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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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중·일 3국을 상대로 자동차 무역 관련 압박 수위를 높여가면서 한국 자동차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중국은 국산 자동차가 가장 많이 팔리는 지역이고 일본은 세계 시장에서 우리와 직접 경쟁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판도 변화를 예의주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은 ‘한국지엠 사태’에도 일정 수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미일 정상회담에 앞서 "미국이 일본으로부터 자동차를 대거 사들이고 있다"며 "무역에 대해 협의하지 않을 수 없다"고 언급했다. 이달 초에는 트위터를 통해 "중국에서 미국으로 차를 보내면 2.5%의 관세를 내는 반면 미국에서 중국으로 차를 보내면 25퍼센트의 관세를 내야 한다"며 "이것은 멍청한 무역"이라고 발언했다. 우리 정부에도 ‘철강 관세’ 등 협박 카드를 꺼내며 자동차 무역 균형을 재조정할 것을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폭탄’은 실제 자동차 무역 시장에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우리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과정에서 픽업트럭 관세철폐 기간 연장, 자동차 안전·환경 기준 유연성 확대 등에 합의하며 양보하는 자세를 취했다. 중국 역시 단계적으로 관세를 축소하고 외국기업의 독자법인 설립을 허용하는 등 시장을 개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수출과 해외 판매 비중이 높은 우리 자동차 업계의 고민이 깊어진 배경이다.
특히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의 문이 열리는 것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현대차, 기아차 등은 지분율을 100%로 늘려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제네시스·쌍용차 등은 수출길이 열렸다. 반면 이미 포화된 시장에 더욱 많은 경쟁사들이 진입하게 된다는 점은 부담이다. 현대차는 지난 2002년부터 중국에 일찌감치 진출해 점유율을 다져둔 상태다.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우리 정부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CPTPP는 일본,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멕시코, 칠레, 페루, 싱가포르, 베트남,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 11개국이 참가하는 자유무역협정이다. 이들은 지난달 협정에 정식 서명했지만, 미국과 한국은 가입을 저울질하고 있다. 일본이 주도하는 CPTPP에 섣불리 가입하면 자동차·부품 분야에서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그렇다고 미국보다 가입이 늦을 경우 미·일 양국이 이미 짜놓은 경쟁구도에 참가해야 해 불리할 수 있다.
국내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한국지엠 사태’도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기조와 무관치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 기업평균연비규제(CAFE)를 크게 완화하면서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브랜드들이 소형차 생산을 줄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GM은 준중형차 크루즈를 생산하던 한국 군산 공장의 문을 닫고 오하이오 로즈타운 공장 인력을 감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