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2016년에 이미 한국GM 무수익 자산으로 분류..."철수 준비 해석"
조선비즈 김형민 기자 ┃ 2018.03.08 09:46
GM, 2016년 한국GM 이연법인세자산 비용 처리
회계업계 “GM 신규투자 가능성 희박하다고 봐야”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2016회계연도 재무제표에서 자회사인 한국GM의 누적 손실 관련 이연법인세자산을 충당금(비용)으로 회계 처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한국GM의 이익 창출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GM이 2016년부터 이미 한국GM 철수 계획을 세운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회계 전문가들은 이같은 GM의 회계 처리에 대해 한국GM을 사실상 무수익 자산으로 분류한 것이라며 이를 감안할 때 GM이 한국GM에 신규 자금을 투입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진단했다. 한국 정부 역시 GM이 제시한 향후 투자계획의 실현가능성을 보수적으로 판단해 협상 전략을 수립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GM, 2016년에 이미 한국GM 이익창출 가능성 없다고 판단
- ▲ GM 2016년 말 감사보고서
8일 GM의 2016회계연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GM은 GME(유럽), 한국(한국GM 의미) 등의 이연법인세자산 중 46억4400만달러(약 5조원)를 충당금(Valuation Allowances)으로 적립했다.
회사는 누적 손실로 인해 미래에 법인세를 경감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을 이연법인세자산이라는 계정으로 재무제표에 반영할 수 있다. 회사가 장기간 손실이 누적된 뒤 이익을 내면 법인세를 감면받는데(이월결손금공제) 이를 회계기준에서 자산으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연법인세자산을 계상하기 위해선 해당 회사가 향후 이익을 낼 가능성이 높다는 실사보고서 등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회사가 적자 상태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법인세 경감 효과 자체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GM 등의 이연법인세자산을 비용(충당금)으로 처리했다는 것은 한국GM이 앞으로 이익을 낼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셈이다. GM은 감사보고서 주석을 통해 자산으로 인정받을 수 없는 46억4400만달러에 대해 충당금을 쌓았다고 밝혔다.
이 감사보고서에는 한국GM에 대한 충당금 규모가 명확하게 적시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2015회계연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GM은 2012년부터 자산매각 등 구조조정을 추진했던 GM 유럽법인의 이연법인세자산 관련 충당금 39억달러(4조원)를 2015년회계년도 재무제표에서 환입했다. 이를 감안할 때 2016년회계연도 감사보고서에 반영된 5조원 규모 충당금 중 상당부분이 한국GM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한국GM의 누적 순손실은 총 2조1800억원가량이다.
회계업계에서는 한국GM 이연법인세자산에 대한 충당금 설정과 관련, GM이 한국 철수 준비를 이미 해온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한다. 회계법인 한 관계자는 "GM이 한국GM 관련 이연법인세자산에 대해 큰 금액의 충당금을 쌓은 것을 보면 한국GM의 향후 정상화 가능성을 낮게 평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GM, 한국GM 통상임금 비용도 6000억원 인식
- ▲ 배리 엥글(오른쪽) GM 총괄 부사장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각 정당의 한국GM
- 대책 TF 관계자와 면담하기 전에 물을 마시고 있다. 왼쪽은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 /이덕훈 기자
GM은 한국GM의 통상임금 소송 패소와 관련해 5억6000만 달러(6000억원)를 회계상 비용으로 인식했다. GM은 감사보고서 항목 중 한국GM 임금소송 항목을 따로 분류해 한국GM의 통상임금소송 과정을 상세히 나열했다.
한국GM은 지난 2013년 노조원이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소했다. 대법원은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며 노조원의 손을 들어줬다. 이로 인해 한국GM의 2014년 인건비는 1400억원 증가했다. GM은 한국GM이 통상임금 분쟁에서 패소했다는 사실을 감사보고서에 적시하면서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관련 비용을 미지급금 5억6000만 달러로 회계처리했다고 밝혔다. GM은 또 한국GM이 2015년에 패소한 통상임금 소송 관련 비용 154만달러(16억5000만원)도 재무제표에 반영했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GM이 한국GM의 임금 비용과 관련한 미래의 손실까지 재무제표에 반영한 것"이라며 "미국 회계기준이 엄격하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계상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GM, 한국GM 신규 투자 불투명…”무수익자산에 또 투자하겠나?”GM은 한국GM 군산공장을 폐쇄한 이후 3조원의 신규자금 투입과 3조원의 출자전환(기존 차입금)을 추진하겠다며 한국GM 2대주주(17.02%)인 산업은행도 지분율에 맞게 5000억~7000억원을 유상증자 방식으로 투입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GM이 밝힌 신규 투자가 실제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회계상 이익발생 가능성이 없다고 명시한 한국GM에 3조원 규모의 신규 자금을 집행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GM이 신규 자금을 투입한다고 해도 이 자금은 한국 내에서 조달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회계 전문가들은 GM이 출자전환하겠다는 한국GM에 대한 대출금 3조원 가량도 이미 GM 재무제표에는 무수익자산으로 분류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GM은 지난해 인도시장 철수 때도 신차배정을 약속했었다”며 "그간의 GM의 해외 법인 철수 과정을 보면 한국에 남아 투자를 집행하겠다는 약속을 그대로 믿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