터 욕설에 대한 사과를 받아냈다.

농성장을 가린 경찰버스 때문에 매일 마찰을 빚고 있다. 요즘 경찰버스는 창문을 열 수 없는 구조가 아니라 이 버스들은 에어컨을 켜기 위해 시동을 걸어놓고 있다. 대화가 어려울 만큼 경찰버스 엔진소리는 소음이 심하다. 서울시 전역은 공회전 단속구역인데 경찰이 여기선 자기들 맘대로 하고 있다.

촛불문화제 내내 들렸던 것은 발언자들의 목소리와 경찰버스의 엔진소리였다. 버스 매연가스로 머리가 지근지근 아팠다. 농성노동자들이 경찰버스 소음을 참다 못 해 항의하자 잠시 꺼 놓는 듯하더니 다시 도루묵이었다. 버스배기구에 알루미늄튜브를 달아 농성장 쪽으로 배기가스가 오지 않도록 조치하긴 했다.

경찰, 용역, 교통소음 속 밤 지새우기

촛불문화제가 끝나면 연대 온 시민과 노동자들이 조촐한 뒷풀이를 한다. 농성노동자들은 연대하러 온 노동자, 시민들과 벌이는 뒷풀이 이외에 농성장에서 따로 술을 먹지 않는 규칙을 만들었다.

뒷풀이가 끝나고 노동자, 시민들이 집으로 가고 나면 농성장은 썰렁해진다. 농성자들은 아무 말 없이 침낭에 몸을 구겨 넣고 하늘을 향해 잠을 청한다. 경찰버스 엔진 소리는 계속 들린다. 밤이 되니 도로를 자동차 소리도 더 크게 들린다. 농성장 옆에서 용역들의 ‘수다’ 소리도 더 크게 들린다.

 

  
▲ 5월26일 일요일 아침, 농성 조합원들이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박정미

 

이곳 농성장에서 처음 자는 사람들은 이런 소음 때문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 한다. 한 조합원은 “일주일 정도면 바로 적응해요”라며 웃었다. 농성자들은 침낭에 들어간 지 얼마 안 돼 바로 잠들었다. 날이 더워지고 있긴 하지만 밤낮의 일교차 때문에 기침 소리도 들린다. 기침 소리는 잠자는 동지들 속에서, 목석처럼 서 있는 경찰과 ‘수다’떠는 용역 무리에서 순간순간 들린다. 그렇게 기나긴 밤이 지나간다.

‘가두리 양식장’ 같은 농성장은 주변 나무들 때문에 다행히 뜨거운 햇볕을 피할 수 있다. 인도에 있기 때문에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길이 막히지 않도록 하는 것도 신경 쓸 일이다.

일요일은 농성장 밖으로 나가는 1인 시위 일정이 없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농성장에서 대부분 시간을 보냈다. 농성에 익숙해진 비정규직 조합원들은 책, 잡지 읽기 등으로 시간을 보내거나 밤에 불편한 잠자리로 잠을 설친 조합원들은 낮잠을 자는 등 평화로운 시간을 보냈다.

조금은 무료한 이 농성장에 새로운 얼굴들이 비치는 것은 무척 반가운 일이다. 노숙농성 34일째 5월25일 토요일. 주말을 이용해 현대차 전주비정규직지회 조합원 네 명과 대의원 네 명이 농성에 참여했다. 주로 해고자들과 간부들이 중심의 농성장에 현직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처음 찾은 것이다. 농성장은 금세 활기를 띄었다.

농성장에 새로운 얼굴은 늘 반갑다

농성장을 처음 찾은 사람들은 금방 구별할 수 있다. 일단 깔끔하고 깨끗한 외향과 활기가 넘친다. 현대차 전주 동지들은 야유회에 온 것처럼 활기 있는 이야기꽃을 피운다. 아무래도 최고 관심사는 불법파견 특별교섭이다.

“불법파견 특별교섭은 어떻게 될 것 같아요?”
“금속노조는 특별교섭을 어떻게 할 생각이래요?”
“신규채용으로 들어간 전직 조합원들을 보면 진짜 열불 나요.”
“그래도 그런 식으로 할 순 없죠. 우리가 싸운 게 벌써 몇 년인데 더 버텨야죠.”
“그렇게 버틴 게 10년 이예요. 이제 불법파견 투쟁 끝장내야죠.”

조합원들은 이 투쟁이 길게 가는 것을 원치 않았다. 이 긴 투쟁을 쉽게 마무리하는 것도 탐탁치 않게 생각했다. 이야기꽃은 계속 이어졌다.

이날 저녁 촛불문화제는 다시 한 번 결의를 모으는 자리였다. “우리 싸움은 사회에 영향을 주는 투쟁이다. 쉽게 끝낼 수 없다. 불법을 자행한 정몽구를 구속하고 정규직 전환을 쟁취하자”는 결의로 하루 내내 있었던 이야기들을 마무리했다.

 

  
▲ 5월26일 일요일 아침, 농성 조합원들이 농성장으로 사용중인 인도를 청소하고 있다. 박정미

여덟 번 내린 비

 

노숙농성의 가장 큰 위기는 경찰, 용역과 마찰이 아니라 농성 중 여덟 번 내렸던 비였다. 몇 번씩 싸움을 벌였지만 경찰과 현대기아차 자본은 절대 비닐천막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밤에 내리는 비는 최악이다. 두툼한 잠바에 두터운 비옷을 입고 밤새 내리는 비를 맞으며 잠을 자곤 했다. 잠을 잔다기 보다는 버틴다는 말이 더 맞을 것이다.

5월18일 여덟 번째 비가 내렸을 때 김성민 현대차 울산해고자 복직투쟁위원회 의장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비야 더 많이 와라. 그래도 춥지 않아서 좋다. 처음 비 맞고 잘 때 디지는 줄 알았다. 그래 더, 더 퍼부어주라. 진드기 없애주라. 여덟 번째 비다. 악만 남았다.”

5월27일 양재동 농성 36일차, 아홉 번째가 내릴 것 같다. 노숙농성에 하루도 빠지지 않고 있는 박종평 현대차 울산비정규직 해고자는 비구름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린 뒤 다음과 같이 심경을 옮겼다. “양재동 노숙 35일차 아홉 번째 비를 예고한다. 폭우 수준이라고 한다. 참 비가 우릴 좋아 하나보다.”

노동자들은 현대기아차 본사 앞 불법파견 대법원 판결이행, 정몽구 처벌, 정규직화 쟁취 노숙농성을 이렇게 계속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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