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메랑 된 철강 장벽… 원자재값 뛰어 美 GM 영업이익 반토막
조선비즈 이성훈 기자 신은진 기자 ┃ 2018.08.21 03:07
트럼프가 촉발한 철강전쟁… 전 세계가 아우성
인도가 한국·일본산 수입 철강에 대한 세이프 가드(긴급 수입 제한) 조치를 추진하기로 했다. 최근 미국 수출길이 막힌 한국과 일본 철강 업체들이 인도 등으로 물량을 돌리자, 인도가 '무역 장벽 카드'로 대응에 나선 것이다.
미국발 '철강 무역 전쟁'이 글로벌 산업 질서를 혼돈(chaos)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미국·유럽연합(EU)·캐나다 등 선진국을 넘어 인도·터키 등 제3국으로 무역 장벽이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자국 산업 보호'라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목표도 조금씩 빗나가고 있다. 재료 값 상승으로 자동차·전자 업체의 영업이익이 떨어지고 있다. 제현정 무역협회 박사는 "철강에서부터 시작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움직임이 자동차 등 어디로 불똥이 튈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경제 불확실성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캐나다 등 철강 무역 장벽 높여
철강은 글로벌 무역 전쟁의 상징이 돼버렸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외국산 철강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며 무역 전쟁의 방아쇠를 당겼다. 이에 맞서 중국과 EU(유럽연합)가 보복 관세 부과에 나섰다. 이후 화학제품·전자제품 등에서도 관세 보복을 주고받았다.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달 일리노이주 소도시 그래니트 시티에 있는 US스틸 제철공장 현장을 방문했을 때 모습. 미국의 철강 관세 조치 이후 유럽·인도 등이 세이프 가드를 추진하며 무역 장벽이 확산되고 있다. /AFP연합
무역 전쟁은 품목뿐 아니라 지역적으로 확전(擴戰) 양상이다. 이번에도 철강이 시발점이다. 미국으로 수출이 막힌 일본·한국·캐나다 등 주요 철강 수출국이 인도·터키 등 제3국으로 몰리자, 이 국가들이 '세이프 가드' 등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도미노처럼 철강 무역 장벽이 높아질 수 있다.
캐나다는 오는 9월부터 압연 강판 등 7개 철강 제품에 대해 세이프 가드 조치를 취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러시아가 포함된 유라시아경제연합(EAEU)도 지난 7일부터 세이프 가드 조사를 개시했다. 한국은 냉연과 도금제가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터키는 앞서 지난 4월부터 수입 철강 제품에 대한 세이프 가드 조사를 실시 중이다. 철강 업계 관계자는 "만약 WTO가 일부 국가의 세이프 가드 발동을 인정한다면, 철강에 대한 수입 제한 조치가 전방위로 확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윤 한국국제통상학회장(서강대 교수)은 "업계 자체 노력뿐 아니라 내수 활성화, 국제 공조 등 정부 역할이 함께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자동차·전자 업체 수익 하락
철강은 무역 전쟁 확산이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하면서 산업계를 어떻게 혼돈으로 몰아넣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에 대한 무역 장벽을 높인 것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서였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결과도 가져왔다. 그동안 수입 철강을 싸게 사왔던 미국 내 자동차와 전자 업체들이 비용 상승으로 수익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 회사 GM은 지난달 발표한 2분기 결산에서 영업이익 11억42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의 거의 절반 수준이다. 철강 등 원자재 비용이 약 3억달러 정도 상승한 것이 영업이익 하락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예상 밖 결과에 각 국가의 대미(對美) 무역 전략도 흔들리고 있다. 미국이 철강에 대한 수입 제한 조치 등을 취하면서 미국 내 유정용 강관(OCTG) 등 철강 제품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아직 미국과 관세 협상을 벌이는 일본·유럽연합 등은 현재 높은 가격에 철강 제품을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이미 미국이 정해 놓은 철강 수출 쿼터를 상당 부분 소진해 추가 수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안덕근 서울대 교수는 "보복 관세를 피하는 대신 수출 쿼터를 부과받은 한국의 협상 결과가 옳은 것이었는지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