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만 알고 둘은 몰랐던 産銀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 2018.10.23 12:00
한국GM '10년간' 매각은 막았지만 법인분할 뒷문 열어준 산은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KDB산업은행이 지난 5월 한국GM과 맺은 기본계약서 상에 '총자산 대비 5% 초과 자산의 계열사 매각'을 금지할 수 있는 비토권 조항도 포함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노조가 '쌍용자동차 전례'를 언급하며 우려했던 한국GM의 상하이차 매각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을 비토권에 넣은 것이다.
하지만 한국GM의 법인분할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이같은 조항이 큰 실효성을 갖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제 3자 매각이나 계열사 매각은 비토권에 담아 차단했지만, '철수 전 단계'로 의심되는 법인 쪼개기는 막을 수단이 현재로선 없다. 표면적인 매각 금지 조항만 비토권에 담은 산은이 '하나만 알고 둘은 몰랐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23일 국회 정무위원회와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이 지난 5월 GM과 합의한 기본계약서 상의 비토권(거부권) 행사 대상에는 총 17개 조항이 포함돼 있다. '총자산 대비 20%초과 자산의 제3자 매각(양도)이나 취득시' 비토권 행사가 가능하다는 조항은 지난 2002~2017년 계약에 이어 부활했고, '총 자산 대비 5%초과 자산의 계열사 매각(양도)이나 취득시' 에도 비토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내용도 합의에 포함됐다. 비토권의 유효기간은 10년으로 2028년 5월까지 살아있다. 향후 10년동안 한국GM은 부평공장 매각을 비롯해 계열사인 상하이차에 한국GM 지분을 매각하기 어렵다.
문제는 '철수 전 수순'으로 의심되는 법인분리는 막을 수단이 사실상 없다는 점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고용진 의원실(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지난 5월 기본계약서 체결 이후 개정된 한국GM 정관 제 26조 '주주총회 결의' 사항에는 '실질적인 지분상황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는 합병 등 기타 이와 유사한 행위'는 비토권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겨있다. 고용진 의원실 관계자는 "연구개발 법인분할은 지분변동을 초래하지 않아 비토권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금융권과 법조계에서는 법인분리를 막는 취지의 본안소송도 이기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산은이 제기했다가 기각된 가처분 신청의 성격에 주목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기관소송에 능통한 한 변호사는 "GM의 법인분할과 관련한 주총이 개최됐고, 이미 통과됐기 때문에 실질적인 권리구제에 대한 판단이 완료된 '만족적 가처분'으로 분류할 수 있다"면서 "이럴 경우 임시지위 가처분과 달리 상황이 종료된 것이라 본안소송에서 뒤집기가 힘들고 소송진행 자체가 큰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산은의 본안소송의 취지는 '법인분할 차단' 목적이라기 보다 GM의 정보공개를 유도하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 소송과정에서 이뤄지는 '문서제출명령'의 귀속력이 커서다. 실제 본안소송과정에서 문서제출명령에 GM이 응하지 않으면 소송을 제기한 산은이 주장한대로 인정해야 한다는 강제조문 있어, 자료공개를 번번히 거부해왔던 GM에 강력한 조치가 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1심만 6개월 이상이 걸리는데다 승소가능성이 희박한 본안소송을 거액의 수임료를 내고 제기하는 것이 산은 입장에선 '업무상 배임죄'를 피할 수 있는 면피용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