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의 안전보장을 위해 현대로템 노동자들이 서울도시철도공사의 전동차 제작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금속노조 경남지부 현대로템지회는 8일 오후 서울시청 별관 앞에서 70여명의 조합원이 참여해 기자회견과 결의대회를 갖고 서울도시철도공사의 전동차 자체 제작 중단과 서울시의회가 승인한 전동차 제작 조례개정 폐기를 촉구했다.
현재 서울도시철도공사는 2012년 개통예정인 지하철7호선 연장구간에 들어가는 전동차를 자체 제작하겠다는 계획이다. 공사는 이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서울특별시의회에 공기업이 전동차를 자체 제작할 수 있도록 하는 조례개정안을 제출했고 4월 1일 본 회의에서 개정안이 통과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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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로템지회 김종형 지회장이 기자회견문을 읽고 있다. |
전동차는 많은 시민이 이용하는 대중교통 수단으로 안전이 최우선적으로 설계 제작 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많은 기술 축적과 노하우가 필요한 사업이다. 만약 경험과 기술 없이 제작해 문제가 발생할 때는 시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중대한 사안이다. 지회는 공사의 자체제작 계획에 대해 “차량제작이나 조립, 별도의 연구비도 없고 시험장비들이 없는 상태에서 전동차의 안전과 시민의 안전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제작”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현재 국내 전동차제작비는 한 대당 평균 10억 정도다. 하지만 공사는 제작비를 5억으로 줄일 수 있다며 비용절감 차원에서 자체 제작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회 김종형 지회장은 이에 대해 “제작비를 절반이나 줄일 경우 원재료나 전동차의 품질이 낮아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 지회장은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사건은 저가품질의 전동차였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며 무분별한 비용절감과 자체제작이 또 다시 대형 참사를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결의대회에 참여한 노조 허재우 부위원장은 “하루 600~700만 시민들이 지하철을 이용한다. 전동차 제작의 문제는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이다”라고 밝히며 지회의 요구가 정당함을 주장했다.
또한 지회는 정부의 정책이 일관성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1998년 당시 정부는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한진중공업-대우중공업-현대정공 등 철도차량 제작 3사 구조조정을 통해 현대로템을 만들었다. 그런데 이제와서 공기업이 민간기업의 영역을 침범하고 민간기업 자체를 죽이는 데 정부가 일조하고 있다는 것. 지회는 “민간기업 죽이기가 실제 고용과 생계에도 직결된 문제이며 철도산업 자체의 존립이 달린 문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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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로템지회 조합원들이 안전이 검증되지 않은 전동차 제작을 추진하는 도시철도공사장과 해당 조례를 만든 서울시의회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신동준 |
이 날 대회에는 서울도시철도노조도 함께했다. 철도노조 장사원 차량본부장은 “공사에서 제작을 하겠다고 하면서 불법으로 노동자들을 제작 분야로 파견하고 있다”며 “교섭 1순위로 안전한 전동차 제작을 요구하고 로템지회와도 함께 싸우겠다”고 밝혔다. 실제 공사는 6개월 안에 8개량의 전동차를 생산하겠다는 계획하에 무리한 업무를 진행하고 있고, 실제 제작 업무를 담당한 적이 없는 100여명의 노동자들을 제작 분야에 파견하고 있다. 철도노조는 “절대 안전한 전동차를 만들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업무 진행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노동강도, 인력편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공사의 행태를 규탄했다.
지회는 공사가 지회의 요구를 무시하고 전동차 자체 제작, 운행할 경우 노동자의 고용과 국가 경쟁력을 통한 해외물량 확보, 시민의 안전을 위해 할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투쟁할 계획이다. 지회 조합원들은 대회 이후 시청, 광화문, 종로 등 곳곳으로 흩어져 서울 시민들에게 서울도시철도공사의 무리한 전동차 제작 계획과 전동차 안전성 문제를 알리는 선전전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