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의 눈초리' 산은, 한국GM 계획없던 R&D법인 추진에 대응안 법률검토
조서비즈 김형민 기자 ┃ 2018.08.17 06:05
GM, 합의안에 없던 R&D 신설법인 설립 추진...구조조정 밑그림?
산은, GM에 공식 답변 요구 이어 문제소지 및 견제방안 파악 나서
한국GM의 2대 주주(지분율 17%)인 산업은행이 지난달 GM이 한국GM의 연구·개발(R&D) 법인을 설립하겠다고 합의안에 없는 계획을 밝힌 것과 관련해 만약 문제의 소지가 있는 법인 설립을 일방적으로 추진할 경우에 대비해 견제 방안 등이 있는지 법률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최근에는 GM측에 법인 설립 의도와 구체적인 계획을 밝혀달라고 공식 답변을 요청한 상태다.
앞서 GM은 지난 7월 20일 한국GM 부평공장에 약 5000만 달러를 신규 투자하고 연말까지 글로벌 제품 개발 업무를 전담할 신설법인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산은은 그 전날인 19일 신설법인에 대한 계획을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GM의 R&D 신설 법인은 지난 5월 GM측이 정부와 산은에 약속한 아시아태평양 지역본사와는 다른 것이다. 이 방안은 한국GM을 R&D 부문과 생산부문으로 나누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일각에선 향후 구조조정을 위한 밑작업이 진행 중인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산은 관계자는 16일 “GM의 의도를 파악 중"이라며 “혹시 정당하고 합당한 목적이 아니라고 판단될 경우 이를 견제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법률 검토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정부와 산은은 한국GM의 신설법인에 대해 일종의 꼼수가 숨어있는 게 아닌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 ▲ 조선DB
산은과 GM은 지난 5월 유상증자 3조원 및 신규자금 4조7000억원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한국GM 정상화 방안에 합의했다. 이 때 GM은 중국을 제외한 동북아 지역을 관장할 지역본사를 한국에 설립하겠다고 밝혔지만 R&D 전담 신설법인에 대한 계획을 내놓지는 않았다. 산은 관계자는 "GM이 굳이 따로 신설법인을 만들려는 의도가 무엇인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향후 한국시장 철수를 염두에 둔 밑작업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구조조정 비용이 많이 드는 생산법인과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을 지닌 R&D법인을 분리해 한국시장 철수시 생산법인은 청산하고 연구법인만 유지하겠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한국GM 노조는 "R&D 법인 신설은 군산공장 폐쇄에 이은 또 다른 구조조정 음모로 규정하고 분명하게 반대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GM은 산은과 한국GM 정상화 방안에 합의하면서 앞으로 최소 10년간 국내 공장을 유지하기로 했다. 즉, 10년이 지난 뒤에는 한국시장에서 철수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산은은 GM측에 신설법인 설립 계획의 정확한 의도가 무엇인지 질의서를 보낸 상태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지난달 기자들과 만나 "신설법인 관련 내용은 계약서에 없던 내용"이라며 "내용도 애매모호한 측면이 있어 GM 측에 문의해 놨고 (진의 파악을 위해) 굉장히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산은은 또 산은의 동의 없이 신설법인 설립이 가능한지, 비토권(자산매각 제한)·주주감사권 등 지난 5월 경영정상화 합의 때 확보한 경영견제장치로 이를 막을 수 있는지 등 법률 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한국GM 관계자는 “신설법인의 경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한국GM의 연구인력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것으로, 일각에서 주장하는 구조조정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